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리벨리온-사피온 깜짝 합병…SK텔레콤, 국가대표 AI 반도체 기... > 경제기사 | economics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 AI 반도체 기술력 제고에 승부수를 던졌다. 자회사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코리아사피온과 경쟁사인 리벨리온의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통신업계서 자웅을 겨루고 있는 KT가 2대 주주인 리벨리온의 마음까지 돌려 글로벌 공룡들이 버티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경쟁 대신 협력으로 방향을 선회한 SK텔레콤의 절묘한 한 수가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사피온과 리벨리온 합병… 글로벌 기술력 도전 SK텔레콤은 사피온과 리벨리온 간 합병을 추진한다고 지난 6월12일 발표했다. 역량을 한데 모아 국내 대표 AI반도체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미국 엔비디아가 장악한 가운데 신경망처리장치NPU 시장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GPU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AI 추론에 강점을 갖고 있는 NPU 시장은 아직 독보적 사업자는 없다.

SK텔레콤은 향후 2~3년이 한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며, 이를 위해 합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실사와 주주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3분기 내 합병을 위한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국내 AI 반도체 시장은 리벨리온과 사피온, 퓨리오사AI 등 3사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2개사를 한식구로 만든 것이다.

이번 합병은 적과의 동침으로도 불린다. 사피온은 모태가 SK텔레콤 내부 연구개발 조직으로 현재 사피온 미국법인SK텔레콤 62.5%이 지분을 완전히 갖고 있지만 리벨리온은 박성현 대표 등을 비롯한 창업자들이 지분 약 40%, KT가 약 13%를 보유해 2대 주주다.


세계적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AI 반도체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판단이 주효했지만 KT 입장에선 경쟁 통신사인 SK텔레콤과의 합병이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양사의 결합을 주도했지만 경영권을 리벨리온에게 맡기기로 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는 시각이 많다.

변화가 빠른 시스템 반도체 산업 특성상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이 유리한 까닭에 리벨리온 측 인물이 경영을 맡는 것이 대기업 계열사로서 지게 되는 규제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 합병 승부수 긍정적… AI 컴퍼니 청신호 SK텔레콤의 이번 합병 추진은 시기적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당초 사피온은 투자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어 새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었고 대기업 계열사로 여러 의무와 절차 때문에 역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데 반해 리벨리온은 최근 자금 수혈을 받아 실탄을 확보한 데다 기술력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스타트업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감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리벨리온이 미국 시장 네트워크가 강점인 사피온과 만나 경쟁력을 높이면서 IPO 기대감도 커졌다. SK그룹은 최근 원스토어, SK쉴더스 등 SK계열사 IPO 작업이 줄줄이 실패했었다.

KT도 SK텔레콤의 주도권을 최소화한 만큼 리벨리온의 1대 주주가 아닌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번 합병이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넘어야 할 산은 있다.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와 함께 차세대 AI칩 리벨을 개발하고 있는데 리벨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이용해 삼성전자 HBM3E 메모리를 탑재하지만 사피온은 현재 SK하이닉스의 HBM3E를 적용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각자 개발 일정을 마무리하더라도 추후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합병 이후 전략적 투자자로 통합법인의 글로벌 AI반도체 시장 진출과 국내 AI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사피온의 주주사인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도 대한민국 AI반도체 발전을 위해 합병법인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IT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빠른 대응으로 국내 AI 반도체 시장의 활로가 열렸다고 본다"며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는 SK텔레콤에게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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