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부모-30대 자녀 다 돌본다…젊은노인 15%가 독박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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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중소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던 배모66씨는 최근 40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몇 년 더 일할 수 있었지만,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의 병간호를 책임질 사람이 없어서다. 배씨는 “혼자 지내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치매 증상에, 거동까지 불편해져서 입원했다. 한 달 비용이 거의 200만원이 되다 보니 감당이 안됐다”면서 “다른 형제들은 어머니를 모실 여유가 없어 요양병원 비용을 아낄 겸 직접 모시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다. 퇴직으로 수입이 줄어드는데, 배씨는 아직도 취업을 못한 30대 중반의 둘째 아들에게 한달 70만원 정도 생활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배씨는 “그동안 모은 돈과 국민연금으로 일단 버텨보려고 한다”면서 “노후 자금이 걱정인데 이참에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따서, 나중에 이 분야로 재취업을 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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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용돈 주는 노인, 9년 새 13.8배 급증
김경진 기자
25일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지난 6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60년대생 남녀 980명 중 15%가 더블케어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자녀를 모두 지원하는 이중 돌봄 상태에 있는 이들은 월평균 164만원을 지출했다. 지난 1분기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경상소득은 358만원가계동향조사이다. 더블케어 지출액이 수입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통계청의 ‘노인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자녀비동거에게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응답한 노인65세 이상은 2011년 0.9%에서 2020년 12.5%로 13.8배 급증했다. 노후 자금까지 자녀를 부양하는데 쓰는 이런 경향은 최근 60대 젊은 노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2020년 자녀비동거에게 정기적으로 현금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힌 노인은 65~69세에서 15.6%로 85세 이상6.8%, 80~84세9%, 75~79세11.2% 보다 월등히 많았다.
만혼화 현상과 취업난에 자녀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후에도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끊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중장년층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자산 축적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편”이라며 “일자리 부족에 청년들의 사회 진출 지연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데, 높은 집값 등으로 들어갈 비용도 많은 상황이라 자녀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노인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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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노년층 60.3%, 부모 생활비도 부담
김경진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30년대 후반에 출생한 노인56.3%과 1940년대 전반51.3%과 1940년대 후반44.5%에 태어난 노인들의 빈곤율은 1950년대 전반27.8%과 1950년대 후반18.7% 출생 노인과 비교해 2배가 넘게 높았다. 노인빈곤율이란 전체 중위소득 절반 이하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을 의미한다.
차준홍 기자
부모 세대 경제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들의 노후 생활비도 이제 은퇴에 접어든 신노년층이 계속 부담해야 한다. 2020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생활비를 ‘부모 스스로 해결한다’고 응답한 65~69세의 비율은 30.4%에 불과했다. 반면 이 연령대에서 부모 생활비를 ‘자녀가 해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0.3%로 압도적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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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 미비, 일자리 악화에 “더블 케어 커질 것”
현재 60대인 신노년층에 집중된 ‘돌봄 독박’ 부담은 앞으로 다른 연령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부모 세대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공적 연금으로 노후 준비를 전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식이 부모 노후 자금 일부를 책임지는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일자리 여건이 악화하면서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늦게 취업해도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평생 전업주부로 산 김모67세씨는 남편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돈 일부를 더해 아들과 함께 동네에 작은 호프집을 차렸다. 4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아들이 취업을 못 하자 아예 장사로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노후 자금을 모두 턴 것이다. 아직 살아 있는 노모와 시어머니에게 들어가는 부양비도 부담스럽다. 김씨는 “일단 내가 주방을 보고, 아들이 서빙 등 홀을 책임지려고 하는데 자리가 잘 잡히면 아들 혼자 할 수 있게 물려줄 생각”이라며 “노후에 쓸 돈을 사실상 모두 투자 하는 거라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이대로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 도전을 선택했다”고 했다.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376만5000명 중 첫 일자리가 1년 이하 계약직 임금 근로자였던 사람은 31.4%118만1000명로 관련 통계 집계 후 최대를 기록했다. 아르바이트 같이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일시적 임금근로자 수까지 고려하면 지위가 불안한 청년 일자리 수는 더 늘어난다. 일자리 여건이 악화되다보니, 아예 직장 구하기를 포기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지난달 20대와 30대의 쉬었음 인구는 70만4000명으로, 1년 전63만6000명보다 6만8000명10.8% 증가했다. 2030대 쉬었음 인구가 70만명을 넘어선 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이들의 이런 불안한 경제적 지위는 결국 그들의 부모 세대가 노후 자금으로 부양하면서 메꿀 수밖에 없다.
더블 케어와 그로 인한 노후 준비 어려움은 이미 신노년층에서 아래 세대인 중장년층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중년의 이중과업 부담과 사회불안 인식’ 논문에 따르면 “가족 돌봄 부담에 있으면서 노후준비도 안한 사람의 비율은 X세대1975년~77년생가 18.1%로, 1차 베이비붐세대9.6%보다 오히려 더 많게 나타났다”고 했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신노년층은 교육을 통해서 성공한 경험이 있다 보니 자식 세대 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자녀 세대는 과거와 달리 대학을 나와도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지면서, 결과적으로 더블 케어 부담을 지게 됐다”면서 “가족 부양 부담은 느는데 중ㆍ장년층의 은퇴 시기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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