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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이러다 도시바·인텔 전철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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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4-10-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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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가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역대 산업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가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역대 산업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이 기술 한계와 중국의 추격으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들의 전망이 나왔다. 전직 장관들은 과감한 혁신과 정부의 총력 지원이 없으면 한국 기업들이 한때 ‘반도체 거인’이었지만 지금은 몰락한 일본 도시바와 위상이 추락한 미국 인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라는 주제로 역대 산업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을 열었다.

국내 반도체 권위자인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해 “현재의 2D 스케일링에 기반한 D램 성능 향상 추세는 향후 5년 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수직구조 낸드플래시와 유사한 적층형 3D D램 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및 관련 기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한국이 후발 국가 대비 보유한 D램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특히 중국의 추격을 경계했다. 그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더딘 발전과 메모리 분야 경쟁력 저하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장래에 불안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며 “국가적 지원에 힘입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분야 진출은 향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대담에서는 한국도 미국, 중국 등과 마찬가지로 보조금, 직접 환급제도 같은 지원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직접 환급제도란 기업이 납부할 세금보다 공제액이 더 크거나 납부할 세금 자체가 없는 경우 그 차액 또는 공제액 전체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미국, 중국, 일본이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 및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다른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다양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육성은 물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도 “반도체 기업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정확한 경영 판단과 기민한 대응에 더해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며 “민간이 할 수 없는 전력 등 인프라 확보 등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인력, 자금력, 전력, 데이터 등 필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AI의 엄청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이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반도체 생산능력이 중국과 대만에 뒤처질 수밖에 없고, 첨단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패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존재한다”며 “우리도 미국 등 주요국처럼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 환급제도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 도입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도시바와 인텔 사례는 한때 확고해 보이는 시장 지배력도 기술 혁신 실패와 지원 실기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기업의 혁신역량 강화와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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