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용돈? 앱으로 쐈다…"세상에, 나도 배울래" 어르신 몰려간 곳 > 경제기사 | economics

경기 수원시 소재 신한은행 학이재 경기의 내부 모습. 학이재는 은행 앱애플리케이션과 같은 디지털금융 사용법부터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다양한 디지털·IT 기기를 무료로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제공=신한은행

#경기 용인 수지에 사는 70대 A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난생 처음 손주에게 스마트폰으로 크리스마스 카드와 용돈을 선물했다. 신한은행 디지털금융 교육센터 학이재에서 배운 덕이다. 평소에도 젊은 세대처럼 제대로 스마트폰을 활용해보고 싶었던 A씨는 뉴스를 통해 학이재를 알게 됐고, 직접 방문해서 스마트뱅킹과 택시 호출 등 궁금했던 기능을 익힐 수 있었다.

은행권의 디지털금융 교육센터에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은행 점포에서 대면 거래를 고집했으나 점차 비대면 거래를 받아들이고 주도적인 금융 생활을 즐기는 모습이다. 은행들도 시니어의 디지털 정착을 돕기 위한 다양한 교육 서비스로 문턱을 낮추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신한은행의 학이재를 찾은 교육생은 4000명에 달했다. 학이재는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디지털금융 교육센터로, 신한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2023년 9월 학이재 인천에 이어 지난해 10월 2호점 학이재 경기를 수원에 열었다.


학이재는 은행 앱애플리케이션과 같은 디지털뱅킹부터 태블릿PC·스마트 키오스크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보이스피싱 예방법 등 금융교육도 한다. 은행 점포가 지속적으로 줄면서 신한은행은 폐점한 점포 공간을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센터로 탈바꿈했다.

최근엔 A씨처럼 먼 거리인데도 디지털금융을 배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센터를 찾는 경우가 눈에 띈다. 개인뿐만 아니라 충남 당진에서 학이재 인천까지 100km에 달하는 거리를 달려 방문한 단체도 있었다. 전문인력들의 수준 높은 교육에 양로원·평생교육센터 등 지역사회의 참여 문의도 활발하다.

디지털금융 교육에 참여한 시니어들은 스마트뱅킹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 신한은행 학이재에서 스마트뱅킹과 디지털 기기를 체험해본 한 어르신이 시를 써서 소감을 밝힌 내용. /사진=신한은행 학이재 제공

무엇보다도 교육생들의 만족도와 재참여 의지가 높았다. 스마트뱅킹 자체에 대한 편리성과 함께 비대면 은행 업무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했다는 평이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자신감도 생겼다. 신한은행은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자 다른 지역에 학이재 추가 개설을 검토 중이다.

서울 거주자라면 우리은행의 어르신 IT행복배움터에 가는 게 더 편할 수 있다. 서울 △은평구 △중구 △중랑구 △관악구 △마포구 △양천구 등 6곳에 태블릿PC와 전자칠판 등 최신형 기기들과 디지털 헬스케어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동안 시니어 약 850명이 디지털금융과 디지털 기기 사용법 교육을 받았다.

자발적인 참여를 돋우기 위해 지난해 12월엔 도전! 시니어 금융 골든벨도 열었다. 수강생 300명이 한데 모여 디지털 기기 활용과 금융 관련 지식을 뽐내며 마사지기 등 상품을 받았다. 특히 1등 참가자는 이듬해 보조강사로서 시니어의 눈높이에서 새로운 1등의 탄생을 도울 예정이다.

만약 거동에 제한이 있거나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하나은행이 만든 하나원큐 길라잡이 앱으로 틈틈이 디지털금융을 익힐 수 있다. 은행 앱 하나원큐를 똑같이 구현한 교육용 앱으로, 비용도 들지 않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없다. △거래내역조회 △계좌이체 △공과금 납부 등 자주 이용하는 기능들이 친절한 사용법 안내 문구와 함께 제공된다.

은행권은 디지털금융 교육의 저변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신한은행 학이재 관계자는 "디지털금융 교육센터는 사회공헌 사업이면서 동시에 비대면 고객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며 "천천히, 오래, 자주 방문해도 좋으니 새해 어르신들이 자신감을 갖고 디지털금융과 친해지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12월 개최한 도전! 시니어 금융 골든벨 현장 모습. 디지털 기기 활용과 금융 이용 관련 퀴즈를 풀며 그동안 배운 지식을 뽐낼 수 있도록 마련됐다. 약 300명의 어르신들이 참가해 마시지기 등 다양한 상품을 받아 갔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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