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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니 세입자 구해와" 황당 통보…대학가 배째라 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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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4-10-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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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전세사기·대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지만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 A씨30는 전세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A씨의 다음 세입자가 오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집주인은 A씨에게 "보증금 받고 싶으면 세입자를 구해와라. 난 돈 없으니 알아서 해라"고 할 뿐이었다. 제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처한 A씨는 전세사기 피해를 입는 건 아닌지 하루하루 걱정스럽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임차권등기 신청을 알아보고 있다.

임대인의 배짱 대응은 A씨만 겪은 일이 아니다. 대학가나 원룸촌에서 부동산 계약에 익숙하지 않은 대학생, 사회초년생을 상대로 소위 배째라식 계약 불이행 행위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전세사기 걱정에 나쁜 집주인까지 대학가 부동산을 멍들게 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임대인 김 모57 씨를 구속 송치하고, 이를 방조한 혐의로 김 씨의 가족 1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김 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경희대학교 등이 있는 동대문구 대학가 일대에서 총 114억원의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검찰에 넘겨졌다.


김 씨는 분양 대금보다 높은 금액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은 뒤,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식으로 임차인 114명으로부터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 피해자는 대부분 한국외대·경희대 재학생으로 알려졌다. 전국 대학가에서도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전세사기 행각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사회에 막 발을 디딘 대학생·대학원생이다.

전세사기 우려가 커지면서 대학가에서는 월세 거주도 늘어나고 있다.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대학가 월세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전용면적 33㎡ 이하·보증금 1000만원 평균 월세는 60만원, 관리비는 7만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만9000원·7만1000원과 비교해 각각 월세는 0.2%, 관리비는 11%씩 상승했다.

전세사기의 여파로 전세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보증금 반환 문제로 임차권 등기에 걸린 매물이 대학가 주변에도 많다 보니 이를 제외한 소수의 매물에 수요가 몰리면서다.


전세사기만 문제가 아니야…세입자 구해오라는 뻔뻔한 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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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대학 인근 원룸 평균 월세·관리비 현황/그래픽=윤선정
전세사기 피해 사태 이후 전세 기피 현상으로 전셋집 수요가 급감하자 집주인들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가 어려워졌다. 임차인이 알아서 다음 세입자를 구해와야 하는 게 일종의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등에서는 방학을 앞두고 거주하는 집에 들어올 사람을 구한다는 글이 하루가 멀다고 올라온다. 방학기간 단기 임대나 A씨처럼 다음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임대차보호법 상 계약종료일에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미루더라도 보증금 반환을 위한 강제력 있는 수단은 보증금반환청구소송뿐이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사회초년생들에게 비용과 시간을 잡아먹는 소송은 그 자체가 부담된다. 나쁜 임대인들은 이런 심리를 악용해 세입자가 스스로 다음 세입자를 구해오도록 길들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임차권등기명령 제도 등을 활용하거나 법적 분쟁을 벌이지 않는 한 보증금을 돌려받는 일은 어렵다고 지적한다. 애초에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임차권등기명령 등의 제도 외엔 강제 집행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세입자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해외 사례처럼 에스크로escrow 계좌를 제도적으로 마련해 중개하는 등 예방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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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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