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59% 지하에…과충전 방지 어려운 완속이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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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기차 화재 후 대책 잇달아 나왔지만, 지상화 논의는 미지근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전기차 충전기 10대 중 6대가 지하에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의 화재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당국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지하에 설치된 충전기에 대해선 별다른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전체 전기차 충전기의 약 60%가 지하에 설치됐다.
지하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전체 규모가 파악되기는 처음이다.
지난 7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37만3천961기다.
이 가운데 환경부에서 설치 보조금을 받은 충전기를 중심으로 34만3천889기의 정확한 위치가 확인됐다. 보조금을 받지 않고 설치된 충전기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다.
급속충전기는 조사가 완료된 3만8천348기 중 17.3%인 6천634기가 지하에, 82.7%인 3만1천714기가 지상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속충전기는 33만569기 가운데 63.9%인 19만5천301기가 지하에 설치됐고, 지상 충전기는 36.1%인 11만239기였다.
지하 완속충전기가 절대적으로 많아서 전체 충전기 중 지하 충전기 비율은 58.7%에 달했다.
현재 설치된 완속충전기 대부분은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장착되지 않아서 자체적으로 과충전을 예방하는 기능이 없다.
PLC 모뎀이 있으면 전기차에서 배터리 충전상태 정보를 건네받아 이를 토대로 과충전을 막을 수 있다. 전기차 자체에도 배터리관리시스템BMS으로 충전량을 제한하는 기능이 있어 이중으로 과충전을 방지할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PLC 모뎀이 장착된 스마트 제어 완속충전기만 보급할 계획이다.
기존 완속충전기에 대해선 전체 4만기로 추산되는 설치한 지 5년 이상 된 충전기 중 절반을 내년에 스마트 제어 충전기로 교체하기로 했다.
신축 건물 지하 주차장에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고 확산을 막을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전국 소방서에 전기차 화재 전용 진압장비를 확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제주시의 한 공영주차장 전기차 충전기 옆에 비치된 화재질식소화포 [촬영 전지혜]
다만, 불을 끄기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하에 설치된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기는 방안은 크게 거론되지 않고 있다.
울산, 인천, 전북 전주, 충남 공주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만 공동주택 지하충전기 지상 이전을 지원하거나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정부의 전기차 충전 기반 시설 확충 및 안전 강화 방안에 따라 같은 해 11월 한국전기설비규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새로 건축허가를 받는 건물은 지하 3층까지만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층수를 셀 때 주차구획이 없는 층은 제외하기에 실제로는 지하 3층보다 아래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하 3층 이내는 전문가는 물론 지자체나 정부의 권고보다도 깊다.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제정한 민간 방재기술기준인 한국화재안전기준에는 전기차 충전설비는 지하에 설치하지 않아야 하며, 부득이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 지하 2층 이내에 설치하고 건물 입구나 경사로 근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교육부가 한국화재소방학회와 함께 올해 마련한 교육시설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및 유지관리 안내서에도 지하 2층 이내에서 연기와 가연성 가스 배출이 용이한 바깥공기와 접하는 위치에 충전기를 설치하라고 명시돼 있다.
부산시소방재난본부의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 소방 안전 가이드에는 지하에 충전기를 설치할 때 가급적 주차장 램프 인근 등 외기에 가까운 피난층에 하라고 권고한다.
서울시는 급속충전기 부지 선정 시 가급적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 사이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임 의원은 "그간 전기차 정책이 확대와 보급에만 정책이 매몰돼 화재 예방 등 관리 면에서 허술했다"며 "충전시설 설치 장소별 맞춤 화재 대응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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