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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근간까지 흔드는 부영 출산장려금…묘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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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5회 작성일 24-02-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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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대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다둥이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전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부영그룹이 직원들에게 준, 정확히는 직원 자녀들에게 준 출산장려금이 최근 조세 분야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를 증여가 아닌 근로소득으로 보고 다른 세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급한 출산율 문제 해결을 위해 일단은 증여로 보고 세법에 여러 요건을 담아 부작용을 막아보자는 의견도 있으나, 증여로 처리하면서 기업에 손금산입을 해주는 것은 세제의 근간을 흔들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부영그룹은 지난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70여명에게 1억원씩 70억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부영그룹이 직원들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이를 직원 자녀에게 증여하는 형태로 지급했다는 것. 이를 실제로 증여로 볼 수 있느냐, 아니면 근로소득으로 봐야 하느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근로소득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6%1400만원 이하, 15%14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 24%50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 35%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 38%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등의 세율이 적용된다.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보면 직원의 연봉이 더해지면서 세율이 35%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다. 대신 기업은 손금·필요경비 처리할 수 있어 그 만큼 세부담을 던다.

하지만 출산지원금을 증여로 해석하면 1억원 이하 증여세율 10%만 적용된다. 직원 입장에서는 세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반면 기업은 손금·필요경비 처리를 못하게 된다.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보면 직원의 세부담이 늘고, 증여로 해석하면 기업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부영그룹 사례가 알려진 뒤 국가적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기업과 직원 모두의 세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 지원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즉각 강구할 것을 지시하자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기재부는 현재 출산·양육지원금을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16일 "기업이 성과급을 직원 배우자 통장에 넣어주더라도 그 돈을 직원에게 준 것이고 이는 당연히 근로소득"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법을 보완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 안팎에서는 출산·양육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보되 기간을 나눠 분할 과세하는 방안, 기부금 면세 혜택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정확한 정부 방침은 내달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조세일보는 이에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통해 출산장려금을 둘러싼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없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최근 부영그룹이 출산장려금 1억을 임직원 자녀에게 증여 형식으로 줬다. 기획재정부는 결국 직원에게 준 근로소득이라는 입장인데, 이를 증여로 보는 게 맞나, 근로소득으로 보는 게 맞나.
☞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 회사가 직접 근로자에게 지급하면 근로소득이고, 주주인 회장이 주면 증여로 보는 것이 맞다.

☞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근로소득으로 보고 소득세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 현행 근로소득은 유형별포괄주의이고 기업이 복지성으로 제공하는 것들도 모두 근로소득으로 취급하고 조세를 부과하고 있다.

☞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 근로소득이 맞다. 자녀에게 장려금을 지급했어도 실제는 직원부모에게 지급한 것과 마찬가지다. 증여라고 보기엔 어색한 부분이 있다.

☞ 이동건 한밭대 회계학과 교수 = 소득세법에서 말하는 학자금·장학금은 종업원이 직접 받는 것은 물론 종업원의 수학중인 자녀가 사용자로부터 받는 학자금·장학금을 포함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이번 사례처럼 출산장려금을 종업원이 직접 받지 않고 자녀들의 통장으로 받는다 하더라도 근로소득으로 볼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은 종업원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주어야 하고, 열거주의에 따라 구체적으로 열거된 소득만을 근로소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즉, 종업원 자녀의 출산을 원인으로 자녀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은 근로소득보다는 증여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회사로부터 출산장려금을 받기 위해서는 종업원으로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근로소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근로에 대한 대가보다는 출산을 장려하는 목적으로 준 것이 명백하므로 현행 소득세법상으로 근로소득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논란을 줄이기 위해 근로소득의 범위에 출산장려금은 근로소득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Q. 증여로 인정하면 조세회피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 입장에선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소득으로 보면 세율이 높아 출산장려라는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 출산장려 촉진과 소득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근로소득에 조세특례를 적용한다면, 오히려 기업 간 출산장려금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출산장려금에 대한 기업 간 경쟁촉진으로 인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기업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근로자의 노동조건 및 급여조건이 악화할 수 있다. 아울러 출산장려금에 대한 과도한 조세특례는 근로자의 항구적인 다른 자녀지원제도를 악화시키는 작용이 될 수 있다. 즉, 출산장려금에 대한 기업 간 경쟁이 촉진됨에 따라 중소기업 등은 재원마련을 위해 다른 복지지출을 상대적으로 감소 혹은 유지하는 수준을 보일 수 있다.

☞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증여로 해주면서 특별법으로 손금산입을 처리할 수 있게 해 근로자도 세금을 안 내고 기업도 세금을 안 내게 해주겠다는 게 정부 입장 아닌가. 기업이 자발적으로 복지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근로소득세를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출산장려금을 증여로 처리한다면 세제의 근간이 흔들린다. 또 증여로 처리하면서도 기업에게 손금산입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꾼다면, 근로소득세와 증여세 체제가 흔들리고 기업은 이것을 다른 복지 사례로 계속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대기업이 기업복지를 더 많이 주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고소득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절세 편법이 생길 수도 있다.

☞ 이동건 한밭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 조세회피수단 악용 가능성을 논하기 이전에 기업의 출산장려금은 국가적으로 절박한 출산감소 문제를 기업이 풀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법에 출산과 연계해 지급하는 요건이나 한도를 잘 구비하면 근로자의 조세회피도 막을 수 있고, 국가의 예산 지출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Q. 부영그룹은 출산장려금 기부면세제도 등 제도 도입을 요청하고 나섰다. 직원이 받은 장려금을 수입에 합산하지 않는 동시에 이를 지급한 기업에도 소득공제를 제공하는 방식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다른 대안이 있다면?
☞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 현재 세제 틀 내에서 이를 기부금으로 보기는 힘들다. 공익 목적이 있어야지 기부가 된다. 물론 출산장려도 어떤 공익과 연결을 시킬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부금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근로소득이라는 틀 안에서 보면서 조세특례제한법에 출산장려와 관련한 조항을 하나 만들어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 방법이 기업 입장에서도 손금으로 처리하기 쉽다.

☞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세금이 문제라면 5년에 걸쳐서 출산장려금을 직원에게 지급하면 된다.
 
☞ 이동건 한밭대 회계학과 교수 = 부영의 방안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정부는 사실 과거 10여년간 수십조의 예산을 투입해 출산율 하락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지금처럼 이렇게 세금을 거두어 출산장려에 엄청난 예산을 지출하는 것이나, 세법을 개정해 기업이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에 대해 증여로 보아 별도로 과세하고 기업의 손금으로 인정해준다면 기업이 출산장려금을 국가대신 지급하게 하는 것이므로 정부 예산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납세자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행위를 하겠다는데 국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기업에게는 손금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원래 기부금은 기업의 업무와 무관한 비용이지만 국가가 세금으로 해야 할 공적이고 바람직한 일을 일부 기업이 대신해주는 것이므로 일정한 한도 내에서 손금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즉, 법인세법에 출산장려금은 전액 기업의 손금으로 용인되는 기부금으로 규정해 공제를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소득으로 보면 고율의 누진세율이 적용되어 출산장려금의 취지가 퇴색되므로 출산장려금이 근로소득이나 종합소득에 포함되지 않도록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일 좋은 것은 출산장려금을 세법상 비과세로 규정하는 것이겠지만, 다른 소득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으므로 일시적·우발적 소득인 기타소득으로 보아 저율로 분리과세하거나,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 조세이론상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조세일보 / 이현재, 김명은, 강대경 기자 rozzhj@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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