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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세제, 부자 감세는 속도전, 소액주주 보호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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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0회 작성일 24-07-04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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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기업에 법인세 세액공제, 주주엔 분리과세 등 혜택 제공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하고 가업상속공제 대폭 확대키로 소액 주주 보호방안은 재탕 또는 미루기로 일관 부자 감세 논란 불 보듯 뻔해…여소야대 국회 통과할까 의문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주가 부양 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정부가 역동경제 로드맵을 통해 기업 밸류업저평가 기업의 주식 가치 제고의 핵심인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다지만, 경영계 입맛 맞춤용 해법으로 야당의 부자 감세 비판을 뚫고 투자자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반기마다 발표되는 경제정책방향은 정부가 펼쳐갈 경제정책의 백과사전과도 같아서 통일된 국정운영 목표 아래 정책을 배열하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역동경제 로드맵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따로 빼 주요 산업 정책을 대거 담았다.


역동경제 로드맵에는 세제 개편을 중심으로 최근 뜨거운 감자인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원방안이 대거 담겼다.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주식시장의 저평가가 계속되면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성장은 물론, 주주로 참여하는 중산층에게도 불리한만큼 경제 혁신의 자양분이 될 자본시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우선 주주환원을 확대한 기업에는 확대한만큼 법인세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밸류업 기업 주주에게는 배당소득세 원천징수세율을 낮춰줄 뿐 아니라 2천만 원 이상 소득을 거두면 분리과세를 이용해 세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추진한다.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기업의 성과를 주주들과 나누지 않는다는 고질병을 해소하도록 독려한다는 취지다.

또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해 상속 부담을 덜고, 가업상속공제 혜택의 대상·한도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경영계에서 과도한 상속 부담 때문에 가업을 잇기 어렵고, 이 때문에 상속 등을 준비할 무렵이면 주식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높일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제기했던 불만을 반영한 조치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김정식 교수는 "고성장 시기에는 글로벌 스탠다드보다 법인세가 높아도 큰 문제가 없었다"며 "고성장 시기에는 투자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과 주식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투자해도 주가 등이 저평가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우리가 저성장 시대로 들어섰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이 굉장히 낮은데 글로벌 스탠다드보다 높게 법인세를 매기고 정부가 규제하면 외국이 투자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에 해외 투자로 전부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밸류업을 하기 위한 정부 규제나 과세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다만 하나같이 경영계가 요구했던 기업 및 기업을 소유한 오너 일가 맞춤 대책들인만큼 부자 감세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예를 들어 밸류업 기업으로부터 배당 증가분을 받는 주주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은 소액 주주로서는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다.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되, 금융소득이 연 2천만 원을 넘어 다른 소득과 합산돼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적용받을 때 25% 세율로 분리과세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데, 소액 주주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특히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적용되는 할증평가를 폐지한 것도 실질과세의 원칙을 어기고 경영계 요구사항을 들어줬다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주식이라도 개인이 갖고 있는 소액 주식은 액면가 그대로지만,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사용되는 대주주의 주식의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다. 경영권 분쟁이 붙기라도 하면 주식가격은 순식간에 치솟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감안해 기업의 소유주인 최대주주가 손에 쥔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에는 20% 더 비싼 값으로 따로 할증 계산해 세금을 매긴다.

기획재정부 정정훈 세제실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은 실제 시장에서 협상으로 결정되지, 일률적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다"며 "실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거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할 경우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고 반박했다.

또 "외국도 할증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고,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경우는 아주 예외적"이라며 "일률적인 할증평가야말로 실질과세, 공평과세 원칙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즉 경영권 프리미엄의 정확한 가치를 일일이 계산하기 어렵고, 상황에 따라서는 실제보다 더 싼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하기 때문에 할증평가가 오히려 역차별을 부를 수도 있다는 주장으로, 해외에서도 일부

하지만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주식시장이 발전한 미국도 할증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걷지 않겠다는 말은 세제 당국으로서 해서는 안 될 무책임한 얘기"라고 비판했다.

또 "현재의 최대주주 프리미엄에 대한 20% 할증은 평균적인 계산에서 나온 보수적인 수치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단지 초부자 감세를 해주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업상속공제대상을 사실상 대기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업으로 확대한 것도 논란거리다. 애초 가업상속공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공제대상은 5년 이상 운영한 중소기업으로, 공제한도액도 1억 원에 불과했다. 반면 현행 제도에서는 매출액 5천억 원 미만 중견기업까지 혜택이 적용되고, 한도액도 600억 원에 달한다.

가업상속공제는 단순히 기업 소유주 일가의 사적 이익 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상속 도중 자칫 공중분해되지 않도록 해 고용을 유지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공적 가치도 지키기 위한 제도다. 그럼에도 기존 규제를 대폭 완화한 조치는 과도한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현재 정부 재정이 역대급 세수 펑크가 벌어졌던 지난해보다 더 악화된 마당에 과도한 감세 정책이 적절할 지도 의문이다.

이미 정부는 올해 세수가 결손될 위기 상태라고 공식 인정하고, 세제 당국 내부에 조기경보시스템EWS을 발동했다. 올해 1월~5월 누계 국세수입은 151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 1천억 원 감소했다. 이로 인해 올해 예산안에서 계획한 국세 수입 대비 세수 진도율은 41.1%에 그쳐 지난해 46.6%는 물론, 최근 5년 평균 진도율 47.0%보다 5.9%p 낮다.

한편 이날 역동경제 로드맵에는 소액 일반 주주의 권리를 보장할 방안도 함께 언급됐다. 우선 이사의 사익 추구 규제를 위해 도입한 기회 유용 금지상법 392조 조항을 개선해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명시하도록 상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해 소액 주주의 참여 문턱을 낮추고, 주총 기준일 효력 기간을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한다. 물적 분할을 할 때도 반대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전자주총과 반대주주 주식 매수 청구권은 법무부가 이미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사안을 다시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

기회 유용 금지에 관한 상법 개정안의 경우에도 기재부 김병환 1차관은 사전브리핑에서 "상법과 관련해서는 지금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고, 좀 더 그 과정에서 논의를 거쳐서 정부 입장을 어느 시점에는정하지 않겠나"라며 "지금 현재로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입장을 가지고 내용에 반영한 것은 아니다"라며 거리를 뒀다.

관건은 국회다. 밸류업 기업에 대한 위의 각종 세제혜택은 하나같이 조세특례제한법이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사항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및 상속세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에 대해 부자감세로 규정한 마당에,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돌파하고 정부안대로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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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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