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으로 위장한 중국산 감시카메라 공공기관에 3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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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정보 유출 등 보안 논란
그래픽=이철원·Midjourney
11일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요 공공기관과 학교·병원·어린이집 같은 공공시설에 국내산으로 위장한 중국산 감시 카메라 2만9962대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다화大華사가 만든 특정 기종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경우를 취합한 수치로, 다른 수입 감시 카메라나 국내산 미인증 제품은 더 많을 수 있다.
중국산 ‘짝퉁’ 감시 카메라 설치가 확인된 공공기관의 대처도 ‘중구난방’식이었다. 중앙정부에서 정한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일부 기관은 이미 국산 감시 카메라로 교체했지만, 일부는 “정보 유출 위험이 없어 교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작년 3월부터 공공기관에 설치하는 감시 카메라는 반드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보안 인증을 받도록 했지만, 전문가들은 인증 제품도 해킹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국내 전체 감시 카메라2732만대 중 93.5%2556만대를 차지하는 민간 설치 장비는 어떠한 보안 검증 절차도 없어 해킹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실정이다.
그래픽=이철원
◇주요 공공기관에 ‘짝퉁’ 감시 카메라 3만대
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감시 카메라는 광범위한 공공기관에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590대과 육해공군 등 군부대131대, 대법원·법원107대 등 핵심 국가기관에서도 발견됐다. 또한 공공주택LH·4095대, 도로한국도로공사·348대, 철도한국철도공사·303대, 공항인천국제공항공사·320대, 항만항만공사·358대 등 국가 기간시설을 관리하는 공기업도 수천대를 납품받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부 산하 한국원자력연구원202대, 기초과학연구원309대에도 중국산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것으로 조사돼 기술 정보 유출 우려가 나온다.
일부 기관은 발 빠르게 조치에 나섰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국정원으로부터 중국산 감시 카메라 설치 사실을 통보받고 바로 국산 감시 카메라로 교체했다. 반면 LH·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은 “피해가 접수되지 않았다” “정보 유출 가능성이 없다”며 교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79곳 지자체에도 1만4495개의 중국산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것이 드러나면서 행정안전부는 이달 중 전수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행안부는 중국산 감시 카메라를 국산 제조사로 위조한 감시 카메라가 있는지 여부도 함께 점검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지자체 관제센터에 약 60만대의 감시 카메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영국서 퇴출당한 중국산, 국내 곳곳에 설치”
중국산 감시 카메라를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행태가 나오는 배경엔 2007년부터 국내 중소기업만 감시 카메라를 공공기관에 조달하도록 한 제도가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제품의 공공기관 납품이 불가능해지면서 기술력과 자본력이 부족한 영세 업체들이 저가의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가 중국 제품은 국산보다 6~7배 싸고, 고사양 제품도 중국산이 최소 20~30% 저렴하다”고 했다.
민간 시장에선 중국산 감시 카메라가 보편화한 상황이다. 한 보안업체 대표는 “지하철역이나 고속도로 등에서 공공이 관리하는 제품도 미국·영국 같은 선진국 시장에서 퇴출당한 중국산을 상표만 바꿔 설치한 제품이 상당수”라고 했다.
이상진 고려대 디지털포렌식센터장은 “해커들은 계속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감시 카메라의 보안 취약점을 파고드는데, TTA 인증은 이미 알려진 문제에 대한 대응을 점검하는 방식이라 취약점이 있다”고 했다.
☞TTA 인증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공공기관용 감시 카메라의 보안 능력을 검증해 부여하는 인증 제도. 협회의 인증심의위원회는 해당 감시 카메라가 외부자의 해킹 시도를 차단할 능력이 있는지, 관리자 계정의 비밀번호가 암호화되어 저장되는지 등 보안성과 관련한 총 68항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증서를 발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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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근 기자 korea@chosun.com 서보범 기자 broad@chosun.com 박진성 기자 natur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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