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등 돌렸다…배민, 어쩌다 여기까지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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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와 배달 플랫폼 사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 앱 3사가, 가게를 꾸려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중개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것이 자영업자 주장이다. 음식점주와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중가격제’로 대응에 나섰다.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높게 책정해,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중가격제가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며, 배달 앱 수수료는 이제 소상공인을 넘어 정치권에서도 예의 주시하는 이슈가 됐다.
배달 앱 3사 중에서도 비난은 유독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쏠린다. 여타 플랫폼과 비슷한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와 정치권 사이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장에서는 “추악한 형제들” “비열한 사업자” 같은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졌다.
“배민이 특히 욕을 더 먹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자영업자와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 1위 사업자인 배민이, 자사 이익을 위해 입점 점주를 오랜 시간 기망해왔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최근에는 “입점점주가 음식 배달 가격을 먼저 낮추면 수수료를 내리겠다”는 조건부 상생안을 내놓으며 비난 여론이 더 뜨거워졌다.
민심 나락으로 간 ‘배달의민족’
자영업자 ‘보이콧’…이용자도 감소
최근 배민을 둘러싼 자영업자 민심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올해 초, 배달비를 고정으로 내고 정률형 수수료를 골자로 하는 새 요금제를 도입하며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배달 수수료 문제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가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를 출범시키며 조정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논의는 없다시피 하다. 오히려 올해 8월 배민은 기존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인상하는 정책을 내놓으며 이슈를 무시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입점점주는 ‘배민 보이콧’에 나서고 있다. 일부 음식점 사장님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배민 보이콧은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번졌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5개 브랜드bhc·BBQ·교촌치킨·굽네치킨·푸라닭 가맹점주 협의회는 조만간 한데 모여 배민 보이콧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점주 단체 측은 배민이 새로 도입한 무료 배달 서비스 ‘배민클럽’을 임시적으로 이용하지 않거나 서비스 탈퇴 등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랜차이즈 점주 사이에서 특정 배달 앱에 대한 단체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산하 1000여개의 회원사와 12만여개의 소속 가맹점주 역시 앞서 7월 입장문을 내고 배민 수수료율 인상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통계에서도 사장님이 배민을 떠나기 시작한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배민 점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인 ‘배민사장님’ 사용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9월 배민사장님을 이용한 일간 사용자 수DAU 평균은 하루 15만877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17만8200명과 비교하면 2만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직전 달인 올해 8월16만2700명과 비교해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사장님뿐 아니다. 배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일반 소비자도 배민 앱 사용을 줄이는 모습이다. 올해 9월 평균 일 사용자 수는 약 557만명으로 전월인 8월 약 581만명 대비 24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인 쿠팡이츠 사용자 수는 도리어 증가했다. 8월 평균 DAU가 164만명에서 9월에는 170만명까지 늘었다. 올해 10월에는 그간 유지해왔던 ‘배달 시장 60%’ 점유율도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장에서도 배민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는 배민 광고·수수료 정책을 강하게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배민은 점주를 모으고는 추후 수수료를 올려버리는 등 시장적 지위를 확보한 다음 제도를 바꾸는데 굉장히 교활하다”며 “운영사 이름을 ‘추악한 형제들’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날 선 비판에 나섰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배민은 총 14번 약관을 변경했고, 96개 조항에 약관 내용을 신설·개정 또는 삭제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변경 과정에서 제대로 된 설명이 있거나 협상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배민은 약관 변경을 굉장히 빈번하게 하고 강압적인 계약 구조로 자영업자 생존을 위협한다는 원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1. 배민이 유독 욕먹는 이유는
독점 지위로 점주 선택권 ‘박탈’
배달 앱 3사는 비슷한 중개 수수료 정책을 쓰고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배달 매출의 9.8%, 요기요는 9.7% 수수료를 떼어간다.
그런데 자영업자 등 배달 시장 이해관계자 비난의 화살은 유독 배민에 몰려 있다. 가장 주된 이유는 ‘독점적 지위 남용’ 의혹이다. 지금까지 배민이 자사 수수료 제도를 바꿔온 일련의 과정이 분노를 키웠다. 처음에는 낮은 수수료를 통해 자영업자 배민 의존도를 높여놓고,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한 이후 수수료를 올려버린 행보에 대한 비판이다.
배민이 그동안 수수료 제도를 어떻게 바꿔왔는지, 그 역사를 되짚어보면 자영업자 불만이 이해가 간다.
배민 최초 과금 방식은 ‘울트라콜’이라고 불리는 정액제다. 월 8만8000원을 지불해 이른바 ‘깃발’을 꽂으면 특정 지역 내 이용자에게 가게를 노출해주는 정액제 광고 상품이다. 깃발을 여러 개 꽂을수록 노출 빈도가 커진다. 정액제 수수료인 만큼, 배달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지불해야 할 액수는 고정돼 있다. 점주 입장에서는 월 1000만원을 팔든 1억원을 팔든 8만8000원만 지불하면 됐다. 적극적인 광고 효과를 노리는 점주는 5개 이상, 많게는 10개 넘는 깃발을 꽂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배민이 정률제 상품인 ‘오픈리스트’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오픈리스트는 수수료 부담이 크지만, 울트라콜만 이용하는 가게보다 더 상위에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이 변경됐다. 정액제 수수료에 만족해 배민을 이용하던 점주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올해 초에는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이 더 커졌다. 배민이 ‘배민1플러스’라는 새 정률형 요금제를 내놓으면서다. 기존과 달리 배민이 자체 운영하는 ‘배민 라이더’가 직접 배달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고정한 것이 수수료 부담을 더 높였다. 서울 지역은 최대 2900원, 부가세를 포함하면 3190원을 배민 직속 라이더에게 낸다. 새 요금제 도입 전에는 음식점주가 소비자와 배달비 부담을 나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배달비 부담이 크면 배달 팁을 1000원으로 설정하고 나머지를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식이다. 반대로 홍보 효과를 높이고자 할 때는 모든 배달비를 자신이 내고 소비자는 무료로 배달을 받아보는 것도 가능했다.
문제는 배민1플러스가 나온 직후, 여기 가입하지 않은 점주 매출이 큰 폭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점이다. 배민1플러스에 가입한 매장을 검색 시 우선 노출해주고 배달 앱 구성도 배민1플러스에 유리하도록 설계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최근 이용자 선호가 높은 ‘무료 배달’은 배민1플러스 가입자에게만 제공한다. 점주 입장에선 선택지가 또 하나 사라진 셈이다.
점주는 “배민1플러스 가입을 사실상 강요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배달 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다 지난해 폐업한 한 자영업자는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큰 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구조”라며 “배민 의존도를 높여놓고 뒤통수를 친 꼴이다. 배달로만 장사를 운영해온 내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을 견딜 수 없고, 도저히 다른 선택지가 없어 결국 폐업 처리했다”고 말했다.
배민 점주가 상위 노출을 위해 추가 가입해야 할 광고 상품은 또 있다. ‘우리가게클릭’이라는 상품이다. 최상위 노출을 해주는 대신, 이용자가 광고를 보고 가게를 클릭할 때마다 최대 600원까지 비용이 차감되는 구조다. 가게 클릭 후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광고비는 빠진다. 서울에서 불닭집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배민에서는 언제든지 신청하고 해지할 수 있는 부가 상품이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실상은 더 높은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출혈 경쟁을 유발하는 시스템”이라며 “배민이 우리가게클릭 광고를 이용할 업주를 직접 결정하는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점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늘어난 수수료 부담뿐 아니라, 선택지를 강제하는 배민 행태에 분노한 결과”라고 말했다.
2. 점주 곡소리에도 배민 ‘모른 체’
수수료 올리고 “음식값 먼저 낮춰라”
배민에 비난이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점주 불만을 모른 체하는 ‘안하무인’ 태도라는 의견도 나온다. 배민은 정부가 수수료 조정을 위한 상생협의체를 출범한 이후 오히려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인상하는 결정으로 원성을 샀다. 공정위 신고를 예고한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도 “납득할 만한 조정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하며 신고를 미뤄달라고 요청해놓은 후, 이어진 회의에서 수수료와 관련된 어떤 안건도 내놓지 않는 등 모르쇠 행보를 이어갔다.
최근 배민이 내놓은 ‘차등 수수료’ 제안도 업계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이다. 배민은 배달 앱 매출액 기준 상위권 점주에게는 기존과 같은 9.8% 중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다른 점주에게는 매출액별로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상생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게 배달 매출이 적을수록 수수료를 적게 내도록 바꾸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배민 측에서 “점주가 음식값을 내려야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나선 부분이다. 점주가 음식 가격을 1000원 내리면 수수료율 6.8%를, 1500원일 땐 4.9%를 각각 적용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점주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기존 중개 수수료율 9.8%에선 점주가 2만원짜리 음식 주문을 받으면 중개 수수료로 1096원부가세 별도을 내야 했다. 하지만 배민 제안대로 점주가 1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 중개 수수료는 6.8%가 적용돼 600원을 덜 내지만, 1000원 할인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400원 손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배달 장사를 열심히 할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라는 건 난센스”라며 “애초에 배달 비중이 적은 매장은 수수료 인하 효과를 거의 못 본다. 기존보다 퇴행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등 수수료가 도입되면 시장 혼란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동일한 프랜차이즈 업체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배달 앱 내에서 가게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민 측이 제시한 차등 수수료까지 도입되면 가격 체계의 복잡성이 더 커져 소비자 혼란이 더 커진다”며 “현재 배달 플랫폼 기업 실적이 최고점을 찍는 만큼, 점주와 소비자가 떠나지 않도록 수수료를 낮추고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 모델 마련에 매진해야 한다”고 들려줬다.
3. 혁신 외치던 ‘힙’한 기업의 변질
대기업·스타트업 단점만 골고루
배민에 대한 여론 악화 요인으로 ‘조직문화의 변질’을 꼽는 이가 적잖다. 스타트업 특유의 도전정신은 사라지고 대기업처럼 ‘안정적인 수익’만 원하는 회사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타트업 시절 ‘주먹구구’ 식으로 일하는 문화는 변치 않았다는 진단이다. 우아한형제들 내부에서조차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단점만 골고루 갖춘 회사’가 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독일계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 인수 이후부터 우아한형제들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2019년 독일 배달 업체 딜리버리히어로는 4조7500억원을 들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했다. 당시에는 국내 스타트업이 5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성공적인 거래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때마침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우아한형제들 실적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2년 마침내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더니 2023년에는 7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까지 달성했다.
기쁨도 잠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기대했던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어느새 ‘혹’으로 전락했다. 잘나가던 우아한형제들과 달리 딜리버리히어로는 역대급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 시장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에만 3조4159억원 순손실을 냈다. 전 세계 75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유의미한 실적을 낸 곳은 한국 시장이 유일했다.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 시장 매출 의존도는 2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부 유출 논란도 불거졌다. 현금이 급한 모기업을 위해, 배민은 모기업인 우아DH아시아에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배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돈 나올 구석이 사실상 우아한형제들밖에 없는 탓에,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에 ‘수익중심주의’ 전략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민만의 독특한 브랜딩 전략, 광고 등은 사라지고 수수료 장사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부터 수수료 인상, 유료 멤버십 등 수익성을 높이는 정책만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반면 ‘치믈리에 자격증’ 등 배달의민족을 상징하던 ‘B급 마케팅’은 자취를 감췄다. 배민다움은 사라지고 숫자만 바라보는 현재 경영 전략에 내부 직원의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각종 브랜딩 프로젝트도 줄이는 것으로 안다. 회사의 강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셈”이라며 “올해 7월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전 대표가 교체된 배경에도, 모기업이 요구한 수수료 인상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돈다”고 설명했다.
C레벨급 임원 교체는 우아한형제들 경쟁력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딜리버리히어로 인수 이후, 배달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봉진 창업자를 비롯한 1세대 임원이 줄줄이 회사를 나갔다. 현장 전문가 빈자리에는 컨설턴트 출신 인사가 중용됐다. 이국환 전 대표, 반데피트 현 임시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우아한형제들 내부 직원은 “유통 산업 경험이 없는, 숫자만 보던 이들이 대거 들어왔다. 현업을 모르는 사람이 만든 정책을 따르기만 원한다”며 “잘못된 결정에는 반대 의견을 내야 하는데, DH가 지시하면 무조건 따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배민이 마주하게 될 이슈는
“이러다 2등 될라”…노심초사
배민이 당장 풀어야 할 문제는 ‘중개 수수료 상생안’이다. 올해 7월 출범한 상생협의체는 3개월 동안 서로 요구안을 주고받을 뿐, 합의점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가맹점주협의회 등 배민 상대편에서는 “9.8%인 기본 수수료를 5%대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기업 현금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배민에서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배민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받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공정위는 배민 등 배달 앱 3사에 ‘최혜대우 요구’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혜대우 요구’는 배민이 입점점주에게 배민에서 판매하는 음식 가격을 다른 배달 앱보다 높게 책정하지 않도록 하는 조건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현재 공정위에 신고된 사안으로 최대 4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 전문가 사이에서는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인 김형석 더킴로펌 대표변호사는 “시장 가격 책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로는 정부가 배달 앱에 상생협의를 압박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진단했다.
배달 앱 시장 순위가 재편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배민은 시장점유율 60%를 유지하는 1위 사업자다. 2위 쿠팡이츠가 24%대까지 치고 올라왔고 요기요는 14%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츠 역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하향 곡선을 그리는 배민 이용자 수와 달리 쿠팡이츠는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땡겨요중개 수수료 2%’나 수수료 0%로 배달 시장에 최근 도전장을 내민 ‘해주세요’ 같은 플랫폼으로 점주와 소비자가 분산될 확률도 적잖다.
무료 배달을 해주는 대신 월 3990원을 받는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이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배민이 당장 멤버십 수익을 좇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른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배달 중개 시장은 특성상 충성 고객이 없다. 가격이 저렴하면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배민이 운영 중인 멤버십 무료·할인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면 쿠팡이츠나 다른 앱으로 이탈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건웅·반진욱·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0호 2024.10.16~2024.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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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3사 중에서도 비난은 유독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쏠린다. 여타 플랫폼과 비슷한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와 정치권 사이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장에서는 “추악한 형제들” “비열한 사업자” 같은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졌다.
“배민이 특히 욕을 더 먹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자영업자와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 1위 사업자인 배민이, 자사 이익을 위해 입점 점주를 오랜 시간 기망해왔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최근에는 “입점점주가 음식 배달 가격을 먼저 낮추면 수수료를 내리겠다”는 조건부 상생안을 내놓으며 비난 여론이 더 뜨거워졌다.
민심 나락으로 간 ‘배달의민족’
자영업자 ‘보이콧’…이용자도 감소
최근 배민을 둘러싼 자영업자 민심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올해 초, 배달비를 고정으로 내고 정률형 수수료를 골자로 하는 새 요금제를 도입하며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배달 수수료 문제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가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를 출범시키며 조정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논의는 없다시피 하다. 오히려 올해 8월 배민은 기존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인상하는 정책을 내놓으며 이슈를 무시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입점점주는 ‘배민 보이콧’에 나서고 있다. 일부 음식점 사장님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배민 보이콧은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번졌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5개 브랜드bhc·BBQ·교촌치킨·굽네치킨·푸라닭 가맹점주 협의회는 조만간 한데 모여 배민 보이콧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점주 단체 측은 배민이 새로 도입한 무료 배달 서비스 ‘배민클럽’을 임시적으로 이용하지 않거나 서비스 탈퇴 등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랜차이즈 점주 사이에서 특정 배달 앱에 대한 단체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산하 1000여개의 회원사와 12만여개의 소속 가맹점주 역시 앞서 7월 입장문을 내고 배민 수수료율 인상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통계에서도 사장님이 배민을 떠나기 시작한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배민 점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인 ‘배민사장님’ 사용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9월 배민사장님을 이용한 일간 사용자 수DAU 평균은 하루 15만877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17만8200명과 비교하면 2만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직전 달인 올해 8월16만2700명과 비교해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사장님뿐 아니다. 배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일반 소비자도 배민 앱 사용을 줄이는 모습이다. 올해 9월 평균 일 사용자 수는 약 557만명으로 전월인 8월 약 581만명 대비 24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인 쿠팡이츠 사용자 수는 도리어 증가했다. 8월 평균 DAU가 164만명에서 9월에는 170만명까지 늘었다. 올해 10월에는 그간 유지해왔던 ‘배달 시장 60%’ 점유율도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장에서도 배민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는 배민 광고·수수료 정책을 강하게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배민은 점주를 모으고는 추후 수수료를 올려버리는 등 시장적 지위를 확보한 다음 제도를 바꾸는데 굉장히 교활하다”며 “운영사 이름을 ‘추악한 형제들’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날 선 비판에 나섰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배민은 총 14번 약관을 변경했고, 96개 조항에 약관 내용을 신설·개정 또는 삭제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변경 과정에서 제대로 된 설명이 있거나 협상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배민은 약관 변경을 굉장히 빈번하게 하고 강압적인 계약 구조로 자영업자 생존을 위협한다는 원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1. 배민이 유독 욕먹는 이유는
독점 지위로 점주 선택권 ‘박탈’
배달 앱 3사는 비슷한 중개 수수료 정책을 쓰고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배달 매출의 9.8%, 요기요는 9.7% 수수료를 떼어간다.
그런데 자영업자 등 배달 시장 이해관계자 비난의 화살은 유독 배민에 몰려 있다. 가장 주된 이유는 ‘독점적 지위 남용’ 의혹이다. 지금까지 배민이 자사 수수료 제도를 바꿔온 일련의 과정이 분노를 키웠다. 처음에는 낮은 수수료를 통해 자영업자 배민 의존도를 높여놓고,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한 이후 수수료를 올려버린 행보에 대한 비판이다.
배민이 그동안 수수료 제도를 어떻게 바꿔왔는지, 그 역사를 되짚어보면 자영업자 불만이 이해가 간다.
배민 최초 과금 방식은 ‘울트라콜’이라고 불리는 정액제다. 월 8만8000원을 지불해 이른바 ‘깃발’을 꽂으면 특정 지역 내 이용자에게 가게를 노출해주는 정액제 광고 상품이다. 깃발을 여러 개 꽂을수록 노출 빈도가 커진다. 정액제 수수료인 만큼, 배달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지불해야 할 액수는 고정돼 있다. 점주 입장에서는 월 1000만원을 팔든 1억원을 팔든 8만8000원만 지불하면 됐다. 적극적인 광고 효과를 노리는 점주는 5개 이상, 많게는 10개 넘는 깃발을 꽂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배민이 정률제 상품인 ‘오픈리스트’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오픈리스트는 수수료 부담이 크지만, 울트라콜만 이용하는 가게보다 더 상위에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이 변경됐다. 정액제 수수료에 만족해 배민을 이용하던 점주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올해 초에는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이 더 커졌다. 배민이 ‘배민1플러스’라는 새 정률형 요금제를 내놓으면서다. 기존과 달리 배민이 자체 운영하는 ‘배민 라이더’가 직접 배달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고정한 것이 수수료 부담을 더 높였다. 서울 지역은 최대 2900원, 부가세를 포함하면 3190원을 배민 직속 라이더에게 낸다. 새 요금제 도입 전에는 음식점주가 소비자와 배달비 부담을 나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배달비 부담이 크면 배달 팁을 1000원으로 설정하고 나머지를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식이다. 반대로 홍보 효과를 높이고자 할 때는 모든 배달비를 자신이 내고 소비자는 무료로 배달을 받아보는 것도 가능했다.
문제는 배민1플러스가 나온 직후, 여기 가입하지 않은 점주 매출이 큰 폭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점이다. 배민1플러스에 가입한 매장을 검색 시 우선 노출해주고 배달 앱 구성도 배민1플러스에 유리하도록 설계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최근 이용자 선호가 높은 ‘무료 배달’은 배민1플러스 가입자에게만 제공한다. 점주 입장에선 선택지가 또 하나 사라진 셈이다.
점주는 “배민1플러스 가입을 사실상 강요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배달 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다 지난해 폐업한 한 자영업자는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큰 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구조”라며 “배민 의존도를 높여놓고 뒤통수를 친 꼴이다. 배달로만 장사를 운영해온 내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을 견딜 수 없고, 도저히 다른 선택지가 없어 결국 폐업 처리했다”고 말했다.
배민 점주가 상위 노출을 위해 추가 가입해야 할 광고 상품은 또 있다. ‘우리가게클릭’이라는 상품이다. 최상위 노출을 해주는 대신, 이용자가 광고를 보고 가게를 클릭할 때마다 최대 600원까지 비용이 차감되는 구조다. 가게 클릭 후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광고비는 빠진다. 서울에서 불닭집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배민에서는 언제든지 신청하고 해지할 수 있는 부가 상품이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실상은 더 높은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출혈 경쟁을 유발하는 시스템”이라며 “배민이 우리가게클릭 광고를 이용할 업주를 직접 결정하는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점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늘어난 수수료 부담뿐 아니라, 선택지를 강제하는 배민 행태에 분노한 결과”라고 말했다.
2. 점주 곡소리에도 배민 ‘모른 체’
수수료 올리고 “음식값 먼저 낮춰라”
배민에 비난이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점주 불만을 모른 체하는 ‘안하무인’ 태도라는 의견도 나온다. 배민은 정부가 수수료 조정을 위한 상생협의체를 출범한 이후 오히려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인상하는 결정으로 원성을 샀다. 공정위 신고를 예고한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도 “납득할 만한 조정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하며 신고를 미뤄달라고 요청해놓은 후, 이어진 회의에서 수수료와 관련된 어떤 안건도 내놓지 않는 등 모르쇠 행보를 이어갔다.
최근 배민이 내놓은 ‘차등 수수료’ 제안도 업계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이다. 배민은 배달 앱 매출액 기준 상위권 점주에게는 기존과 같은 9.8% 중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다른 점주에게는 매출액별로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상생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게 배달 매출이 적을수록 수수료를 적게 내도록 바꾸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배민 측에서 “점주가 음식값을 내려야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나선 부분이다. 점주가 음식 가격을 1000원 내리면 수수료율 6.8%를, 1500원일 땐 4.9%를 각각 적용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점주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기존 중개 수수료율 9.8%에선 점주가 2만원짜리 음식 주문을 받으면 중개 수수료로 1096원부가세 별도을 내야 했다. 하지만 배민 제안대로 점주가 1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 중개 수수료는 6.8%가 적용돼 600원을 덜 내지만, 1000원 할인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400원 손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배달 장사를 열심히 할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라는 건 난센스”라며 “애초에 배달 비중이 적은 매장은 수수료 인하 효과를 거의 못 본다. 기존보다 퇴행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등 수수료가 도입되면 시장 혼란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동일한 프랜차이즈 업체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배달 앱 내에서 가게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민 측이 제시한 차등 수수료까지 도입되면 가격 체계의 복잡성이 더 커져 소비자 혼란이 더 커진다”며 “현재 배달 플랫폼 기업 실적이 최고점을 찍는 만큼, 점주와 소비자가 떠나지 않도록 수수료를 낮추고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 모델 마련에 매진해야 한다”고 들려줬다.
3. 혁신 외치던 ‘힙’한 기업의 변질
대기업·스타트업 단점만 골고루
배민에 대한 여론 악화 요인으로 ‘조직문화의 변질’을 꼽는 이가 적잖다. 스타트업 특유의 도전정신은 사라지고 대기업처럼 ‘안정적인 수익’만 원하는 회사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타트업 시절 ‘주먹구구’ 식으로 일하는 문화는 변치 않았다는 진단이다. 우아한형제들 내부에서조차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단점만 골고루 갖춘 회사’가 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독일계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 인수 이후부터 우아한형제들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2019년 독일 배달 업체 딜리버리히어로는 4조7500억원을 들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했다. 당시에는 국내 스타트업이 5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성공적인 거래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때마침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우아한형제들 실적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2년 마침내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더니 2023년에는 7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까지 달성했다.
기쁨도 잠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기대했던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어느새 ‘혹’으로 전락했다. 잘나가던 우아한형제들과 달리 딜리버리히어로는 역대급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 시장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에만 3조4159억원 순손실을 냈다. 전 세계 75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유의미한 실적을 낸 곳은 한국 시장이 유일했다.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 시장 매출 의존도는 2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부 유출 논란도 불거졌다. 현금이 급한 모기업을 위해, 배민은 모기업인 우아DH아시아에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배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돈 나올 구석이 사실상 우아한형제들밖에 없는 탓에,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에 ‘수익중심주의’ 전략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민만의 독특한 브랜딩 전략, 광고 등은 사라지고 수수료 장사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부터 수수료 인상, 유료 멤버십 등 수익성을 높이는 정책만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반면 ‘치믈리에 자격증’ 등 배달의민족을 상징하던 ‘B급 마케팅’은 자취를 감췄다. 배민다움은 사라지고 숫자만 바라보는 현재 경영 전략에 내부 직원의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각종 브랜딩 프로젝트도 줄이는 것으로 안다. 회사의 강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셈”이라며 “올해 7월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전 대표가 교체된 배경에도, 모기업이 요구한 수수료 인상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돈다”고 설명했다.
C레벨급 임원 교체는 우아한형제들 경쟁력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딜리버리히어로 인수 이후, 배달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봉진 창업자를 비롯한 1세대 임원이 줄줄이 회사를 나갔다. 현장 전문가 빈자리에는 컨설턴트 출신 인사가 중용됐다. 이국환 전 대표, 반데피트 현 임시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우아한형제들 내부 직원은 “유통 산업 경험이 없는, 숫자만 보던 이들이 대거 들어왔다. 현업을 모르는 사람이 만든 정책을 따르기만 원한다”며 “잘못된 결정에는 반대 의견을 내야 하는데, DH가 지시하면 무조건 따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배민이 마주하게 될 이슈는
“이러다 2등 될라”…노심초사
배민이 당장 풀어야 할 문제는 ‘중개 수수료 상생안’이다. 올해 7월 출범한 상생협의체는 3개월 동안 서로 요구안을 주고받을 뿐, 합의점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가맹점주협의회 등 배민 상대편에서는 “9.8%인 기본 수수료를 5%대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기업 현금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배민에서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배민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받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공정위는 배민 등 배달 앱 3사에 ‘최혜대우 요구’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혜대우 요구’는 배민이 입점점주에게 배민에서 판매하는 음식 가격을 다른 배달 앱보다 높게 책정하지 않도록 하는 조건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현재 공정위에 신고된 사안으로 최대 4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 전문가 사이에서는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인 김형석 더킴로펌 대표변호사는 “시장 가격 책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로는 정부가 배달 앱에 상생협의를 압박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진단했다.
배달 앱 시장 순위가 재편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배민은 시장점유율 60%를 유지하는 1위 사업자다. 2위 쿠팡이츠가 24%대까지 치고 올라왔고 요기요는 14%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츠 역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하향 곡선을 그리는 배민 이용자 수와 달리 쿠팡이츠는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땡겨요중개 수수료 2%’나 수수료 0%로 배달 시장에 최근 도전장을 내민 ‘해주세요’ 같은 플랫폼으로 점주와 소비자가 분산될 확률도 적잖다.
무료 배달을 해주는 대신 월 3990원을 받는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이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배민이 당장 멤버십 수익을 좇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른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배달 중개 시장은 특성상 충성 고객이 없다. 가격이 저렴하면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배민이 운영 중인 멤버십 무료·할인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면 쿠팡이츠나 다른 앱으로 이탈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건웅·반진욱·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0호 2024.10.16~2024.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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