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썼으면 어때, 상품이 중요하지"…불황에 중고폰 시장 쑥쑥 > 경제기사 | economics

대학생 김모21씨는 최근 중고폰을 구입했다. 출시로부터 1년이 지난 아이폰이다. 가격은 출고가 대비 100만원 싸게 샀다. 김씨는 “200만원대 아이폰 구입이 경제적으로 부담돼 중고기기를 알아보다가 용량도 크고 상태도 양호해 구입하게 됐다”며 “지난해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5프로도 용량에 따라 25만~30만원 가량 싸게 살 수 있다. 상품 질이 나쁜 게 아니라면 저렴한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고폰 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비 여건이 악화되면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졌고, 단말기 가격도 매년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폰 사업을 강화하는 업체는 통신사부터 중고 전문 플랫폼까지 다양하다. 업체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중고폰 가격을 산정하고 개인 정보 삭제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 사옥 내 딜라이트샵에서 한 방문객이 갤럭시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불황에 중고폰 시장 두드리는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 거래 플랫폼, 이른바 C2C개인간거래 업체들이 중고 휴대전화 거래 사업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8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당근은 LG유플러스와 제휴해 오는 4월 13일까지 서울과 인천, 경기 일부 지역에서 ‘우리동네 중고폰 진단센터’를 운영한다.

‘중고폰 진단센터’에서는 통신사와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로 최대 72가지 중고 휴대전화 성능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카메라와 스피커, 배터리 주요 기능에 대한 ‘5분 순삭 자동 테스트’부터 권장 항목만 모아놓은 ‘권장 테스트’, 모든 항목을 꼼꼼하게 진단하는 ‘전체 테스트’ 등 원하는 진단 테스트를 선택해서 받을 수 있다.

또 영국, 독일, 미국 등 글로벌 삭제 인증 특허를 획득한 블랑코Blancco 설루션으로 중고 휴대전화 내 개인정보를 영구 삭제해준다. 블랑코는 애플이 리퍼폰 판매 때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설루션이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은 지난달 모바일 전문 유통 기업 라이크와이즈와 손잡고 중고 스마트폰 매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가 매입 예상 가격을 받고 나서 중고폰을 물류 센터로 보내면 검수 후 최종 매입 가격을 입금해준다. 크림 관계자는 “서비스 열흘 만에 9만명 이상이가 본인 스마트폰 중고 가격을 확인해봤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했다.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된 배경에는 갈수록 높아지는 스마트폰 가격이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아이폰15 시리즈 가격은 최고 250만원,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S24 시리즈 가격은 최고 213만원이나 된다. 이용이 끝난 후 장롱에 넣어두기보다는 팔아 새 전화기 사는 데 보태는 게 이득인 셈이다.

KT 매장 안에 있는 중고폰 매입 키오스크. KT 제공

◆해외에서도 중고폰 시장 ‘쑥쑥’ 성장

해외에서도 중고폰 시장은 성장세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까지의 전세계 중고폰 연간복합성장률은 10.3%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2026년에는 중고폰 출하량이 4억1500만대에 이르고 시장가치는 약 999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스마트폰 신제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8%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중고폰 시장은 5% 성장했다.

경기 둔화로 소비자 지갑이 얇아지며 값비싼 새 스마트폰 수요가 중고폰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IDC는 “최근 대부분 선진국에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40개월을 넘어가면서 중고폰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는 재고가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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