돈 많은 日 엄빠 놀이터에서 MZ 성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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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은 미츠코시 백화점이 K뷰티 팝업을?
“라이즈RIIZE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다 7층 매장이 보이자 2030 일본 여성 고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라이즈는 SM엔터 소속 인기 아이돌 그룹. 이들은 K뷰티 브랜드 ‘유이크’의 광고 모델이다. 마침 일본 도쿄 긴자에 위치한 미츠코시 백화점별관 7층 이벤트 스페이스에서 연 팝업 행사에 유이크가 참여하면서 아이돌 라이즈 역시 특별전을 열었다.
이번 행사에 유이크 외에도 LG생활건강프라엘, 클리오, 입큰, 더마펌, 톡스앤필코스메틱, AZH 등 K뷰티, 젝시믹스, 13month, 예그 등 다양한 K브랜드가 대거 참여해 7층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매장마다 젊은 현지 고객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백화점 측은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했을 정도로 행사는 성황을 이뤘다.
8월 21일부터 26일까지 열린 ‘긴자코스메월드’ 팝업 전시 현장에서 만난 타케우치 코토리 씨31·도쿄는 “K뷰티 제품은 독특하고 개성 있으면서도 기능성도 우수해서 자주 찾게 된다”며 “좀 더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고 싶어 방문했는데 특이한 색상이나 디자인 제품이 많아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이 K뷰티 팝업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콧대 높은 백화점이 왜?
젊은 고객 적극 유치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이 속한 이세탄미츠코시그룹은 일본 내 상장사로 최근 실적이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4 회계연도 1분기 매출액만 1296억엔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뚜렷한 증가세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88억엔전년 동기 대비 218% 증가을 기록했다.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은 이세탄미츠코시그룹 내에서도 대표적인 고급 백화점으로 분류된다.
다만 미츠코시도 고민은 있다. 특히 신규 내수 고객 유입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2030세대는 온라인, 모바일을 선호한다. 콧대 높던 오프라인 매장도 이제는 ‘고급’ 이상의 ‘재미’ ‘이색 경험’을 원하는 이들의 욕구를 맞춰줄 때가 됐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엔화 강세를 우려하는 현지 유통가의 절박함도 엿보인다. 달러·원화가 약세로 전환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 수 있다. 이세탄미츠코시 최근 주가가 빠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그 공백을 국내 고객에게서 메꿔야 한다.
그런데 일본 현지 고객의 K뷰티 선호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화장품 수입 국가별 비중을 보면 한국이 2021년부터 종전 프랑스, 미국을 제치고 1위31%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비중이 36%까지 뛰어올랐다.
미츠코시 백화점이 한국과의 글로벌 팝업 협업 행사를 진행한 이유다. 결과는 만족스러워 보인다. 이 백화점 7층은 이벤트 공간으로 쓰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집객이 어려웠다. 그런데 8월 21일부터 6일간 펼쳐진 이번 행사에 다녀간 고객 수가 1만3000여명백화점 추산, 매출액 약 4억원에 달하면서 백화점 측은 희색이 만연하다.
김유영 동덕여대 일본어과 교수는 “워낙 명성이 높고 VIP 고객이 많아 객단가는 높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제외하면 ‘미래 잠재 고객’인 1020세대 현지인에게 백화점은 ‘부모님 세대가 가는 쇼핑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이번 시도가 그 타개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닛케이신문도 이번 행사를 두고 “미츠코시는 기존 고객 외에 백화점에 평소 오지 않는 층의 내점을 유도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K뷰티 日 진출 공식은?
유이크, ‘라이즈’ 결성 전부터 광고 계약
물론 그렇다고 대문자 ‘K’만 붙이면 일본 고객이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팝업 행사는 K뷰티·패션이 어떻게 일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 실마리를 제공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실마리는 ‘세계 최초 신상 공개’다. 할리우드 영화나 다국적 기업 스마트폰·자동차 메이커는 전략 수출 국가에 제일 먼저 신제품을 공개, 해당 국가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을 써왔다. 이번 행사에서 K뷰티 업체들이 이 공식을 고스란히 따랐다. LG프라엘, 클리오, 톡스앤필 등은 신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고 체험 행사도 병행했다. 각 매장 직원도 이런 내용을 부각하며 일본 소비자에게 적극 어필했다. 현지 언론 호평이 이어졌는가 하면, ‘진정성이 느껴진다’ ‘현지화에 공을 들인다’ 등 소비자 호응도 뜨거웠다.
K뷰티 업체 입장에서는 익숙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노하우가 일본에서도 먹히고 있다는 점도 눈길 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인플루언서만 한지Hanjji, 이로하 카와나미Iroha kawanami 등 약 200명에 달한다.
일본 현지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문업체 리보LIVO의 박준 대표는 “한국에서는 인플루언서 전문 양성·매니지먼트·라이브커머스 업체까지 세분화·다양화돼 있지만 일본은 소셜미디어SNS 기반 초기 사업자 형태 인플루언서가 많다”며 “이들은 이제 라방라이브방송, 공구공동구매 등을 시도해보고 있는데 이번 행사처럼 다양한 K뷰티·패션 브랜드가 모여 있는 곳에서 본인을 노출시켰을 때 폴로어 수도 급증하고 도달률도 높아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K뷰티·패션 업체도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영리한 전략을 썼다”고 총평했다.
K엔터 마케팅도 고도화하고 있다.
상장사 지놈앤컴퍼니가 내놓은 화장품 ‘유이크’는 라이즈가 결성되기 전부터 SM엔터를 찾아가 광고 모델 계약을 했다. 이후 그룹 멤버가 정해지자 각 멤버들에게 소상히 제품을 소개하고 6명이 각자 연예 활동을 하면서 피부 관리 노하우를 쌓도록 유도했다. 그랬더니 이번 팝업과 별도로 연 팬미팅뷰티토크 행사에서 라이즈 멤버 앤톤이 “유이크 팩을 종종 사용한다. 또 클렌징과 클리닉 미스트, 립밤도 평소 즐겨 쓰고 있다”고 자세히 소개할 정도가 됐다. 남성 아이돌이지만 여성 팬이 다수인 상황에서 이런 진정성 있는 코멘트가 직접 현장에 전달되면서 유이크는 이전까지 별다른 일본 내 유통 채널이 없었음에도 이번 팝업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K뷰티 바람몰이 계속?
백화점 문호도 속속 개방
K뷰티 일본 강타 현상은 계속될까.
한동안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최대 뷰티 플랫폼 ‘엣코스메상장사명 아이스타일’의 한국 자회사 글로우데이즈는 최근 일본 뷰티 미디어 ‘미미TV’를 운영하는 트렌더스와 협력, 쏟아지는 K뷰티 브랜드의 일본 진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마뗑킴·마르디 메크르디, 동인비 등의 현지 팝업·원스톱 물류 서비스로 호평받고 있는 MXN재팬, 다이어트 보조제 ‘푸드올로지’, K뷰티 ‘오브제’를 일본에서 잇따라 히트시킨 에이든랩, 나인위시스 대행사 시그니처레이블 등이 일본 K뷰티 시장 성장 가도에 올라타고 있다. 화장품 제조사 코스맥스도 일본 현지 생산을 적극 검토 중이다.
다만 ‘K’착시현상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새겨들을 만하다.
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는 “ ‘K’브랜드면 다 좋아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일본에 와보면 그 정도 열기는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본 시장을 분석해보고 빈틈을 보이는 카테고리에 가성비·콘텐츠 차별화로 접근해야 K뷰티 특수에 올라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쿄 =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5호 2024.09.03~2024.09.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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