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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도 액상 김장하는데…합성 니코틴 쏙 빠진 전자담배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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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4-12-26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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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원료 구입·숙성시켜 담배 제조
법상 담배 아냐… 청소년 무방비 노출
국회 기재위 내일 법 개정안 공청회
게티이미지뱅크

“권장 숙성시간에 따라서 드세요. 바로 드시면 겉절입니다.” 김장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게 아니다. 합성 니코틴을 이용한 액상 담배를 제조하는 법, 이른바 ‘액상 담배 김장’을 알려주는 유튜브의 한 장면이다. 합성 니코틴과 화학 용액을 섞어 며칠 또는 수주간 숙성시킨 후 사용한다고 해서 ‘액상 김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액상 김장’은 10대 청소년에게까지 무방비로 전파되고 있다. 원료 구입은 물론 만드는 방법까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으며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 ‘액상 김장’, ‘베이핑’Vaping·전자담배를 피는 행위 등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액상 담배를 만드는 법과 구매할 수 있는 곳들을 찾을 수 있다. 액상 김장법을 알려주는 곳은 유튜브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 다양하다. “시중 3만원인 전자담배 액상을 직접 만들면 500원에 가능” “요즘엔 아예 액상 김장 세트가 나와 편하다” 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흡연자 커뮤니티에서 미성년자가 액상 김장 관련 댓글을 다는 등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액상 김장이 퍼질 수 있었던 것은 합성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 담배가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에서만 화학물질이나 연초의 뿌리·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그룹이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출시한 이유다. 담배로 규제받지 않으니 온라인 판매나 청소년 판매가 가능하다. 담배사업법에 따른 과세를 피해 값이 싸다. 경고문구 표시나 광고 규제도 받지 않는다.



액상 전자담배 무인자판기도 버젓이 운영 중이다. 휴대전화 인증이나 신분증 인증을 요구하는 곳도 있지만 타인 신분증이나 명의를 도용해도 확인이 안 된다. 25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합성 니코틴 액상담배를 파는 무인점포에서 확인한 결과 신분증만 대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안면인식 등 별도의 본인 확인 절차는 없었다. 아예 성인 인증이 필요 없는 구매처도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합성 니코틴 등 니코틴 유사체가 천연 니코틴보다 심신에 미치는 영향이 강하고 중독성이 높을 수 있다고 보고 위해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 용역 연구 결과에서도 합성 니코틴 원액에 유해물질발암성·생식독성 등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3 청소년 건강 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 남학생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3.8%로 나타났고 매해 증가 추세다.

무법지대가 펼쳐졌는데 규제 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합성 니코틴도 담배사업법 규제를 받도록 하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도 6개월여간 9개 관련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탄핵 이슈가 국회를 뒤엎으면서 사실상 각종 민생 현안 논의는 일시 정지된 상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27일 관련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규제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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