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또 적자"…높아진 원가율에 골머리 앓는 중견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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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정영희 기자]
올해 상반기 다수의 국내 중견 건설사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고금리 등으로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연합뉴스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중견 건설사의 표정이 밝지 않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분양시장 부진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져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오롱글로벌 건설부문의 영업이익은 5억 원으로 전년 동기264억 원 대비 98.1% 급감했다.
대형 현장 공정과 신규 프로젝트 착공 영향으로 매출액은 지난해 1~6월 1조3021억 원에서 올 상반기 1조4988억 원으로 1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율매출 대비 매출원가이 91.6%에서 93.8% 오르며 발목을 잡았다. 매출원가가 상승하면 수주가 늘더라도 순이익까지 연결되기가 어렵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윈은 "주택 종료 임박 현장의 매출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원가율이 상승, 영업이익은 급감했다"며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등 건설 비용이 안정화 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해 금융비용 부담이 이어지겠지만 입주 사이클이 도래하면 현금 흐름은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금호건설의 매출은 1조8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0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영업손실 299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금호건설 또한 높은 원가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반기 전체 매출원가율은 99.5%에 달했다. 아파트를 지어도 남는 돈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주택 부문에선 준공지연 관련 손실과 원가 현실화 등 약 40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손실이 더욱 컸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302.7%로 지난해 말260.2% 대비 42.5%포인트p 급등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탓에 자본총계엔 변화가 없는데 순차입금이 갑자기 늘었기 때문이다. 금호건설의 순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말27.3%보다 15.6%포인트 뛴 42.9%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이 반영된 신규수주 물량이 점차 매출화되면서 향후 영업이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22위에 이름을 올린 동부건설 역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하며 8643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5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101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적자전환했다.
적자 원인으로는 치솟은 원가율과 대손상각비가 꼽힌다. 동부건설의 올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전년 동기93.5% 대비 6.7%포인트p 증가한 100.2%다.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미분양 장기화 등으로 회수 불가능한 채권을 비용처리하는 대손상각비의 증가폭이 컸다. 지난해 상반기 7억 원 수준이었으나 1년 만에 52억 원까지 뛰었다.
동부건설은 수주 다각화를 통해 주택 시장에서의 손실을 메운다는 전략이다. 이달 초까지의 수주액은 약 1조7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공공공사 수주액만 9000억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비주택 부문인 토목과 플랜트공사 매출 비중도 늘려가고 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사 경험과 실적을 토대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공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신규 영업망을 구축해 공공공사ㆍ플랜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던 신세계건설은 올 상반기에도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7989억 원보다 46.4% 내린 428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643억 원인데, 이는 432억 원에서 48.8% 급등한 수치다. 매출원가율은 103.2%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4%포인트 늘었다.
지난 3월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분양 현장 관련 손실 인식에 따른 거액의 영업적자와 지방 주택사업장의 저조한 분양실적으로 인한 재무부담을 이유로 내세웠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6월 65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계열 차원의 직간접적인 지원도 잇따랐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을 통해 순현금 약 660억 원을 유입했으며 2000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 산업은행과 신세계아이앤씨가 전액 인수했다.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1820억 원으로 레저부문을 매각하기도 했다.
이승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진행 사업장 대부분의 원가율이 100% 내외에 이르고 있고 PF보증금액이 증가한 상황에서 분양실적, 수익성 개선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PF우발채무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될 경우 추가적인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폭등한 원자재 가격이 안정 상태로 접어들어 원가율이 낮아질 때까지 중견 건설사 위기는 당분간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통계청 건설공사비지수 분석 결과 2020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건설 물가는 35.6%, 공사비 지수 25.8% 만큼 각각 상승하며 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업계 재무건전성 수준은 외환위기를 겪고 난 직후인 2000년대 초반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수준보다도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이라며 "부동산 경기 하강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건설경기 회복세를 위해서는 민간중심의 건축물량 확대가 중요한데 부동산 PF 불확실성에 따라 큰 폭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며 "PF 옥석가리기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건설업계 심리까지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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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중견 건설사의 표정이 밝지 않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분양시장 부진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져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오롱글로벌 건설부문의 영업이익은 5억 원으로 전년 동기264억 원 대비 98.1% 급감했다.
대형 현장 공정과 신규 프로젝트 착공 영향으로 매출액은 지난해 1~6월 1조3021억 원에서 올 상반기 1조4988억 원으로 1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율매출 대비 매출원가이 91.6%에서 93.8% 오르며 발목을 잡았다. 매출원가가 상승하면 수주가 늘더라도 순이익까지 연결되기가 어렵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윈은 "주택 종료 임박 현장의 매출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원가율이 상승, 영업이익은 급감했다"며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등 건설 비용이 안정화 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해 금융비용 부담이 이어지겠지만 입주 사이클이 도래하면 현금 흐름은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금호건설의 매출은 1조8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0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영업손실 299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금호건설 또한 높은 원가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반기 전체 매출원가율은 99.5%에 달했다. 아파트를 지어도 남는 돈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주택 부문에선 준공지연 관련 손실과 원가 현실화 등 약 40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손실이 더욱 컸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302.7%로 지난해 말260.2% 대비 42.5%포인트p 급등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탓에 자본총계엔 변화가 없는데 순차입금이 갑자기 늘었기 때문이다. 금호건설의 순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말27.3%보다 15.6%포인트 뛴 42.9%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이 반영된 신규수주 물량이 점차 매출화되면서 향후 영업이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22위에 이름을 올린 동부건설 역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하며 8643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5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101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적자전환했다.
적자 원인으로는 치솟은 원가율과 대손상각비가 꼽힌다. 동부건설의 올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전년 동기93.5% 대비 6.7%포인트p 증가한 100.2%다.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미분양 장기화 등으로 회수 불가능한 채권을 비용처리하는 대손상각비의 증가폭이 컸다. 지난해 상반기 7억 원 수준이었으나 1년 만에 52억 원까지 뛰었다.
동부건설은 수주 다각화를 통해 주택 시장에서의 손실을 메운다는 전략이다. 이달 초까지의 수주액은 약 1조7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공공공사 수주액만 9000억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비주택 부문인 토목과 플랜트공사 매출 비중도 늘려가고 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사 경험과 실적을 토대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공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신규 영업망을 구축해 공공공사ㆍ플랜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던 신세계건설은 올 상반기에도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7989억 원보다 46.4% 내린 428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643억 원인데, 이는 432억 원에서 48.8% 급등한 수치다. 매출원가율은 103.2%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4%포인트 늘었다.
지난 3월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분양 현장 관련 손실 인식에 따른 거액의 영업적자와 지방 주택사업장의 저조한 분양실적으로 인한 재무부담을 이유로 내세웠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6월 65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계열 차원의 직간접적인 지원도 잇따랐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을 통해 순현금 약 660억 원을 유입했으며 2000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 산업은행과 신세계아이앤씨가 전액 인수했다.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1820억 원으로 레저부문을 매각하기도 했다.
이승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진행 사업장 대부분의 원가율이 100% 내외에 이르고 있고 PF보증금액이 증가한 상황에서 분양실적, 수익성 개선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PF우발채무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될 경우 추가적인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폭등한 원자재 가격이 안정 상태로 접어들어 원가율이 낮아질 때까지 중견 건설사 위기는 당분간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통계청 건설공사비지수 분석 결과 2020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건설 물가는 35.6%, 공사비 지수 25.8% 만큼 각각 상승하며 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업계 재무건전성 수준은 외환위기를 겪고 난 직후인 2000년대 초반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수준보다도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이라며 "부동산 경기 하강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건설경기 회복세를 위해서는 민간중심의 건축물량 확대가 중요한데 부동산 PF 불확실성에 따라 큰 폭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며 "PF 옥석가리기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건설업계 심리까지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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