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사진 공개 후 "관상 더러워"…의사 커뮤니티 수사 중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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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 모씨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욕설과 비방·비난이 난무하는 의사 커뮤니티 게시글에 대해 경찰이 "인적 사항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디스태프, 엠디구루 등 폐쇄형 의사 커뮤니티는 병원에 복귀한 의사, 학교로 돌아간 의대생의 개인정보가 담긴 의료계 블랙리스트의 시발점이 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 그런데도 운영진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오히려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며 회원 유치에 나서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노원경찰서는 지난 6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 A씨가 의사 커뮤니티 엠디구루에 실린 게시글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해당한다며 제기한 고소 사건에 대해 지난달 11일 수사 중지를 통지했다. 경찰은 수사결과 통지서에서 "피의자 성명불상의 인적 사항을 특정하지 못했다"며 "단서 발견 시까지 수사 중지피의자 중지 결정한다"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A씨는 병원 전공의들이 2019년 10월부터 약 2년간 리베이트 대가로 환자 수백 명에게 치료와 무관한 비타민 정맥 주사제 등을 처방했다는 의혹을 내부 고발했다. 최초 경찰 수사에서 전공의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병원 측이 허위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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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
하지만 이후 의사 커뮤니티에는 A씨에 대한 비방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엠디그루에 지난 3월 올라온 게시글에는 A씨의 실명과 얼굴 사진이 공개됐는데, 이후 "관상 더러워요" "환관 이미지"라며 외모를 비하하거나 초성을 욕설로 둔갑시켜 적는 등 무분별한 댓글 테러가 자행됐다. 또 다른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테프 역시 A씨를 가리켜 씹수의대 교수를 욕하는 은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친일파 앞잡이" "의사 사회에서 묻어야 할 듯" 같은 비방과 욕설이 난무하는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전공의 사직과 전혀 무관한데도 소위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의 의료계 블랙리스트에도 올랐다.
A씨는 의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과 댓글 작성자를 모욕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과 서울노원경찰서에 잇따라 고소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7월 메디스태프에서 A씨에 대해 악의적인 게시글·댓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 의사 3명을 소환한 데 이어 8월에는 기동훈 메디스태프 대표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사법당국의 수사에도 의사 커뮤니티의 자정 작용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는다. 경찰이 수사 중단한 메디구루 운영진은 여전히 "욕설, 상호 비방, 지역질 등 모든 것에 제약이 없다"며 커뮤니티를 홍보하고 있다. 사법당국의 수사가 시작된 후에는 공지를 통해 되레 A씨를 협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경찰을 포함한 외부에 무단으로 글을 캡처 및 전달해 타 회원을 고소할 경우 전체 의사를 대상으로 한 공격행위로 간주한다"며 "영업방해로 인한 민사적 손해배상, 기타 형사상 법적인 모든 방어행위를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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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기동훈 메디스태프 대표가 20일 오후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리베이트 폭로 교수 조롱글’ 관련 조사를 받기위해 종로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2024.8.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의사 커뮤니티는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엠디그루측은 "특별히 설계된 익명 시스템을 기반으로 글이 게시돼 특정 회원을 고소하는 것은 특정성이 성립되지 않아 무효"라며 "고소가 무효라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고소해서 상대방을 괴롭게 하는 것은 무고죄에 해당한다"라고 알렸다.
메디스태프도 지난 2월 공지에서 "경찰에서 특정 글에 대한 게시자 정보를 알려달라는 협조 요청이 있었고 저희는 거부를 했다"며 "항상 회원의 보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향후에도 적법한 절차와 방식으로 추구하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후 4월에는 글 작성 시점에 72시간이 지나면 작성자를 특정할 수 없게 보안을 강화했고 이제는 이 시간을 24시간으로 더 줄였다. 이후로 이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국민 뒤져도 별 상관없다" "매일 1000명씩 죽었으면 좋겠다"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음"과 같은 막말이 올라왔다.
A씨는 "대놓고 경찰 수사를 방해하겠다는 공지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자신들이 법 위에 군림한다는 무의식이 작용한 것"이라며 "허위 사실 유포와 근거 없는 욕설, 비방이 계속돼 피해자가 나오는데도 회원 보호가 우선이라며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폐쇄 등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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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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