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우리 방식대로 한다…50년 전 포드에 큰소리 친 남자,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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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하겠다.”
1971년 가을, 현대자동차는 미국 포드와 지분율 50대 50의 합작사를 세우려던 계획을 접었다.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의 기술을 바탕으로 국산 차를 개발하려 했지만, 포드는 계약을 유야무야 미뤘다. 이전까지 포드의 차를 단순 조립하던 현대차는 고유모델 개발이라는 독자노선을 택했다. 국내 첫 고유모델인 포니가 1975년 12월 탄생한 배경이다.
“조선소를 지어 값싸게 배를 만들어주겠다.”
다시 1971년 가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 조선소 건설 차관 제공을 약속한 영국 버클레이은행이 조건을 내걸었다. ‘배를 살 사람이 있다는 증명을 가져올 것.’ 정 회장은 울산 백사장 사진과 유조선 도면을 가지고 그리스 해운재벌 조지 리바노스와 만났다. 정 회장은 배를 지을 독 하나 없는 상태로 세계 최대 해운사로부터 유조선을 수주했다.
당시 한국은 산업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국내 기업이 기술·자본집약적인 조선·자동차 사업을 맨땅에서 일궈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과업으로 여겨졌다. 생전에 정주영 회장은 이렇게 회고했다. “원칙론적으로 보면 한국 경제는 전부 안 될 일 뿐이지 될 일은 하나도 없었다. 자본도, 자원도, 경제전쟁에서 이길 만한 기술 축적도 없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어낸 기적이 일어난 지 약 50년 후 울산에선 또 다른 도전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최상위 모델이 될 ‘GV90’을 양산하기 위한 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벤틀리·마이바흐 등 내로라하는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내놓겠다는 목표다. 진입장벽이 높은 최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일은 보급형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도전적인 과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1년 최첨단 친환경 선박인 메탄올 추진선을 세계 최초로 수주한 이후 현재까지 총 5척의 배를 머스크에 인도했고, 현재 10척을 추가로 건조하고 있다.
수주 산업인 조선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미래선행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새로운 선박에 대한 선주사의 발주가 들어올 때 해당 기술이 없다면 기회를 놓치는 탓이다. HD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한 HD현대의 조선 계열사는 기술 혁신을 통한 초격차에 집중하고 있다.
‘도전정신’으로 대표되는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정신 이면에는 깊은 고민이 배어 있다. 김성훈 울산대 경영대학 교수는 “정 회장의 말이 담긴 자서전·인터뷰·어록 등을 모두 모아 분석해보니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단어는 ‘생각’이었다”면서 “치열한 고민이 있었기에 불가능했던 도전을 성공으로 이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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