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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즐겨 먹었는데 어쩌나…장 보러 갔다가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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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3회 작성일 24-10-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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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역습…식탁 점령한 수입 농수산물

흔들리는 식량자급
대형마트 수산물
50%이상 외국산

배추·토마토·깻잎
가격 대란 일상화
오징어 즐겨 먹었는데 어쩌나…장 보러 갔다가 화들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인 이상기후가 국내 밥상 지도를 바꾸고 있다. 해수 온도가 따뜻해지면서 오징어와 고등어 등 국산 어획량이 급감하자 업계 1위인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수입 수산물 비중이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농산물도 폭염, 폭우 등의 여파로 계절마다 공급난과 가격 대란이 빚어졌다. 이상기후 여파로 먹거리의 해외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면 식량 자급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9월 판매한 수산물 중 수입 비중은 51%였다. 2021년 45%, 2022년 46%, 2023년 48% 등 매년 꾸준히 상승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국민 수산물’인 오징어는 수입품 매출이 1년 전보다 90% 급증했다. 수입 가자미20%와 고등어15% 등도 일제히 매출이 늘었다.

가장 큰 이유는 폭염으로 해수 온도가 올라 오징어 등이 북상해 어획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국내 유통업체 중 가장 ‘큰손’이라 어가에서 물량을 최우선으로 납품받는다”며 “그런데도 수입 수산물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산 물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마트에 비해 ‘바잉파워’가 약한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수입 수산물 비중이 50~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도 기후변화로 ‘가격 대란’이 일상화했다. 올해 초부터 폭염과 폭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금깻잎, 금배추, 금토마토 사태가 잇달아 벌어졌다. 이기원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농수산물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화해 정밀하게 예측·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징어 이어 홍합·바지락도 씨 말라…"수입없인 감당 못해"
고수온탓 지난해 어획량 급감…오징어는 2년 만에 3분의1 토막

기후변화 여파로 오징어, 홍합 등 국산 어획량이 급감하자 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수입 수산물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중국산 백생합을 고르고 있다. 최혁 기자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올해 아르헨티나산 오징어 물량을 전년보다 두 배로 늘렸다. 갈치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이 많은 인기 품목인데, 동해 수온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국산 어획량이 역대 최저2만3000t로 급감한 영향이다. 오징어 어획량은 2021년 6만1000t에서 불과 2년 만에 3분의 1토막 났다.

이마트의 한 수산 바이어는 “올해는 작년보다도 오징어를 바다에서 찾아내기 더 어렵다는 소식이 현장에서 들려온다”며 “외국산을 늘리지 않고선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이마트의 수입 오징어 비중은 지난해 37.7%에서 올해 45.9%1~9월 기준로 커졌다.
○기후변화에…가격 올리거나, 수입하거나
오징어는 기후변화가 공급량과 가격을 뒤흔들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2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 들어 오징어뿐 아니라 가자미12%→15.3%, 고등어54%→58% 등도 일제히 지난해 대비 외국산 비중이 높아졌다. 수온 상승으로 국산 어획량이 줄어든 탓이다. 최근엔 고수온으로 홍합·전복·바지락 등이 집단 폐사하면서 중국산을 늘리는 추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외국산은 냉동으로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국산에 비해 선도가 떨어지지만, 수요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며 “국산이 사라진 명태처럼 해외에 100% 의존하는 수산물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기후 여파로 농산물도 연중 ‘가격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올해 봄·여름철엔 국지성 폭우로 양배추·상추·깻잎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더니, 최근엔 폭염으로 배추·토마토 공급량이 줄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배추 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포기당 9162원이다. 평년4912원의 1.8배에 달한다.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해외에서 채소를 긴급 수입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배추 대란’이 일자 중국산 배추 1100t을 수입하기로 했다. 올 5월 홈플러스도 양배추 가격이 치솟자 중국 쓰촨성 양배추를 들여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농산물의 가격 변동성이 기업·정부 예측을 벗어나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식량자급률 악화 우려”
문제는 기후변화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식자재 공급 불안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토마토의 95%, 상추의 90%를 수입하는 영국도 겨울마다 공급난을 겪고 있다. 구자정 연암대 스마트원예계열 교수는 “그나마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게 스마트팜인데, 아직 국내는 노지 농산물이 대부분이어서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농어업 종사자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어가 인구는 2014년 14만1000명에서 지난해 8만7000명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농가 인구도 같은 기간 275만 명에서 209만 명으로 24% 줄었다. 65세 이상 비중은 지난해 기준 어가 52.6%, 농가 48.0%로 갈수록 고령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콩·밀 등 핵심 식량자원이 빈약한 상황에서 식량자급률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식량자급률은 49.3%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식량의 절반 이상이 외국산이란 뜻이다. 농수산물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수입액은 502억달러약 69조3000억원에 달했다. 세계적인 K푸드 열풍으로 수출액120억달러이 소폭 늘었는데도 수입액이 더 증가한 결과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단기적으로 농수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특정 품목에 한시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할당관세를 활용하는 한편 더위에 강한 배추 ‘하라듀’, 고온 착색이 양호한 사과 ‘골든볼’ 등 변화하는 기후에 잘 적응하는 품종 개량에도 나섰다.

수산물 부문에선 바다가 아니라 육상에서 김을 양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선아/라현진/박상용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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