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못 팔 수도" 초비상…매물 쏟아지는 이 동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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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아파트 매물 8543건…전년비 24% 급증
재건축 사업성 우려에 매도 나선 집주인 늘어
산본·평촌도 매물 증가세…분당은 3.8% 감소
재건축 사업성 우려에 매도 나선 집주인 늘어
산본·평촌도 매물 증가세…분당은 3.8% 감소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아파트 전경. 사진=최혁 기자
개발 청사진인 노후계획도시 기본계획이 나온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일산·평촌·산본·중동에서 매물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재건축에 나서게 될 선도지구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집주인들이 재건축 호재를 활용해 주택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고양시 일산서구 매물은 1년 전인 3542건 대비 25.4% 증가한 4443건에 달했다. 일산동구 매물 역시 전년 3339건에서 22.7% 늘어난 4100건이었다. 두 자치구를 합산하면 일산신도시 매물은 전년 6881건에서 올해 8543건으로 24.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경기도 매물 증가율인 20.6%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보다 세밀하게 살펴보면 일산 내에서 가장 매물 증가 폭이 큰 곳은 단독주택 밀집 지역인 정발산동55%이었지만, 주엽동37.2%과 백석동27.2% 등 노후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도 매물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백석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재건축이 이뤄지면 동네가 발전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분담금을 걱정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며 "선도지구 공모로 많은 관심을 받는 지금이 매도 적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아파트 단지에 선도지구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엽동 개업중개사 역시 "선도지구로 선정되면 집값에 긍정적이겠지만, 만에 하나 탈락하면 재건축 가능성이 낮아지지 않겠느냐"며 "분담금을 우려하는 분들도 있지만, 선도지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는 매도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일산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 열기는 뜨겁다. 일산신도시는 특별정비예정구역 47곳 중 22곳47%이 선도지구 공모에 참여했다. 선도지구 신청 구역의 평균 주민동의율도 84.3%로 분당90.7%과 평촌86.4%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모든 주민이 재건축 이후 입주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재건축 사업성에 대한 우려는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일산서구와 일산동구 집값은 연간 누적으로 각각 1.98%, 1.36% 하락했다. 1기 신도시 가운데 집값이 하락한 곳은 일산이 유일하다. 주엽동 개업중개사는 "일산의 재건축은 사업성이 불투명하고 대출도 까다로워 재건축을 노린 투자 수요는 많지 않다"며 "실수요 위주이다 보니 집값에도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선도지구 주민 동의율이 95%를 넘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다른 1기 신도시에서도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 아파트 매물은 이날 2792건을 기록해 전년 2446건 대비 14.1% 늘었다. 금정동 개업중개사는 "일부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선도지구로 뽑히더라도 재건축이 끝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퍼져 있다"며 "소형 면적 위주라 집값과 맞먹는 분담금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라고 지적했다.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시 동안구 매물도 3464건에서 3837건으로 10.7% 증가세를 보였다. 범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중대형 면적 위주인 평남과 비교해 소형 면적 위주인 평북에서는 분담금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모든 단지가 재건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평촌신도시에서는 범계역과 평촌역을 잇는 지하철 4호선을 기준으로 북쪽 구역을 평북, 남쪽 일대를 평남이라 부르기도 한다.
분당신도시는 1기 신도시 가운데 매물이 유일하게 줄어들었다. 이날 성남시 분당구 매물은 4391건을 기록, 전년 4560건에 비해 3.8%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 중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호재로 주목받았을 때 매도하는 것이 집주인에겐 현명한 선택"이라며 "분당의 경우 사업성이 좋으니 집주인들도 재건축 이후를 바라보고 있어 매물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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