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떨어트리고 불붙이고 누르고…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시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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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물에 담가 과충전하기도…시험에 4개 이상 배터리팩 필요
광주=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화재가 발생했을 때를 가정, 3시간 동안 관찰해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15일 광주 광산시에 위치한 자동차안전연구원 친환경차 부품인증지원센터.
시험대 위에 놓인 SK온의 배터리팩 아래로 서서히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배터리를 살짝 그을릴 수준이었던 불길은 조금씩 커지더니 어느덧 배터리를 집어삼켜 그 형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취재진에게도 서서히 뜨거운 기운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배터리는 섭씨 800∼1천100도의 온도에서 2분간 꼼짝없이 가열됐다.
가열 이후 3시간 동안 관찰하는 이유는 차량 화재 시 승객들이 대피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배터리에 불이 붙은 게 아니라 배터리에 불이 붙는지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라며 "차량에서 난 화재가 배터리로 전이돼 폭발하는지 확인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험에 활용된 SK온의 배터리팩은 향후 현대차 아이오닉9에 탑재될 예정이다.
[촬영 이승연]
이어 낙하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620여㎏ 무게의 배터리팩이 줄 하나에 의존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위태로운 광경이었다.
"귀를 막는 게 좋을 것"이라는 연구원 관계자의 안내 이후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배터리팩이 수직으로 낙하하며 콘크리트 바닥과 충돌했다.
날카로운 굉음이 온 시험장 안에 울려 퍼졌다. 온전했던 배터리팩은 낙하 이후 일부 부품이 떨어져 나간 모습이었다.
낙하 시험은 전기차 후방 충돌 안전성을 시험하기 위해 진행된다. 4.9m 높이에서 낙하하며 배터리가 받는 충격은 시속 48㎞로 후방 충돌을 당했을 때의 받는 에너지와 유사하다고 한다.
시속 48㎞는 일반적인 차량 충돌 실험을 할 때도 기준이 되는 속도다.
[촬영 이승연]
낙하 시험이 충돌 에너지를 위치 에너지로 구현했다면, 기계적 충격 시험에서는 실제로 일정 속도로 달려오는 충돌 상황을 재현한다.
레일 끝에 배터리팩을 놓고 중력 가속도의 최대 28배 속도로 충돌시켜 전해질 누출, 발화, 폭발 등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레일을 이용한 기계적 충격 시험과 함께 기계적 압착 시험도 함께 이뤄진다. 10t의 힘을 0.1초 동안 배터리에 가압해 배터리가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다.
기계적 충격·압착 시험과 낙하 시험은 결국 차량 충돌 시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2개 중 하나를 통과하면 나머지 한 개 시험은 생략할 수 있다.
[촬영 이승연]
차량 주행 시 발생하는 진동에 대한 안전성도 확인한다. 배터리에 일정 주파수7∼50Hz의 진동을 15분간 12회 반복적으로 가해 3시간 동안 관찰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차량 주행 시 나타나는 평균적인 진동 수준이 7∼50Hz"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를 소금물에 담가 발화 및 폭발을 확인하기도 한다. 소금물에 넣는 이유는 소금이 양이온과 음이온의 결합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속 전해액을 타고 움직이는 이온이 소금물 속 나트륨 이온과 반응해 단락이 생기진 않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다.
[국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밖에도 센터에서는 배터리의 과충전·과방전, 과열 방지, 과전류 등 총 12개 항목에 대한 배터리 안전성 시험이 이뤄진다.
시험을 마치려면 4개 이상의 배터리팩이 필요하다고 한다. 연소·낙하·침수·단락 시험에서는 배터리팩이 필연적으로 크게 손상·파괴되기 때문이다.
오는 2026년부터는 모든 전기차 배터리가 이곳 친환경차 부품인증지원센터에서 안전성 시험을 거쳐 시중에 판매된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현대차, 기아, LG에너지솔루션 등 5개 업체가 생산·활용하는 배터리는 선제적으로 안전성 시험을 받게 된다.
인증 마크를 달고 나올 첫 번째 승용차로는 현대차 아이오닉9과 기아 EV4가 유력한 상황이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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