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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값 9배…집 나간 며느리 안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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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4-10-2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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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끝났지만 후유증은 계속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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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서천산 활전어 1㎏이 평균 3만3800원에 낙찰됐다. 정확히 1년 전인 작년 10월 19일 낙찰가는 3900원이었다. 1년 사이 9배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매년 여름이 끝나면 9~10월이 제철인 가을 전어를 먹기 위해 대형 마트와 수산시장, 횟집에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그 풍경을 보기 어렵다. 9월까지 폭염이 이어지고 이제 찬바람이 불어 전어가 생각날 때인데, 전어 구경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어는 낮은 수온을 좋아하는 생선인데, 폭염으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전어 어획량이 급감했고, 결국 대형 마트에서도 전어회를 팔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전어뿐 아니다. 9월까지 이어진 폭염에 홍합·굴·꽃게 등은 집단 폐사를 하거나 어획량이 뚝 떨어졌고, 농산물도 제대로 생장하지 않아 수급 불안정에 가격이 뛰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올해는 폭염뿐 아니라 이상기후가 1년 내내 계속돼 패닉에 빠진 상황”이라며 “먹거리 시장이 이상기후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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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서 사라진 전어회


노량진수산주식회사에 따르면 작년 10월 2주 차에 입하된 전어는 1만4070㎏이었다. 하지만 올해 입하량은 작년에 비해 3분의 1토막에 가까운 5701㎏에 그쳤다. 9월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어획량이 확 줄어들었다. 실제 올해 고수온 특보는 71일 동안 이어졌다. 특보 체계가 마련된 2017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가을 전어를 맛보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할 정도가 됐다. 매년 가을 전어철이 되면 전어회 행사를 열던 대형 마트에서도 전어 보기가 쉽지 않다. 롯데마트는 최근 10년래 처음으로 올해 전어회 판매를 하지 않는다. 이마트는 전어회를 팔긴 하지만 물량이 작년과 비교해 절반에 불과하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가을 전어는 소비자 발길을 이끌게 하는 매력적인 상품인데, 올해는 물량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8~9월 충남과 전남 등에서 열린 전어 축제는 대하와 꽃게를 내세워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홍합과 굴 등은 고수온에 물속 산소량이 줄어 폐사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폐사한 홍합은 2245줄1줄은 약 14만2000마리에 달한다. 올해 폐사한 굴은 작년의 8배에 이른다. 전국 굴 생산량의 77%를 차지하는 경남에서는 굴 양식장 25%가 폭염에 따른 고수온의 영향으로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전어와 함께 가을이 제철인 꽃게도 어획량이 확 줄었다. 통상 꽃게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데 고수온의 영향으로 서식지가 넓게 분산되면서 조업 효율이 떨어졌고 결국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작년 10월 둘째주와 비교하면 올해 수컷 꽃게의 가격은 3배 가까이 올랐다. 대형 마트의 한 수산물 바이어는 “평년보다 꽃게 시즌이 2주 일찍 종료됐다”고 말했다.

◇이상기후에 먹거리 비상

육상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갑자기 가격이 오르는 품목에 흔히 금金 자를 붙이곤 하는데, 올해는 ‘금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다. 이상기후로 물가가 오르는 기후플레이션이 올해 내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금사과’ 대란이 벌어졌고, 이어 수출 물량 증가와 이상기후가 겹치면서 ‘금김’이 장바구니 물가를 흔들었다. 지난 4월 김밥용 마른김 평균 도매 가격은 1년 전보다 80.1% 오르기도 했다.

폭염이 본격화한 뒤부터는 먹거리 앞에 줄줄이 ‘금’ 자가 붙고 있다. 금배추, 금무, 금시금치라는 말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토마토 가격이 폭등하면서 맥도날드가 버거에서 토마토를 빼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이상기후로 먹거리 시장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수산 분야 기후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고, 농림축산식품부는 기후 변화 대응팀을 만들어 대책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철 식재료 등 식료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형 마트 등도 묘안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유달리 기후플레이션이 내내 이어져 가만히 앉아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 바이어들이 주산지라는 개념을 잊고 발품 팔면서 새 산지를 찾고, 미리 계약해 재배하는 물량을 늘리는 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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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준 기자 nam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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