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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 이코노미 타고 MZ도 희망퇴직…비용절감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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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0회 작성일 24-06-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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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긴축 본격화 ◆

임원들 이코노미 타고 MZ도 희망퇴직…비용절감 칼바람

대형 배터리 업체 A사는 올 들어 각 부서용 법인카드 한도를 지난해 대비 30% 줄였다. A사 관계자는 "한도가 다 찼는데 추가 사용처가 생길 경우 회사에 따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건마다 결제 내역을 확인할 만큼 비용 지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분위기라 사실상 한도를 초과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배터리 업체 B사는 협력사·관계사와의 식사 비용에도 제한을 걸 만큼 고강도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업무상 필요한 식사 자리는 만찬 대신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오찬을 권장하고, 만찬을 할 경우 회사에 일정과 인원을 미리 보고해야 한다는 지침이 생겼다.

B사 관계자는 "상대방이 예정된 인원 외에 추가 참석을 문의해 거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혹독한 경비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업무 출장과 법인카드 사용까지 제한하는 등 최대한 비용을 줄여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서다. 골프, 출장이 늘어나는 봄이 오면 법인 카드 금액이 급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그 기조도 꺾였다. 지난 5월 법인카드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어든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과 SK, LG, 포스코 등 대기업들은 설비 효율성을 재점검할 뿐 아니라 직원들의 크고 작은 지출을 통제하며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 품위 유지 차원에서 주어졌던 임원들의 혜택은 대폭 줄이고 출장이 불가피하게 필요할 경우 좌석 등급을 낮추는 등 지출을 최소화하도록 권장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부사장들에게는 제네시스 G90을 지원해왔으나 작년 말부터 G80으로 등급을 낮췄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출장 시에는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사용하도록 했다. 숙소도 평사원급으로 맞췄다. 퇴직자를 대상으로 운영했던 상근고문 제도는 올해 정기인사부터 대폭 축소했다.

사업 재편과 조직 슬림화를 진행하는 SK그룹 역시 계열사 전반이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부서별로 회식비를 줄이며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임원들끼리 골프를 치는 내부 모임도 없어졌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임원·팀장의 복리후생비와 활동비를 각각 50%, 30%씩 줄인 바 있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감축된 복리후생비와 활동비는 복구되지 않고 있다. 영업적자를 이어가는 SK온은 임원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또 외부 식당 대신 사내 식당에서 조직 간 합동회식을 하며 회식비를 3분의 1 이하로 줄였다.

LG그룹도 임원들의 법인카드 한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팀워크 증진을 위한 조직 활성화 예산을 30%가량 삭감했다.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일부 계열사는 임원에게 제공하는 대리운전 비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MZ세대 직원에게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구미·파주 사업장에서 만 28세 이상 및 근속 3년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이전에는 만 30세 이상부터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었으나 범위가 넓어졌다.

긴축 경영 기조는 업황을 불문하고 국내 기업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전력 인프라 호황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한 LS일렉트릭 등 일부 계열사는 골프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 밖에도 LS그룹은 임원들에게 해외출장 시 사장급 이상은 1등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임원은 비즈니스석에서 이코노미석으로 낮춰 타라고 장려한다.

대기업 계열 전자부품사 C사는 글로벌 톱티어 업체의 신제품 출시로 호재가 예고돼 있지만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직원들이 서울 시내로 외근을 나가야 할 때 기존에는 법인카드를 이용해 택시를 탈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서울 내에선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와 유동성 위기 여파에 위기감을 느낀 건설사들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내실 다지기에 들어갔다.

포스코이앤씨 임원들은 임금의 10~15%를 자진 반납하고 회의비 30% 감축 등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 직원들도 올해 임금 조정을 회사에 위임하고, 연차 100% 사용 등 경비 절감을 통해 회사의 어려움을 분담하기로 했다.

한화건설은 올해 2월부터 임원과 팀장급 이상에 대한 직급 수당을 30% 삭감하고 법인카드 사용을 일부 제한하기로 했다. 한화건설은 부서별 예산과 지출도 줄이고 있다.

국내 수입차 업계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신규 구매자 발길이 뜸해져 신차 판매가 줄어들면서 일부 수입차 업체는 판매망의 핵심인 딜러사를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부산모빌리티쇼에는 수입차 기업들 중 유일하게 BMW코리아만 참가하고, 나머지는 불참했다. 이번 행사에서 독립 부스를 차리려면 1㎡당 20만원을 지불해야 했는데, 이조차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경비를 제외하고 자동차 한 대를 세워두는 데만 200만원이 들어간다.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마케팅 효과가 크지도 않은데, 행사 한 번에 수천만 원을 쓰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과 전기차 수요 정체로 인한 2차전지 소재 사업 성장 둔화 등의 악재에 직면한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회장 체제 출범 후 임원 급여를 최대 20% 반납하기로 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도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오는 7월 1일부로 임원들을 대상으로 주6일제 근무를 시작하기로 했다. 실적이 부진한 사업 부문 임원 일부를 해임하는 등 인적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성승훈 기자 / 정유정 기자 /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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