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테라 몇 점 받을까?" 맥주 맛 평가하는 AI 개발 > 경제기사 | economics

맥주가 대중으로부터 어떤 평을 받을지, 어떤 재료를 첨가하면 맛이 더 나아질지 등을 조언하는 ‘맥주 AI’가 등장했다.

벨기에 루벤 대학교 맥주 연구소 연구진은 5년간 연구를 통해 ‘과학적이고 중립적으로 맥주 맛 판단이 가능한’ AI를 개발했다고 26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인간이 실시하는 맥주맛 평가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맥주 강국인 벨기에에는 수많은 맥주 심사 대회가 있지만 모든 대회의 결과는 심사위원의 개인 선호에 따라 순위를 정해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맥주의 맛을 표현할 때 ‘과실향이 난다’, ‘톡 쏜다’ 등 형용사를 사용하는데 이 때문에 실제 맥주에 어떤 맛이 부족한지, 또 출시됐을 때 어떤 반응을 얻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맥주를 화학적으로 분석해 수 백가지 아로마 화합물의 농도를 측정하고, 15명으로 구성된 숙련된 패널이 50가지 기준에 따라 맥주를 평가하도록 한 다음 이를 AI에 머신러닝 기법으로 학습시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총 22종 250개의 상업 맥주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여기에 18만명의 일반 소비자 리뷰를 함께 학습시켜 맥주 맛 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정립했다. 이 과정에 총 5년이 걸렸다.

연구진은 이렇게 탄생한 AI 모델을 적용해 사람이 직접 시음하지 않고도 맥주의 주요 향과 최종 평가 점수를 예측했다. 또 기존 상업용 맥주를 개선하는데 AI를 활용, 젖산과 글리세롤 등 AI가 추천한 재료를 더하자 시음 평가단으로부터 단맛, 바디감, 전반적인 맛 평가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연구를 이끈 캐빈 베르스트레펜 교수는 “다른 모든 음식과 마찬가지로 맥주는 수백가지의 향기와 맛 분자를 가지고 있고, 이를 혀와 코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맛이 결정나기 때문에 분자 단위에서 개선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AI가 전통적인 양조장을 없앨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며 “레시피와 양조 방법,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는 여전히 양조업자의 기술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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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인 기자 hyoin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