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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 없는데 협상 생떼"…레미콘 파업에 건설 셧다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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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0회 작성일 24-07-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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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기사는 개인사업자, 노조 지위 없어


quot;지위 없는데 협상 생떼quot;…레미콘 파업에 건설 셧다운 위기
한국노총 산하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운반비 인상 협상을 촉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1일 오전 경기 안양시의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

레미콘 운송기사들의 무기한 휴업으로 건설현장이 셧다운 위기에 놓였다. 수도권 내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운송비 협상을 요구하면서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개인사업자의 불법파업 강행이라며 협상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사 지연은 불가피하고, 향후 일정에 쫓겨 공사를 강행하면 부실 우려도 크다. 입주 지연 사태도 예견된다. 최근 건설경기 위축으로 업계가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에서 레미콘 파업이란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레미콘 제조사들 “노조 지위 아니다...통합 협상 불가”=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갈등의 핵심은 운송료 협상에 있다. 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레미콘운송노조은 1일 성명을 내고 지난달 실시한 휴업 실시 여부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노조원들이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수도권 운송기사는 총 1만1000명 규모이며 이중 8400여 명이 레미콘운송노조에 가입해 있다.

노조 관계자는 “2022년 운송료 협상 당시 새로운 합의를 위한 협상을 할 때 레미콘 제조사들 모임인 레미콘 발전협의회와 우리 노조가 통합 협상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으나, 협의회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미콘 제조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운송기사들이 개인사업자에 해당, 노동조합 지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전국 12개 권역별 혹은 개별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당국도 레미콘 운송사업자의 노조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파업 여파로 하루 300억원 가량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장마로 인한 건설현장 공사 차질까지 겹치게 되면 피해액은 하루 500억원까지 늘어난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미 노조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파업을 강행한 건 명백한 불법행위로 제조사들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코로나19 당시 개인사업자에게 지원하는 지원금을 받기도 했는데, 이는 근로자와 사업자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운송기사의 잦은 파업 배경엔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도 있다는 불만이다. 레미콘은 반제품으로 생산 후 90분 이내 운반과 타설이 완료돼야 한다. 때문에 레미콘이 굳지 않도록 드럼장치를 한 믹서트럭이 필수다.

문제는 정부가 2009년 8월부터 영업용 믹서트럭의 신규 등록을 제한, 신규 기사의 진입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독점운송 체제가 유지되는 셈이다. 운송 사업자들은 이를 악용, 레미콘업계와 건설시장을 압박한다는 것이 업계의 토로다.

▶건설업계도 비명...결국 입주민 피해 우려=건설업계도 초비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날 타설해야 하는 현장 중 90%에 레미콘이 안 들어오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최근 공사비 인상 문제로 공사가 멈췄던 사업장이 레미콘 수급 상황 때문에 또 멈출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서울 수도권 현장 중 골조공사를 진행 중인 곳이 대략 절반 가까이 된다”며 “비파업 레미콘 사용, 실내 공사 진행 등으로 자원을 집중하고 있지만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사 현장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과거에도 반복된 파업으로 시간에 쫓기며 공사하다 보니, 하자가 나오며 결국 입주민 피해로 돌아갔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전점검에서 입주자의 불만이 폭발하는 것도 2년 전 노조 파업과 무관하지 않다”며 “시간에 쫓겨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 마감 작업을 빠른 시간에 해내려고 하니 하자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파업으로 공사가 늦어지면 공사비가 오르고 입주까지 늦어질 수 있다. 한 중견건설사 현장소장은 “파업이 단기간에 종료되면 큰 무리는 없겠지만, 1~2주 정도 이어질 경우 모든 건설사에 동일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일단 파업 초기인 만큼 신중히 지켜보는 분위기다. 대부분 다른 공정으로 레미콘 타설 공정을 대체하고 있다. 실제 한 대형건설사는 이미 1일부터 레미콘 타설이 아닌 다른 공정에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 회사 관계자는 “2~3일 정도는 대체인력으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현장 운영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우선 레미콘을 사용하지 않는 대체 공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아파트 등의 공사 차질이 불가피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마철과 파업일정이 겹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대부분 건설사들이 장마철에는 타설을 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 미리 다른 일정을 잡아둔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아직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유재훈·고은결 기자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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