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네덜란드 ASML쇼크의 진짜 이유…D램을 읽는 다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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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의 최고 경쟁력이던 D램이 망가진다는 얘기를 합니다. 질문은 너무 많고, 답은 거의 없습니다. 오늘 레터는 ‘D램’입니다. 스타트업의 임직원이란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종종 테크놀로지의 미래를 물어옵니다. 요즘은 주로 ‘삼성전자 정말 위험한거야’ 이겠죠.
현업·현장의 스타트업 C레벨이 삼성전자의 D램 걱정까지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대다수 C레벨의 정보라는게 ‘네이버에 나오는 기사의 걱정 수준’일텐데, 무엇인가 인사이트를 바라는 ‘테크놀로지의 미래’ 질문에는 난감합니다.
오늘 레터는 ‘네이버에 나오는 기사 관점’과는 살짝 다른 ‘D램을 보는 시각’입니다. 스타트업 C레벨이 삼성 걱정하는건, 정말 ‘나랏님 걱정’이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반도체는 알아둬서 손해는 없습니다.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 어떤 대목에서 돌연 부딪칠지도 모르는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고백컨데, 쫌아는기자들 레터의 결론은 ‘모른다’입니다. 모컨스탠리부터 삼성증권까지, 그리고 D램 제조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까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제3자가 ‘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입니다. 다만, ‘살짝 다른 D램을 보는 시각’을 제시하는게 이번 레터의 취지입니다.
1.’반도체 장비 시장의 큰손’이 중국이라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독해해야하나.
일본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스크린홀딩스·디스코·어드밴테스트의 현재 주가는 올해 고점과 비교해 30~40%씩 떨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인공지능AI 버블론’을 떠올릴테지만 그것과는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예컨대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로 올랐던 주가가, 이제 생각보다 AI 투자 속도가 안 붙을 것 같으니, 주가도 떨어진다’는 논리와는 무관합니다.
중국 이슈예요. 쭉 올라가던 일본 반도체 주가가 꺾인건, 7월 중순인데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뉴스가 나오면서입니다. 미국의 규제 강화 탓에 중국 반도체 기업이 구매하는 반도체 장비 금액이 꺾일 수 있다는 거죠.
일본 반도체 장비 4대 강자의 중국 비중을 보죠. 도쿄일렉트론중국 비중 50%, 올 2분기 기준·스크린홀딩스51%·디스코32%·어드밴테스트26%입니다. 세계 1위인 네덜란드 ASML은 49%이며 2위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는 32%입니다. 정말 높네요. 전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에게 중국이 가장 큰 손입니다.
잠깐만요, 굉장히 기이하지 않나요? 중국은 반도체 제조 산업에서 5%에 불과한 마이너입니다. 당연히 지금까지는 미국 인텔,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3사가 세계 반도체 장비의 큰 손이었죠. 당연히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을 가져가는 3사였고, 그 돈으로 투자도 가장 많이 했으니, 반도체 장비도 제일 많이 구매했습니다. 이제야 막 반도체 시장에 들어와서, ‘4등이네, 5등이네’, 드디어 ‘3등 할지도 모른다’는 중국과는 레벨이 다릅니다.
기껏 세계 반도체 제조시장에서 5%에 불과한 중국. 하지만 일본반도체제조장치 협회SEAJ의 통계를 보면, 2024년 1~6월 반도체 장치 판매에서 중국 비중은 무려 46%예요. 작년 같은 기간25%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죠. 전년보다 대략 두 배 정도 반도체를 사간 겁니다. 한국요? 장비 구매액 점유율은 18%예요. TSMC의 대만요? 12%입니다. 수십조원씩 투자한다는 한국·대만보다도 월등히 반도체 장비를 많이 샀습니다.
D램 위기론, 좀더 확대하면 반도체 위기론은 ‘중국의 과잉 생산’이니 일리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시장에선 돈은 5%만 가져가는 마이너가 ‘쓰는 돈은 50%’인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쓰는 돈 50%’가 결국 나중에 ‘공급 물량’으로 들어오면 재앙입니다. 중국이 바보는 아닐텐데, 쓴 돈은 무엇이 됐든 공급으로 돌아올 것이다라는 논리, 일리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미국이 ‘첨단 장비는 중국의 어느 반도체 기업에는 팔지 말라’라는 칼을 들 때마다 전세계 반도체 장비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3총사는 파운드리엔 SMIC, D램은 CXMT, 낸드는 YMTC입니다.
아이러니는 ‘미국 규제의 패러독스’입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규제가 무서워서, 구형 반도체 장비라도 살 수 있을 때 많이 사두자는 분위기입니다. 누가봐도 실수요를 넘는 구매입니다. 아예 나중에 규제 맞을까봐, 따로 회사를 만드는 방식도 진행합니다. 그런데 전세계 반도체 장비 회사들은 ‘암묵적으로 모른 척’ 합니다. 환전이 가능한 돈에는 ‘국적’이 없습니다.
15일 터진, 이른바 ‘ASML 쇼크’도 같은 맥락입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15일에 ‘2025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해 발표했습니다. 주가가 16%나 급락했고, 이후 전세계 반도체 주가가 휘청했죠.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가 ‘내년 실적이 생각보다 나쁠 것’이라고 예상했으니, 당연히 반도체 경기의 침체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초 ‘2025년은 최대 400억 유로의 매출’를 낸다던 ASML이 이를 ‘최대 350억 유로’로 하향했습니다. 내년 이익율 전망도 54~56%에서 51~53%로 수정했습니다.
ASML은 실제로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예상을 밑도는 숫자를 내놨습니다. 늘어났긴 해지만, ‘생각보다는 적게 늘었다’는 겁니다. 3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늘어난 74억6700만 유로, 순이익은 10% 증가한 20억7600만 유로였죠.
핵심은 신규 수주 감소입니다. 3분기의 신규 수주는 약 26억 유로에 불과했습니다. 애널리스트 전망은 약 56억 유로였는데 반토막이었죠. ‘앞으로 안좋다’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질문은 ‘왜 신규 수주가 줄었는가’입니다. 역시 인공지능AI 거품론인가? 반도체 얘기할때마다 도돌이표처럼 등장하는 ‘AI거품론’?
아까 말한 대목 기억하나요? 3분기의 ASML 매출 가운데 절반이 중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요. 알고보니 ASML의 최첨단 제품인 EUV 노광장치는 미국의 규제로 중국에 못팔지만, 규제 대상이 아닌 구형 장비는 엄청나게 중국에 팔았던 것이다. 비싸게 팔았습니다. 마진도 넉넉하게. ASML의 ‘현금 박스’는 구형 장비의 중국 판매였던 거죠. ‘전세계에서 ASML가 유일하게 만드는 최첨단 EUV 노광장치’가 아니라요.
ASML측은 “내년에는 중국의 비중이 약 2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쫌아는기자들은 결국 ASML쇼크의 본질은 신규 수주의 감소라고 봅니다. ‘중국의 이상한 구매가 상당부분 사라졌다’는 의미로 해석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반대로, 급한 마음에 사재기를 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쓸 수 있는 돈의 범위에서 살만큼 샀다’ 일수도 있고요. 그것도 아니면 ‘막상 샀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 SMIC, CXMT, YMTC의 상황은 각각 다른 것으로 추정합니다.
2.CXMT의 돈, 어디까지 ‘적자’를 감내할 수 있을까.
요즘 D램 위기론의 실체는 중국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죠. CXMT가 레거시 반도체, 그러니까 DDR4를 대량 생산하면서 D램 가격 질서가 무너졌다는 겁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의 3사 과점 체제가 무너진다는 시그널이죠. 현재의 D램 질서 종언을 말하기도 합니다.
사실 3사 과점은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너무나도 큰’ D램 시장의 약점을 커버하고 있었죠. 공급이 많아지면 3사가 ‘감산’에 나서면서 수요-공급을 맞췄고, 반도체의 사이클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치킨 게임’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CXMT가 무한정 D램을 찍어대기 시작하면, 3사 과점은 무너지고, 과거와 같은 ‘치킨게임’의 시대가 재현될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다음번 치킨게임은 삼성전자 마음대로 안된다. 예전엔 삼성전자가 ‘최대의 규모의 경제’를 가진 본인도 손해보는 D램 가격을 유지하면서 가장 경쟁력이 약한 한곳이 죽을때까지 밀어붙였다. 하나씩 죽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2위,3위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HBM이란 무기를 쥐었기 때문에 그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국이다. 중국의 CXMT는 돈이 마르지 않는다. 왜냐면 그건 중국 정부의 돈이니까. 돈을 모두 마를때까지 밀어붙이는 치킨게임이 또 발생하면, 4위인 CXMT가 아니라, 다른 3강이 흔들릴지 모른다’라는 식입니다.
의문의 시작은 ‘규모의 경제’인 D램에서 후발주자인 CXMT는 ‘돈’을 얼마나 들고 있을까’라는 대목이다. 아까 봤듯이 CXMT는 엄청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건 팩트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12인치 기준으로 월 68만장의 웨이퍼를 투입하는 규모이며, 세계 D램 웨이퍼 투입량의 37%입니다. 그런데 CXMT는 2022년 월 5만장이었다가 올 4분기에는 월 21만장까지 늘린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년에는 월 30만장까지 늘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죠. D램 3위인 미국 마이크론월33만5000장를 바싹 따라온 것입니다. 3강 체제가 붕괴하고 4강으로 전환하는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미세공정’과 ‘수율’의 차이 때문에 웨이퍼 투입량이 고스란히 생산량으로 이어지진 않을 겁니다. 후발주자인 CXMT는 미세공정과 수율이 모두 ‘3강’보다는 한수 아래인게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엄청나게 빠르게 늘린 ‘규모의 경제’는 무섭습니다.
비상장 기업인 CXMT의 매출과 영업이익·손실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반도체 라인을 깔았으니 감가상각도 더 많이 해야하고, 수율이 낮으니 공장 돌릴 때 나오는 불량품도 경쟁사보다 많인데다, 기껏 완성품이 나와도 레거시 반도체인지라 저렴한 제품입니다. 심지어 같은 범용품인데도 후발주자라면서 고객들은 조금더 낮은 가격을 요구합니다. 여기에 CXMT가 많이 찍으면 찍을수록 DDR4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죠. 자신이 수요-공급을 깼으니, 따로 할말도 없습니다만.
대체 적자는 어느 정도를 보고 있을까. 한 증권사가 분석 리포트에서 ‘분기별 2조원 적자 예상’이라는 한 문구를 쓰긴 했지만 불분명합니다. 확실한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강이 모두 D램 흑자인 상황에서 혼자만 적자라는 사실이다. 만의 하나, 분기 적자 2조원 이상이라면 1년이면 8조원이란 적자를 떠앉아야합니다. 매출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CXMT의 매출이 적자 규모보다도 적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합니다. 회계상 위험한 기업인 셈이죠.
과연 적자를 버틸 현금은 얼마가 있을까. 역시 명확한 정보는 없지만, 미국·일본·대만의 최근 보도에서 공개된 내용만 취합하면 이렇습니다. CXMT는 올 3월에 108위안약 15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미국 CB인사이트는 이 투자가 시리즈E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CB인사이트는 CXMT가 총 8번의 투자 라운드를 통해 누적으로 약 60억 달러를 받았다고 추정했습니다.
이게 전부는 당연히 아니겠죠. 적어도 작년 11월의 중국 정부 투자는 CXMT의 몫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중국 정부펀드가 주도해 390억 위안약 53억 달러를 CXST라는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CXMT로 알려졌고, 두 회사의 대표가 동일 인물로 보입니다. CXST는 현재 CXMT가 D램 공장을 돌리고 있는 중국 허페이에 D램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혹시 미국이 CXMT를 제재했을 때 잠시 피해갈 루트’가 CXST일지 모릅니다.
결론은 공개된 투자 정보만으론, CXMT는 적자를 버틸 현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큽니다. 작년 3월에 블룸버그통신은 CXMT가 중국판 나스닥인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혁신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죠. 당시 창업 6년차인 CXMT가 1000억 위안약 19조원의 기업 가치를 받을 것이라고도 했죠. 하지만 CXMT의 상장 얘기는 감감 무소식입니다.
중국 정부는 적자 기업에 정말 무한하게 자금을 지원할까요? 각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또하나는 미국 정부가 SMIC를 콕 집어서 규제했듯이, D램의 CXMT도 타깃 규제할까요? 아니면 한동안 내버려둘까요?
3. 모건스탠리의 ‘Winter Looms’와 삼성증권의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날 때’.
쫌아는기자들이 주목한 ‘반도체 관련 리포트 2제’입니다. 먼저 1번과 2번을 함께 보면, ‘결국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내년에 장비 구매를 덜한다는 얘기 아닌가’란 생각이 들지 않나요. 너무 많이 사놔서인지, 슬슬 ‘돈’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숨고르기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폭풍처럼 비상식적인 장비 구매와 투자가 내년에 줄어든다니, 2~3년뒤에는 엄청난 물량 걱정은 다소 가라앉을지도요. 물론 올해까지 지난 2~3년간 투입한 돈이 그대로 ‘수요-공급 파괴’할 물량으로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무섭죠. 이 얘기는 생략. 네이버에 참 많이 나오니까.
9월 15일자 모건스탠리 리포트의 주장은 3가지입니다. AI버블론. AI 투자가 둔화하니, HBM도 둔화한다. PC나 스마트폰이 잘 안 팔리니, 범용 D램 수요가 침체된다. 중국의 CXMT가 등장했다.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는 그래서 12만원이라는 결론입니다. 현재 주가가 18만~19만원인데, 혹독한 전망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예전에 ‘Winter is coming’이란 리포트로 단숨에 반도체 경기 전망을 바꿔버렸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당시 반도체 주가도 난리였습니다. 돌아보면 모건스탠리의 주장이 팩트에 가까웠으며, 그걸 기억하기에 이번에도 시장이 동요했습니다. 참, 모건스탠리 반도체 리포트 중에는 되돌아보면 틀린 것도 꽤 많습니다만.
9월 26일자 삼성증권 리포트는 이런 모건스탠리 리포트를 봤을텐데도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를 분석하면서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날 때’라면서 반론을 제기합니다. 복잡한 글이지만, 쫌아는기자들이 독해한 핵심은 2가지 입니다. D램 수요는 생각보다 세고, 3강의 공급 조절도 먹히고 있다. DDR4? 그거 D램 전체 시장의 10%대 밖에 안된다. 내년 D램 생산량 증가가 시장 전망전년 대비 20%보다 낮은 15%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고객사의 D램 제고도 대부분 DDR4라는 얘기죠. 결론은 ‘과거의 관성이 이번 사이클에도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 약한 시기는 짧게 지나갈 것이다’는 겁니다.
결론은 ‘모른다’입니다만, 어떠신가요? 머리 식히는 용도로는 괜찮았나요? 잠깐 시간을 내서 네이버와 구글 검색해보시죠. 주변에 반도체 스타트업의 지인에게 물어보시죠. 피드백startup@chosun.com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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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업 기자 u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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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의 최고 경쟁력이던 D램이 망가진다는 얘기를 합니다. 질문은 너무 많고, 답은 거의 없습니다. 오늘 레터는 ‘D램’입니다. 스타트업의 임직원이란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종종 테크놀로지의 미래를 물어옵니다. 요즘은 주로 ‘삼성전자 정말 위험한거야’ 이겠죠.
현업·현장의 스타트업 C레벨이 삼성전자의 D램 걱정까지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대다수 C레벨의 정보라는게 ‘네이버에 나오는 기사의 걱정 수준’일텐데, 무엇인가 인사이트를 바라는 ‘테크놀로지의 미래’ 질문에는 난감합니다.
오늘 레터는 ‘네이버에 나오는 기사 관점’과는 살짝 다른 ‘D램을 보는 시각’입니다. 스타트업 C레벨이 삼성 걱정하는건, 정말 ‘나랏님 걱정’이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반도체는 알아둬서 손해는 없습니다.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 어떤 대목에서 돌연 부딪칠지도 모르는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고백컨데, 쫌아는기자들 레터의 결론은 ‘모른다’입니다. 모컨스탠리부터 삼성증권까지, 그리고 D램 제조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까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제3자가 ‘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입니다. 다만, ‘살짝 다른 D램을 보는 시각’을 제시하는게 이번 레터의 취지입니다.
1.’반도체 장비 시장의 큰손’이 중국이라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독해해야하나.
일본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스크린홀딩스·디스코·어드밴테스트의 현재 주가는 올해 고점과 비교해 30~40%씩 떨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인공지능AI 버블론’을 떠올릴테지만 그것과는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예컨대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로 올랐던 주가가, 이제 생각보다 AI 투자 속도가 안 붙을 것 같으니, 주가도 떨어진다’는 논리와는 무관합니다.
중국 이슈예요. 쭉 올라가던 일본 반도체 주가가 꺾인건, 7월 중순인데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뉴스가 나오면서입니다. 미국의 규제 강화 탓에 중국 반도체 기업이 구매하는 반도체 장비 금액이 꺾일 수 있다는 거죠.
일본 반도체 장비 4대 강자의 중국 비중을 보죠. 도쿄일렉트론중국 비중 50%, 올 2분기 기준·스크린홀딩스51%·디스코32%·어드밴테스트26%입니다. 세계 1위인 네덜란드 ASML은 49%이며 2위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는 32%입니다. 정말 높네요. 전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에게 중국이 가장 큰 손입니다.
잠깐만요, 굉장히 기이하지 않나요? 중국은 반도체 제조 산업에서 5%에 불과한 마이너입니다. 당연히 지금까지는 미국 인텔,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3사가 세계 반도체 장비의 큰 손이었죠. 당연히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을 가져가는 3사였고, 그 돈으로 투자도 가장 많이 했으니, 반도체 장비도 제일 많이 구매했습니다. 이제야 막 반도체 시장에 들어와서, ‘4등이네, 5등이네’, 드디어 ‘3등 할지도 모른다’는 중국과는 레벨이 다릅니다.
기껏 세계 반도체 제조시장에서 5%에 불과한 중국. 하지만 일본반도체제조장치 협회SEAJ의 통계를 보면, 2024년 1~6월 반도체 장치 판매에서 중국 비중은 무려 46%예요. 작년 같은 기간25%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죠. 전년보다 대략 두 배 정도 반도체를 사간 겁니다. 한국요? 장비 구매액 점유율은 18%예요. TSMC의 대만요? 12%입니다. 수십조원씩 투자한다는 한국·대만보다도 월등히 반도체 장비를 많이 샀습니다.
D램 위기론, 좀더 확대하면 반도체 위기론은 ‘중국의 과잉 생산’이니 일리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시장에선 돈은 5%만 가져가는 마이너가 ‘쓰는 돈은 50%’인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쓰는 돈 50%’가 결국 나중에 ‘공급 물량’으로 들어오면 재앙입니다. 중국이 바보는 아닐텐데, 쓴 돈은 무엇이 됐든 공급으로 돌아올 것이다라는 논리, 일리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미국이 ‘첨단 장비는 중국의 어느 반도체 기업에는 팔지 말라’라는 칼을 들 때마다 전세계 반도체 장비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3총사는 파운드리엔 SMIC, D램은 CXMT, 낸드는 YMTC입니다.
아이러니는 ‘미국 규제의 패러독스’입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규제가 무서워서, 구형 반도체 장비라도 살 수 있을 때 많이 사두자는 분위기입니다. 누가봐도 실수요를 넘는 구매입니다. 아예 나중에 규제 맞을까봐, 따로 회사를 만드는 방식도 진행합니다. 그런데 전세계 반도체 장비 회사들은 ‘암묵적으로 모른 척’ 합니다. 환전이 가능한 돈에는 ‘국적’이 없습니다.
15일 터진, 이른바 ‘ASML 쇼크’도 같은 맥락입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15일에 ‘2025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해 발표했습니다. 주가가 16%나 급락했고, 이후 전세계 반도체 주가가 휘청했죠.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가 ‘내년 실적이 생각보다 나쁠 것’이라고 예상했으니, 당연히 반도체 경기의 침체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초 ‘2025년은 최대 400억 유로의 매출’를 낸다던 ASML이 이를 ‘최대 350억 유로’로 하향했습니다. 내년 이익율 전망도 54~56%에서 51~53%로 수정했습니다.
ASML은 실제로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예상을 밑도는 숫자를 내놨습니다. 늘어났긴 해지만, ‘생각보다는 적게 늘었다’는 겁니다. 3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늘어난 74억6700만 유로, 순이익은 10% 증가한 20억7600만 유로였죠.
핵심은 신규 수주 감소입니다. 3분기의 신규 수주는 약 26억 유로에 불과했습니다. 애널리스트 전망은 약 56억 유로였는데 반토막이었죠. ‘앞으로 안좋다’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질문은 ‘왜 신규 수주가 줄었는가’입니다. 역시 인공지능AI 거품론인가? 반도체 얘기할때마다 도돌이표처럼 등장하는 ‘AI거품론’?
아까 말한 대목 기억하나요? 3분기의 ASML 매출 가운데 절반이 중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요. 알고보니 ASML의 최첨단 제품인 EUV 노광장치는 미국의 규제로 중국에 못팔지만, 규제 대상이 아닌 구형 장비는 엄청나게 중국에 팔았던 것이다. 비싸게 팔았습니다. 마진도 넉넉하게. ASML의 ‘현금 박스’는 구형 장비의 중국 판매였던 거죠. ‘전세계에서 ASML가 유일하게 만드는 최첨단 EUV 노광장치’가 아니라요.
ASML측은 “내년에는 중국의 비중이 약 2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쫌아는기자들은 결국 ASML쇼크의 본질은 신규 수주의 감소라고 봅니다. ‘중국의 이상한 구매가 상당부분 사라졌다’는 의미로 해석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반대로, 급한 마음에 사재기를 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쓸 수 있는 돈의 범위에서 살만큼 샀다’ 일수도 있고요. 그것도 아니면 ‘막상 샀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 SMIC, CXMT, YMTC의 상황은 각각 다른 것으로 추정합니다.
요즘 D램 위기론의 실체는 중국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죠. CXMT가 레거시 반도체, 그러니까 DDR4를 대량 생산하면서 D램 가격 질서가 무너졌다는 겁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의 3사 과점 체제가 무너진다는 시그널이죠. 현재의 D램 질서 종언을 말하기도 합니다.
사실 3사 과점은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너무나도 큰’ D램 시장의 약점을 커버하고 있었죠. 공급이 많아지면 3사가 ‘감산’에 나서면서 수요-공급을 맞췄고, 반도체의 사이클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치킨 게임’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CXMT가 무한정 D램을 찍어대기 시작하면, 3사 과점은 무너지고, 과거와 같은 ‘치킨게임’의 시대가 재현될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다음번 치킨게임은 삼성전자 마음대로 안된다. 예전엔 삼성전자가 ‘최대의 규모의 경제’를 가진 본인도 손해보는 D램 가격을 유지하면서 가장 경쟁력이 약한 한곳이 죽을때까지 밀어붙였다. 하나씩 죽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2위,3위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HBM이란 무기를 쥐었기 때문에 그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국이다. 중국의 CXMT는 돈이 마르지 않는다. 왜냐면 그건 중국 정부의 돈이니까. 돈을 모두 마를때까지 밀어붙이는 치킨게임이 또 발생하면, 4위인 CXMT가 아니라, 다른 3강이 흔들릴지 모른다’라는 식입니다.
의문의 시작은 ‘규모의 경제’인 D램에서 후발주자인 CXMT는 ‘돈’을 얼마나 들고 있을까’라는 대목이다. 아까 봤듯이 CXMT는 엄청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건 팩트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12인치 기준으로 월 68만장의 웨이퍼를 투입하는 규모이며, 세계 D램 웨이퍼 투입량의 37%입니다. 그런데 CXMT는 2022년 월 5만장이었다가 올 4분기에는 월 21만장까지 늘린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년에는 월 30만장까지 늘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죠. D램 3위인 미국 마이크론월33만5000장를 바싹 따라온 것입니다. 3강 체제가 붕괴하고 4강으로 전환하는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미세공정’과 ‘수율’의 차이 때문에 웨이퍼 투입량이 고스란히 생산량으로 이어지진 않을 겁니다. 후발주자인 CXMT는 미세공정과 수율이 모두 ‘3강’보다는 한수 아래인게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엄청나게 빠르게 늘린 ‘규모의 경제’는 무섭습니다.
비상장 기업인 CXMT의 매출과 영업이익·손실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반도체 라인을 깔았으니 감가상각도 더 많이 해야하고, 수율이 낮으니 공장 돌릴 때 나오는 불량품도 경쟁사보다 많인데다, 기껏 완성품이 나와도 레거시 반도체인지라 저렴한 제품입니다. 심지어 같은 범용품인데도 후발주자라면서 고객들은 조금더 낮은 가격을 요구합니다. 여기에 CXMT가 많이 찍으면 찍을수록 DDR4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죠. 자신이 수요-공급을 깼으니, 따로 할말도 없습니다만.
대체 적자는 어느 정도를 보고 있을까. 한 증권사가 분석 리포트에서 ‘분기별 2조원 적자 예상’이라는 한 문구를 쓰긴 했지만 불분명합니다. 확실한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강이 모두 D램 흑자인 상황에서 혼자만 적자라는 사실이다. 만의 하나, 분기 적자 2조원 이상이라면 1년이면 8조원이란 적자를 떠앉아야합니다. 매출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CXMT의 매출이 적자 규모보다도 적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합니다. 회계상 위험한 기업인 셈이죠.
과연 적자를 버틸 현금은 얼마가 있을까. 역시 명확한 정보는 없지만, 미국·일본·대만의 최근 보도에서 공개된 내용만 취합하면 이렇습니다. CXMT는 올 3월에 108위안약 15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미국 CB인사이트는 이 투자가 시리즈E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CB인사이트는 CXMT가 총 8번의 투자 라운드를 통해 누적으로 약 60억 달러를 받았다고 추정했습니다.
이게 전부는 당연히 아니겠죠. 적어도 작년 11월의 중국 정부 투자는 CXMT의 몫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중국 정부펀드가 주도해 390억 위안약 53억 달러를 CXST라는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CXMT로 알려졌고, 두 회사의 대표가 동일 인물로 보입니다. CXST는 현재 CXMT가 D램 공장을 돌리고 있는 중국 허페이에 D램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혹시 미국이 CXMT를 제재했을 때 잠시 피해갈 루트’가 CXST일지 모릅니다.
결론은 공개된 투자 정보만으론, CXMT는 적자를 버틸 현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큽니다. 작년 3월에 블룸버그통신은 CXMT가 중국판 나스닥인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혁신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죠. 당시 창업 6년차인 CXMT가 1000억 위안약 19조원의 기업 가치를 받을 것이라고도 했죠. 하지만 CXMT의 상장 얘기는 감감 무소식입니다.
중국 정부는 적자 기업에 정말 무한하게 자금을 지원할까요? 각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또하나는 미국 정부가 SMIC를 콕 집어서 규제했듯이, D램의 CXMT도 타깃 규제할까요? 아니면 한동안 내버려둘까요?
3. 모건스탠리의 ‘Winter Looms’와 삼성증권의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날 때’.
쫌아는기자들이 주목한 ‘반도체 관련 리포트 2제’입니다. 먼저 1번과 2번을 함께 보면, ‘결국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내년에 장비 구매를 덜한다는 얘기 아닌가’란 생각이 들지 않나요. 너무 많이 사놔서인지, 슬슬 ‘돈’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숨고르기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폭풍처럼 비상식적인 장비 구매와 투자가 내년에 줄어든다니, 2~3년뒤에는 엄청난 물량 걱정은 다소 가라앉을지도요. 물론 올해까지 지난 2~3년간 투입한 돈이 그대로 ‘수요-공급 파괴’할 물량으로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무섭죠. 이 얘기는 생략. 네이버에 참 많이 나오니까.
9월 15일자 모건스탠리 리포트의 주장은 3가지입니다. AI버블론. AI 투자가 둔화하니, HBM도 둔화한다. PC나 스마트폰이 잘 안 팔리니, 범용 D램 수요가 침체된다. 중국의 CXMT가 등장했다.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는 그래서 12만원이라는 결론입니다. 현재 주가가 18만~19만원인데, 혹독한 전망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예전에 ‘Winter is coming’이란 리포트로 단숨에 반도체 경기 전망을 바꿔버렸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당시 반도체 주가도 난리였습니다. 돌아보면 모건스탠리의 주장이 팩트에 가까웠으며, 그걸 기억하기에 이번에도 시장이 동요했습니다. 참, 모건스탠리 반도체 리포트 중에는 되돌아보면 틀린 것도 꽤 많습니다만.
9월 26일자 삼성증권 리포트는 이런 모건스탠리 리포트를 봤을텐데도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를 분석하면서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날 때’라면서 반론을 제기합니다. 복잡한 글이지만, 쫌아는기자들이 독해한 핵심은 2가지 입니다. D램 수요는 생각보다 세고, 3강의 공급 조절도 먹히고 있다. DDR4? 그거 D램 전체 시장의 10%대 밖에 안된다. 내년 D램 생산량 증가가 시장 전망전년 대비 20%보다 낮은 15%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고객사의 D램 제고도 대부분 DDR4라는 얘기죠. 결론은 ‘과거의 관성이 이번 사이클에도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 약한 시기는 짧게 지나갈 것이다’는 겁니다.
결론은 ‘모른다’입니다만, 어떠신가요? 머리 식히는 용도로는 괜찮았나요? 잠깐 시간을 내서 네이버와 구글 검색해보시죠. 주변에 반도체 스타트업의 지인에게 물어보시죠. 피드백startup@chosun.com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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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업 기자 u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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