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고 싶지만…" 투잡 뛰는 사장님, 속끓는 유령영업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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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골목에 폐업한 매장이 늘어서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는 572만1000명전년 동기 대비 -1.1%로 지난 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 뉴스1
대전 유성구에서 6년간 해온 파스타 식당을 접은 30대 박모씨는 낮엔 자격증 공부를 하고 밤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사장님’이다. 박씨는 “가게 문은 닫았지만 사업자 대출 3000만원이 남아 있어 폐업을 미뤘다”며 “지금은 집 주소로 사업 소재지를 등록하고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그는 “최대한 빨리 빚을 갚고 취업해서 월급쟁이로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내수 부진과 고물가·고금리에 자영업자들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중엔 폐업하고 싶어도 대출 잔액 때문에 문을 닫지 못하고 ‘유령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영업을 중단하고도 통신판매업으로 업종을 전환해 사업자 번호를 유지하며 버티는 것이다. 사업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가 폐업하면 추가 대출이나 만기 연장이 불가능해 매장이 필요 없는 업종으로 전환하는 궁여지책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은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출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55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2년 3분기 말 0.19%에서 올해 1분기 말 1.52%까지 꾸준히 올랐다. 한국은행은 “과거 금리 상승기와 비교하더라도 최근의 연체율 상승세는 가파른 편”이라며 “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 차주의 연체가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자영업자의 연체율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폐업을 결정한 김포시의 김씨도 “장사하면서 여기저기 빌린 돈이 다 합치면 1억원인데, 가게 보증금을 돌려 받으면 대출 상환보다는 당장 생활비로 써야할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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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맞춤형, 창업 때부터 지원해야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 먹자골목 모습. 뉴스1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정부 정책은 일률적인 금융 지원 성격이 강했다”며 “업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폐업한 자영업자에 대한 교육 훈련 지원도 중요하지만 창업 전부터 컨설팅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으로 자영업자가 일단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그 이후부터는 자영업자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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