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고작 이거냐" 설 앞두고 불만 폭발한 대기업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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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거센 반발… 곳곳서 충돌
5일 오전 LG그룹 본사인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을 200인치 전광판을 실은 트럭 한 대가 천천히 지났다. 전광판에는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는 문구가 보였다. 주최는 ‘LG에너지솔루션 직원 및 연기사연구기술사무직 노조 일동’으로 직원들의 ‘트럭 전광판 시위’였다. 5일 LG에너지솔루션의 성과급 삭감에 항의하는 전광판을 단 트럭이 LG그룹 사무실이 입주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 트윈타워 주변 도로를 지나고 있다. 트럭 시위 주최 측은 "직원 1700여 명 모금을 통해 이달 29일까지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덕훈 기자 연초 한국 산업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 배터리, 금융 등 업종에서 성과급을 둘러싸고 회사와 직원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작년 실적을 감안해 성과급을 달라는 직원들과 올해 어두운 전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사측 간의 의견 불일치, 임원진은 장기 성과에 따라 불황에도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미미한 사원 성과급은 왜 줄이느냐는 반발 등이 겹쳐진 것이다. 비상 경영을 외치면서 주요 임원진은 자사주로 ‘셀프 성과급’을 나눠 가진 기업포스코홀딩스도 지난해 도마에 올랐다. 그래픽=백형선 “1월에 연봉 절반이 또 들어온다”는 말이 익숙했던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올해 초과이익성과급OPI 0%가 통보됐다. 2014년 이후 2019년29%, 2020년47%을 제외하면 매년 연봉의 50%를 받아온 직원들의 불만이 터졌다. 반도체 한파를 같이 겪은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최근 자사주 15주,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한다는 소식도 기름을 부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모인 익명게시판에는 “왜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직원들만 져야 하느냐”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작년 6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진은 반도체 사업 미래경쟁력 제고에 기여했다는 등의 이유로 수억원씩 상여금을 받았다. 지난달 31일 경계현 삼성전자 DS 사장은 내부 직원 간담회에서 “경영진이 단기 목표만을 추구하지 않기 위해 최근 3년의 성과를 반영한 금액”이라고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34.7% 감소한 LG이노텍은 성과급이 3분의 1 수준인 기본급의 240%로 책정됐다. LG이노텍 직원들은 “다른 회사들에 비해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 성과급은 대폭 깎였다”고 불만이다. ◇성과급 기준 갈등…소송 검토까지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작년 연봉의 18%의 성과급이 나왔던 삼성전기는 올해 연봉의 1%로 급감했다. 직원들은 “영업이익은 절반 감소했는데 성과급은 95% 떨어졌다”며 “산정 기준이 제대로 된 것 맞느냐”고 했다. 사측은 성과급 지급 기준이 단순히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아니라 비용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한 산정 방식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모회사 직원 성과급과 차별을 이유로 집단소송 준비에 나선 곳도 있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는 지난 2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삼성화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은 삼성화재의 자동차 대물보상을 담당하는 자회사다. 올해 연봉의 25%로 성과급 비율이 책정됐는데 모회사인 삼성화재의 성과급 50%와 비교할 때 ‘자회사 차별’이라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20~30대 젊은 직원들은 평균 근속 기간이 이전 세대보다 짧은 만큼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에 대해 예민한 경우가 많다”며 “회사는 일관적이고 객관적인 지급률을 산정해야 하고 직원들에게 이를 수시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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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이정구 기자 jglee@chosun.com 이해인 기자 hi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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