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라, 얘기 좀 하자"…전공의는 10%도 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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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6.2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일까지 211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 수는 1094명으로, 전체 전공의 1만3756명 중 약 8%만이 원래의 수련병원 현장으로 돌아와 환자를 돌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위 100개 병원으로 범위를 좁히면 출근율은 더욱 낮아진다. 100개 병원에 등록된 1만2897명의 전공의 중 6.7%868명만이 복귀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렇다고 사직서 수리가 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각 수련병원들에 6월 말까지 미복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전공의들 대부분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일까지 211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 수리 처리가 된 레지던트는 고작 0.49%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넉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전공의 복귀를 위해 여러 시도를 한 것에 비하면 처참하기 그지없는 결과다. 특히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하반기 레지던트 선발에 지원할 수 있게 길을 열어두었지만, 이 또한 전공의들의 호응을 조금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가 전공의들에 "돌아오라, 대화장에 나달라"는 공허한 외침을 이어오는 동안 건강보험재정만 1조 원 가까이 투입됐다는 사실이다. 복지부는 지난 2월 20일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뒤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는 명목으로 건보재정에서 매월 약 1900억 원씩을 꺼내 쓰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도 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1900억 원가량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지난달 12일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을 해결하겠다고 국민이 어렵게 모아 낸 보험 재정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에 어떤 정당성이 있나"며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절감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급여 혜택 등 국민을 위한 보장성 정책에 투입돼야 할 의료안전망의 재원이지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이렇게 투입할 재정을 진작 필수의료에 썼다면 이런 사태도 애초에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지방의 한 필수의료과 교수는 "수십 년 전부터 그렇게 수가 올려야 한다, 필수의료 살려야 한다고 외쳐왔지만 꿈쩍도 않던 정부가 이토록 쉽게 재정을 꺼내 쓰는 걸 보니 너무 화가 난다"며 "진작에 이 돈을 필수의료 살리는 데 썼다면 필수의료가 이 지경에 이르지도 않았을 테고 의대증원이라는 오답지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의료계는 이에 더해 1조 원 투입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건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무섭다"면서 "이대로라면 전공의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일이고, 전공의의 노동을 기반으로 버텨온 의료체계와 필수·지방의료는 더욱 빠르게 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수조 원이 더 들어갈 것도 걱정이지만 나아가 한국 의료의 미래가 무너진다는 사실이 더 큰 걱정"이라며 "정부는 결국 수십 조, 수백 조를 쏟아부으며 뒤늦게 살리려 애쓸테지만 회복시키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정부도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고 있을 거라고 본다"며 "이대로 밑 빠진 독에 물만 부을 게 아니라, 돌아오라는 메시지만 던질 게 아니라 제발 이들이 돌아올 수 있게 현실성 있는 얘기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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