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아닌 필수…K-커피 프랜차이즈, 해외공략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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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 포화 속…한류 업고 잇따른 해외 진출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잇따라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K-푸드에 대한 인지도와 높은 수요를 토대로 생존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디야커피 말레이시아 엘미나점 전경[사진=이디야커피]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해외 진출 잇따라
이디야커피는 지난 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근 엘미나 지역에 1호점 말레이시아 엘미나점의 문을 열었다고 20일 밝혔다. 엘미나 지역은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대표적인 위성도시로 접근성이 좋아 유동 인구가 많이 몰리는 상권으로 알려져 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괌에 이어 올해 말레이시아까지 진출하며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이디야커피는 지난 6월 현지 파트너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F 계약을 체결했고, 이번 첫 매장 개점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말레이시아 내 가맹점을 2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말레이시아 진출은 이디야커피의 첫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이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현지 사정에 밝은 기업과 손잡고 브랜드 가맹사업 운영권을 판매하는 계약 방식이다. 본사는 투자비를 상대적으로 많이 들이지 않고도 로열티 수입을 꾸준히 얻을 수 있고, 진출국 시장의 동향이나 법률 분쟁 등을 파트너사와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할리스 일본 오사카 난바 마루이점 내부[사진=할리스]
올 들어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앞서 할리스가 지난 5월 일본 오사카에 직영 1호점 ‘난바 마루이점’을 개점하며 포문을 열었다. 1998년 1호점을 낸 할리스는 그동안 국내에서만 가맹점을 운영했다. 난바 마루이점은 할리스의 첫 해외 직영 매장으로, 난바 마루이점이 자리잡은 마루이 백화점은 오사카 교통의 중심인 난바역과 연결돼 오사카에서도 가장 인파가 붐비는 번화가다.
메가MGC커피도 지난 5월 몽골 울란바토르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다. 1호점은 몽골 파트너 기업 아시아파마 본사 사옥 1층에 약 30평 규모로 들어섰다.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몽골이 젊은 인구 비율이 높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좋은 편이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메가MGC커피는 향후 아시아권, 미주 등으로 진출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디야커피 말레이시아 엘미나점 내부[사진=이디야커피]
이달 들어서는 더벤티가 캐나다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더벤티 밴쿠버 캐나다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3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첫 매장을 열기로 했다. 더벤티 측은 캐나다가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호하고 1인당 커피 소비량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인데다 무엇보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아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 첫 해외 진출국으로 캐나다를 선정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방송인이자 사업가인 백종원 씨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 빽다방은 현재 필리핀에서 8개, 싱가포르에서 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빽다방은 2016년 중국과 싱가포르에 1호점을 열고 일찌감치 해외 진출에 나섰다
카페 10만개 시대…해외 현지화가 답이다
초저가 커피.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가 앞 다퉈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는 건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 커피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커피 전문점 수는 2022년 말 기준 10만729개를 기록해 처음 10만 개를 넘어섰다. 이는 2016년 5만1551개에서 6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커피 전문점이 급증하면서 폐업률도 치솟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근 10년간 신규 카페 수는 45% 늘어났지만, 폐업한 카페 수는 181% 급증했다. 상권이 한정된 탓에 폐업률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카페 운영 햇수도 짧아지는 추세다. 국세청이 5년간2018~2022년 사업 존속 연수를 조사한 결과 커피음료점은 평균 3년 1개월에 불과했다. 국내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높은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해외 진출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는 배경이다.
초저가 커피.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실제로 말레이시아 진출을 본격화한 이디야커피가 놓인 경영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이디야커피 영업이익은 82억원으로, 전년 동기100억원와 비교해 100억원 대비 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778억원에서 2756억원으로 줄었다. 이디야커피의 영업이익이 1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디야커피는 그동안 매년 100억원 이상 200억원 이하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해왔다.
국내시장의 과당경쟁을 넘어 해외시장 연착륙을 위해 업체들은 K-카페의 특징은 유지하되 현지화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이디야커피는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특화 메뉴로 승부한다는 방침이다. 코코넛 등 열대 과일을 활용한 메뉴는 물론 식혜, 군고구마 등 한국적인 음료를 비롯해 베이커리에서도 ‘불닭파니니’, ‘감자핫도그’, ‘크룽지’ 등 ‘K-특화 메뉴’를 운영해 차별화 요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할리스 일본 오사카 난바 마루이점 내부[사진=할리스]
개점 100일 만에 누적 방문객 수 6만명을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고 밝힌 할리스도 한국식 카페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일본 20·30대 사이에서 한국 문화와 K-푸드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 한국의 할리스 매장과 동일한 맛과 분위기를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이 일본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일본 할리스는 한국식 카페 인테리어는 물론 일본 카페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무선 충전기를 갖춘 좌석도 마련했다. 일본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하면서도 한국 전통 식재료를 담은 ‘약과크림라떼’, ‘행운이 쑥쑥라떼’ 등 오사카 한정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할리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본 매장을 통해 새로운 메뉴, MD 등을 꾸준히 선보여 지속적인 신선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보다 높은 성장 가능성에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별 커피 음용과 디저트 소비문화가 차이가 분명한 만큼 한류 등에 기대어 국내에서 성공한 문법과 전략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며 "현지에도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가 이미 자리 잡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시장 상황을 보며 유연하게 현지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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