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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서 "돈 없어서 못 갚겠다"…지방은행 부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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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3회 작성일 24-07-0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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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쌓이는 지방銀…금융위기때보다 심각

6곳 평균 0.86% 역대 최고
1분기 대출 연체액만 1.4조원
고금리 장기화·PF부실 직격탄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지방은행이 ‘연체의 늪’에 빠졌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지방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줄폐업에 내몰린 지방 자영업자와 건설·제조·유통기업이 갚지 못한 빚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후유증도 고스란히 부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대출 상환 유예와 같은 일회성 대증요법이 아니라 말라붙은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원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곳곳서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 등 지방은행 6곳의 올해 1분기 연체 대출액은 1조3771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08년 이후 최대치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움츠러든 2020년 1분기9855억원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경기 침체가 두드러진 지역의 지방은행 연체율이 급등하는 추세다. 전북은행과 제주은행의 올 1분기 연체율은 각각 1.57%, 1.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1분기각각 0.74%, 0.40%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높다. 자영업자는 빚 수렁에 빠졌다. 지방은행 6곳의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연체율은 0.86%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0.84%를 웃돌았다. 가계 대출 연체율도 역대 가장 높은 수준1.01%이다.


지방은행의 주요 건전성 지표가 ‘최악’을 가리키는 것은 고금리 기조가 꺾이지 않으면서 지방 자영업자를 비롯해 기업들까지 한계에 부딪힌 영향이다. 한 지방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지방을 직접 둘러보면 체감 경기가 살얼음판 수준”이라며 “가계는 물론 줄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까지 지역에서 느끼는 연체 공포는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올 들어 지방은행의 대출 연체 증가 속도가 한층 가팔라진 점도 우려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이자도 못갚는 지방 中企·자영업자들…전북·제주銀 연체 눈덩이
올들어 전국 곳곳 줄도산 공포…얼어붙은 경기, 지방銀 부실로
강원 원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가게를 접기로 했다. 매출이 점점 쪼그라들어 번 돈으로 이자도 갚기 힘든 상황에 놓인 탓이다. 제주도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던 B씨는 올초 문을 닫았다. 그는 “코로나보다 무서운 고금리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대출 이자도 제때 갚지 못하는 지방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이 여파로 서민 금융 방파제 역할을 해온 지방은행마저 흔들리고 있다. 특히 강원, 제주,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지방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금융권에선 지방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들의 매출 감소와 연체율 상승세가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지방 곳곳 폐업 공포
지방 곳곳이 줄폐업 공포에 휩싸였다. 제주도는 올 들어 휴·폐업에 들어간 숙박시설만 248곳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6곳과 비교하면 1년 새 40배 폭증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부담에 엔저 직격탄으로 관광객 발길마저 끊기면서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지방 유통업체들도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적자에 허덕이던 홈플러스 서대전점은 결국 이달 폐업을 택했다. 지난 4월에는 이마트 천안 펜타포트점이 문을 닫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파산한 중소 건설사도 부지기수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16곳이다.

제조업 기반의 지방 중소기업들도 공장 가동률 하락과 고금리 여파 등에 시달리다 벼랑 끝에 내몰렸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부산·울산 지역의 현장 체감경기는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제조업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77.3으로 떨어졌다. 올해 5월 중소제조업의 평균 가동률도 70.3%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부실 부메랑 맞은 지방은행
얼어붙은 지방 경기는 지방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은 악화일로다.

기업은행이 내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는 3조4391억원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증가 속도도 빠르다. 작년 말 대비 한 분기 만에 부실채권이 2500억원이나 늘었다. 지방은행들의 중소기업 연체 대출 잔액 역시 2년 새 3345억원에서 8719억원으로 161% 폭증했다.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에게 내준 대출은 더 심각하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숙박·음식업종 연체율은 2.16%로 급등했다. 제조업1.0%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지역별로 제주, 전북, 강원, 충청 등의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전북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1분기 기준 1.57%에 달했다. 작년 말 1.09%에서 한 분기 만에 0.47%포인트 치솟았다.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통틀어 가장 높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0.2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제주은행의 부실채권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제주은행의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25%로 작년 같은 기간0.66% 대비 두 배가량 높아졌다. 가계대출 연체 잔액251억원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 잔액288억원 모두 역대 최고치로 불어났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가 가장 많은 지역인 강원도의 연체율은 2.60%까지 치솟았다.

금융권에선 지방은행의 연체율 상승 추세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당국은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채무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 밀접 업종과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재원/김보형/양지윤/원종환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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