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상업 분파적 문화 걷어내기, 임종룡 회장이 국회에서 약속할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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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금융지주 회장으로는 처음 증인으로 출석, 지주사 임원 192명과 그 가족들의 신용정보를 내부망에 등록해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금융 계열사 전반에서 일어난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같은 문제의 재발을 막고자 현직 고위 간부들과 그 가족들까지 관리하겠다는 겁니다. 해당 안건은 구성원들에게 사전 공유되지 않은, 그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통보였다고 합니다.
시행일은 올해 연말 인사부터. 임원들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신용정보 제공 동의까지 받아와야 하는 귀찮은 상황이 됐는데, 승진 인사와 맞물렸으니 사실상 동의서를 가져오지 않으면 임원도 못 달게 됐습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국정감사라는 무대에서, 증인이라는 위치에서 친인척 부당대출 문제 재발 방지책을 발표한 건, 임 회장이 해당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위증할 수는 없으니 임직원들 반발이 있을지라도 이제 철회는 어찌 되었든 불가능하게 됐네요.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조직문화 변화는 영영 불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임 회장은 그동안 우리금융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는데 굳이 하나만 꼽자면 ‘감사Thank you 토큰’일 겁니다. 감사를 표하고 싶은 그룹사 동료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토큰을 전달하고, 많이 받은 직원은 회사 차원에서 소정의 상품을 받게 되는 식입니다. 올해 3월 5일 시작됐는데, 최근까지 누적 84만여개가 뿌려졌다고 합니다. 뿌려진 토큰 숫자부터 직원들 반응을 종합했을 때 내부적으로는 화합의 문화를 정착하는 소기의 성과가 달성됐다고 평가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토큰을 고민하게 됐을까요. 의도에 답이 있습니다. 우리금융 내에 칭찬보다는 비방의 문화가 내재해 있었다는 것이겠지요. 그 중심에 한일은행 출신과 상업은행 출신의 대립과 반목이 있습니다. 임 회장이 국감장에서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통합은행으로서 민영화되지 못해 분파적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런 음지의 문화를 없애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분파와 음지. 한일과 상업의 다른 말입니다.
한일·상업 인력은 우리은행 내 2100여 명, 전 직원1만4000여 명의 15%가량 됩니다. 임 회장 체제에서 우리은행 통합 세대 1975~1978년생들이 주요 본부 부서장을 달며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으나, 여전히 한일·상업 출신들이 주요 자리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죠.
물론 한일·상업 출신 모두가 반목과 대립의 조직문화를 조성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들이 모두 서로를 끌어내리기 위한 ‘투서’를 만드는 사람들도 아니고요. 제가 만난 분 중에서도 조직에 헌신하는 훌륭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재기를 노리는 일부 한일·상업 출신 올드 보이OB, 그리고 그 힘에 편승하려는 같은 출신의 일부 영 보이YB의 합작품이겠지요. 임 회장도 OB 들을 만나면 조직에 애정을 갖는 것은 좋지만, 관심은 꺼달라고 말한다고 전해집니다. OB 들의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현직 간부로 있는 한일·상업 출신들에게 미치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순한 맛’인 감사 토큰만으로는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겁니다. 적어도 YB끼리는 선한 영향력을 미쳤을지 몰라도 OB에게는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국감장에서 사외이사로 구성된 윤리내부통제위원회 구성, 그 직속의 윤리경영실 신설을 통한 임원 친인척 신용정보 관리 등 경영진 견제와 감시, 나아가서는 내부자신고제도까지 만들겠다는 강경책을 꺼내든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할 때는 지났고, 이제는 조직문화를 헤치는 해사 행위를 감시할 때라는 시그널을 보여준 것이죠.
우리금융 임직원들이 임 회장의 깜짝 제안에 얼마나 동의해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친인척 공유 차주 관리는 전적으로 개인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니까요. 그러다 보니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습니다.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 배우자 형제자매를 넘어 사돈의 팔촌까지 신용정보를 내보이는 임원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진짜 조직을 위하는 사람임이 판별될 수도 있겠네요.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아무쪼록 대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증언이 우리금융 조직문화를 환골탈태하는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행일은 올해 연말 인사부터. 임원들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신용정보 제공 동의까지 받아와야 하는 귀찮은 상황이 됐는데, 승진 인사와 맞물렸으니 사실상 동의서를 가져오지 않으면 임원도 못 달게 됐습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국정감사라는 무대에서, 증인이라는 위치에서 친인척 부당대출 문제 재발 방지책을 발표한 건, 임 회장이 해당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위증할 수는 없으니 임직원들 반발이 있을지라도 이제 철회는 어찌 되었든 불가능하게 됐네요.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조직문화 변화는 영영 불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왜 이런 토큰을 고민하게 됐을까요. 의도에 답이 있습니다. 우리금융 내에 칭찬보다는 비방의 문화가 내재해 있었다는 것이겠지요. 그 중심에 한일은행 출신과 상업은행 출신의 대립과 반목이 있습니다. 임 회장이 국감장에서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통합은행으로서 민영화되지 못해 분파적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런 음지의 문화를 없애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분파와 음지. 한일과 상업의 다른 말입니다.
한일·상업 인력은 우리은행 내 2100여 명, 전 직원1만4000여 명의 15%가량 됩니다. 임 회장 체제에서 우리은행 통합 세대 1975~1978년생들이 주요 본부 부서장을 달며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으나, 여전히 한일·상업 출신들이 주요 자리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죠.
물론 한일·상업 출신 모두가 반목과 대립의 조직문화를 조성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들이 모두 서로를 끌어내리기 위한 ‘투서’를 만드는 사람들도 아니고요. 제가 만난 분 중에서도 조직에 헌신하는 훌륭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재기를 노리는 일부 한일·상업 출신 올드 보이OB, 그리고 그 힘에 편승하려는 같은 출신의 일부 영 보이YB의 합작품이겠지요. 임 회장도 OB 들을 만나면 조직에 애정을 갖는 것은 좋지만, 관심은 꺼달라고 말한다고 전해집니다. OB 들의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현직 간부로 있는 한일·상업 출신들에게 미치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순한 맛’인 감사 토큰만으로는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겁니다. 적어도 YB끼리는 선한 영향력을 미쳤을지 몰라도 OB에게는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국감장에서 사외이사로 구성된 윤리내부통제위원회 구성, 그 직속의 윤리경영실 신설을 통한 임원 친인척 신용정보 관리 등 경영진 견제와 감시, 나아가서는 내부자신고제도까지 만들겠다는 강경책을 꺼내든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할 때는 지났고, 이제는 조직문화를 헤치는 해사 행위를 감시할 때라는 시그널을 보여준 것이죠.
우리금융 임직원들이 임 회장의 깜짝 제안에 얼마나 동의해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친인척 공유 차주 관리는 전적으로 개인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니까요. 그러다 보니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습니다.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 배우자 형제자매를 넘어 사돈의 팔촌까지 신용정보를 내보이는 임원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진짜 조직을 위하는 사람임이 판별될 수도 있겠네요.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아무쪼록 대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증언이 우리금융 조직문화를 환골탈태하는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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