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인프라 기업 호황, 왜?…AI 열풍에 북미 노후 전력망 교체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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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전력 인프라 ‘슈퍼 사이클’, ‘행복한 비명’ 언제까지 [스페셜리포트]
전력 인프라 업체가 호황을 누리는 배경은 뭘까. 크게 보면 AI 열풍과 노후 전력망 교체, 친환경 키워드로 요약된다.
첫째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열풍으로 글로벌 시장 데이터센터 건립이 잇따른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AI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수다. AI 연산을 위한 반도체 칩이 많은 전력을 쓰는 만큼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 대비 20배 이상 높은 변압기 용량이 필요하다. 이처럼 AI 활용기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초고압 변압기, 배전반 등 전력 인프라, 시스템 수요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AI 발전의 제약은 변압기 공급voltage transformer supply과 전력 확보다. 현재 전력망은 AI 기술 발전에 따른 증가한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오는 2026년 최대 1050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3~2028년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연평균 전력 수요 증가율이 11% 수준이지만, 여기에 AI 서버를 적용하면 26~36%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둘째 북미 시장에서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도래한 점도 변수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에 설치된 변압기의 70%가량은 25~30여년 전에 설치돼 교체 시점이 다가왔다. 통상 변압기는 25년이 지나면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미국 정부가 최근 고용량 전력망 설치, 시스템 현대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기업이나 가정에 보내려면 그에 맞게 전압을 바꿔주는 변압기가 필수다. KB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산 변압기 수입 비중은 2020년 5.2%에서 올 4월 누적 기준 17.3%까지 높아졌다. 중대형 변압기와 소형 변압기 모두 한국 제품 점유율이 점차 올라가는 추세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북미 시장에 대규모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면서 전력기기 몸값이 높아진 점도 변수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야심 차게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칩스법’으로 불리는 반도체법은 전 세계 설비 투자를 끌어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미국은 IRA를 통해 친환경에너지 생산과 자동차, 배터리 등 ‘녹색 산업’에 3690억달러약 493조원를 투입한다.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제조시설에는 최대 30%, 배터리·태양광·풍력 부품 생산시설에는 10%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반도체 산업에도 총 2800억달러약 374조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자국 내 산업을 키우는 중이다. 이들 법이 발효된 이후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와 함께 전력 소비량이 높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제조시설 유치에 따라 송배전 인프라 필요성이 높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 여파로 미국이 탈중국 공급망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산 변압기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대신 품질 좋은 한국산 변압기 인기가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셋째 기후 변화에 대응해 태양광, 풍력 등을 쓰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세계 곳곳에 들어서는 것도 전력 인프라 호황 요인으로 손꼽힌다. 발전소가 문을 열 때마다 변압기 같은 전력기기를 새로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2.5%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신재생에너지지침RED이 만들어졌다. 이 여파로 재생에너지 전력망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만큼 호황을 맞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중동 전력기기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오면서 기술력을 높인 국내 전력기기 업체 주문이 쏟아진다.
블룸버그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는 2020년 2350억달러에서 2030년 5320억달러, 2050년 636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사실상 글로벌 전력망업계가 ‘슈퍼 사이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북미의 노후 전력망 교체를 시작으로 유럽의 재생에너지 확대, 데이터센터와 생성형 AI 전력 수요 증가로 초고압부터 중저압 전력기기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 투자가 급증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8호 2024.10.02~2024.10.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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