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인텔, 군살 도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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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타개 비상 계획 준비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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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3월 자회사로 분사한 FPGA 업체 알테라를 매각할 계획이다. 앞서 인텔이 이 2015년 이 회사를 인수한 지 9년 만이다. FPGA는 추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로, 용도에 맞게 회로를 다시 새겨 넣을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의 한 종류다. 이 같은 특징으로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활용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당장 사정이 안 좋은 인텔은 눈물을 머금고 재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당초 이 사업부의 IPO기업 공개를 고려했지만 다른 반도체 기업에 완전히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잠재적 인수자 중 하나로 마벨 테크놀로지가 거론된다”고 전했다.
인텔이 유럽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공장 투자도 잇따라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게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300억유로약 44조5000억원를 투자해 짓기로 한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이다. 지난해 인텔은 1.5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급 공정을 도입해 독일을 인텔의 유럽 첨단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1년 만에 이 같은 계획이 무산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인텔은 프랑스 파리 인근에 추진하기로 한 AI와 HPC고성능 컴퓨팅 연구·개발 허브 설립 계획을 접었고, 이탈리아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계획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줄줄이 보류하는 건 인텔도 기업의 존망을 두고 팔다리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단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텔은 현 겔싱어 CEO가 2021년 수장 자리에 앉은 뒤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수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총 5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에도 막대한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다만 로이터는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구조 조정안에 파운드리 사업부 매각은 아직 포함돼 있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선을 그었다.
◇반도체 호황 때 홀로 몰락하는 인텔
인텔의 실적 부진은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지난해 불황의 터널을 지나 올해 들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로 역대 최대 실적을 쓰고 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매출이 지난해 대비 100% 안팎 개선되고 있다. 반면 인텔은 올해 들어 부진한 실적을 내며 주가가 50% 이상 하락했다. 30일 기준 주가는 22.04달러로 한창 잘나가던 시기인 1997년 수준이다.
인텔의 끝없는 부진의 원인을 두고 무사안일주의와 관료주의가 고착화된 인텔의 기업 문화가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인텔 이사회에서 립부 탄이 사임했다고 전하며 “반도체 베테랑인 탄 이사가 사임한 것은 인텔의 위험 회피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문화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탄 이사는 세계 3대 전자 설계 자동화 업체로 꼽히는 케이던스 회장 출신이다. 로이터는 “탄 이사는 파운드리를 보다 고객 중심으로 만들고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없애고 싶어 했지만 관철되지 않자 좌절감을 느꼈다”며 “특히 비대해진 인력 구조, 위험 회피적인 문화, 뒤떨어진 AI 전략 등에 실망하고 회사를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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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기자 hi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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