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500일 리빌딩]④ 내부통제 포비아 극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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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경제TV 김병주 기자]재도약을 노리는 우리금융지주의 현시점 최대 아킬레스건은 내부통제 리스크다. 끊이지 않는 횡령배임부당대출 등 금융사고에 책임의 화살은 자연스레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향하고 있다. 연이은 금융사고에 강도 높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사실상 공염불에 그쳤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임회장이 우리금융에 드리워진 내부통제 포비아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실적 개선밸류업을 넘어선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종룡 회장 고개 숙였지만…변한 건 없다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님들께 절박한 심정으로 송구합니다."
임 회장이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최근 손태승 전前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 대출 이슈가 터진 직후였다.
이번에도 임 회장은 강도 높은 내부통제 개선을 약속했다. 특히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지주사우리은행 전 임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발언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다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임 회장의 발언은 사실상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약속만 반복됐을 뿐이를 실현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는 언급되지 않았다.
임 회장은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며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 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개선하고 직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를 막기 위한 윤리의식 고취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과거 개선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불거진 우리은행 김해지점 100억원대 횡령 사고 이후 조 행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철저하게 저희가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해서 재발 방지를 하도록 할 것"이라며 "시스템뿐만 아니라 모든 임직원에게 내부통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을 통해서 저희가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취임 당시 임 회장도 빈틈없는 내부통제를 강조하며 금융사고 재발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금융의 투 톱인 임 회장 그리고 조 행장의 발언은 사실상 공염불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타 행 압도하는 사고 규모
더 큰 문제는 우리은행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금융사고가 타 은행의 규모를 압도한다는 점이다. 통상 금융사고의 경우, 사고 건수보다는 피해 규모를 더 중점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피해 규모가 곧 은행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은행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사고가 발생 시이를 공시하면서 손실 예상 금액을 함께 기재한다. 쉽게 말해 금융사고 피해액 중 실제 회수 가능한 금액을 제외한 피해 금액을 산정한다는 의미다. 대내외에 사고를 공시하는 상황에서도 피해 금액을 언급할 정도로 은행권에서는 상당히 민감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 회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3월 24일부터 올해 6월20일까지 약 1년 3개월 동안 발생한 금융사고는 4개 계열사에서 총 9건이다.
계열사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발생 건수 5건, 피해 금액 131억원으로 주요 계열사 중 가장 피해가 컸다. 이어 우리카드 2건9억5800만원, 우리금융캐피탈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이 각각 1건씩 1억1600만원과 1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9건 중 3건은 사기, 횡령2건, 사적금전대차1건, 개인정보유출1건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우리금융에서 발생한 피해금액약 142억원은 같은 기간 신한금융36.3억원, 하나금융65.8억원의 금융사고 금액보다 월등히 크다.
특히 1년 3개월 간 집계된 금융사고가 임 회장 임기 전 발생됐지만 뒤늦게 적발된 사후적발이 아닌, 임 회장 취임 이후 실제 발생한 금융사고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에서 발생한 약 136억원의 금융사고 금액 중 실제 환수가 예상되는 금액은 절반을 약간 넘는 56%약 7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회장 조직문화 각성 필요해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이같은 내부통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내부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다만, 도덕적해이의 방지가 개개인의 일탈을 막는 방식이 아닌, 전반적인 내부 조직문화를 바로 잡는 방식으로 접근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임 회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우선 제기된다. 실제 이번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고 이후, 임 회장은 기회주의적 직원들의 처신을 사고 이유로 꼽았다. 그러면서 면직 등 자체 징계와 사법당국에 고소했다는 부분도 재차 강조했다. 이번에도 과거 사례와 마찬가지로 일련의 금융사고를 직원의 일탈로 규정, 이들을 처벌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동일한 배경의 사고가 재발했다는 점도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극명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경우,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불거진 친인척유력인사 자녀 채용청탁 이슈로 취임 6개월 만에 은행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미 한차례 내부 친인척 특혜 관련한 사고가 불거진 전례가 있음에도 이를 전임 행장과 회장이 시스템적으로 보완하지 못한 셈이다.
리스크 관련 임원들의 각성도 촉구된다. 물론 지난 7월 내부통제 업무를 담당하는 준법감시인을 교체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기는 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내부통제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리스크책임자CRO의 경우, 이번 우리금융 내 금융사고 수습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임 회장의 경우, 타 지주사 회장과 달리 외부에서 온 만큼 아직 내부 조직문화에 대한 분석이 완전치 못한 것 같다"며 "지금의 상황이라면 임 회장이 직접 본점부터 영업 말단까지 관심을 갖고 조직문화 바꾸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고가 임 회장, 조 행장 취임 이후에도 지속됐다는 점에서 더 이상 두 사람도 내부통제 이슈에서 책임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 이상 내부통제 강화 의지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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