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포비아 겹친 K전기차…내수 무너지면 수출도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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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기차가 미래다] [上] 고비 맞은 주력 산업
타임스스퀘어 무대 차지했던 K전기차 - 현대차·기아는 올 1~7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차지하면서, 미국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사진은 2021년 5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앞 무대에서 기아가 첫 전기차 EV6를 공개했을 때의 모습. /AP 연합뉴스
에코프로,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동박 기업들은 전국 곳곳에 걸친 촘촘한 공급망 속에서 일류가 돼 이 기업들을 떠받치고 있다. 삼원계 양극재에서 에코프로가 세계 1위, 엘앤에프가 세계 4위, LG화학이 5위에 올라있다. 음극재에 들어가는 동박은 SK넥실리스가 세계 1위다.
그래픽=양인성
◇화재 여파 반영 전인데 급감
이미 한국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닥친 캐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나라 중 하나다. 2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기준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16.5% 감소했다. 캐즘에도 불구하고 중국9.3%, 미국6.1%, 프랑스13.9% 전기차 시장이 성장한 것과 대비되는 성적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여기에 지난 1일 청라 화재 이후 생겨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조짐이 겹치면서, 하반기 전기차 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딜러들에게 전기차 관련 새로 문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계약했던 고객들도 줄줄이 취소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내수 없는 수출은 거의 불가능해
우리 전기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든든한 내수 시장이었다. 현대차·기아는 내연차와 하이브리드로 꾸준히 수익을 올려 미래 전기차에 투자해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수의 의미는 단순히 판매량이 많고 적음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전기차의 수출 물량이 내연차 수준보다는 적은 초기 단계인 만큼 전기차의 내수가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규모의 경제로 생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기반에서 수출 확대를 이루는 것이 그동안 우리 자동차 산업의 성공 방식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방식이 전기차 초기 시대에도 어느 정도 작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내수 시장이 이렇게 얼어 붙으면 전기차 산업의 특성상 핵심 환경인 충전 인프라 등도 부실해져 전기차 생태계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 공포증이 ‘님비Not in my back yard·우리 뒷마당은 안 된다’로 번질 조짐이 생기면서, 민간에서 충전기 설치 반대를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차는 어렵지만 가야 할 길
전기차는 불편하고 불안해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향후 10년 안팎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본격 도입되면서 전기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컨대 미국 정부가 정한 2032년 탄소 배출 가능량은 자동차 연비로 환산하면 1L당 24.6km다. 신차 평균 연비가 이 수준을 넘지 않으면 수억~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하이브리드차의 연비가 보통 14~18km/L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로는 대응이 어렵다.
편차는 있지만 한국이나 유럽도 비슷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잘 팔리는 내연차나 하이브리드만 고집할 경우 나중에 팔 수 있는 차가 없게 돼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캐즘chasm
캐즘은 첨단 제품의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이 널리 사용하는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절 현상을 가리킨다.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등이 그랬듯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도 최근 캐즘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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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관 기자 ykwan@chosun.com 정한국 기자 korejung@chosun.com 이정구 기자 jg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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