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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서 일생을 마감하는 꿈을 꿉니다 [할말 안할말…장지호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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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4회 작성일 24-10-0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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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서 일생을 마감하는 꿈을 꿉니다 [할말 안할말…장지호의 도발]


오늘날 삶과 죽음의 기착지는 모두 병원이다. 병원에서 태어나고 병원에서 죽는다. 독실에서 태어나 중환자실이나 6인실에서 숨을 거둔다. 그나마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 임종실이 의무화된 것이 얼마 안 된다. 초고령사회의 연간 사망자가 35만명을 넘어서는 현실에서 우리 삶의 80%는 의료기관에서 마무리된다.

노화나 암이 진행되면 신체적 능력과 인지 능력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그에 따라 상실감과 소외감이 커진다. 요양시설과 응급실을 왕복하는 ‘연명 셔틀’에서 무의미한 치료와 투약이 반복된다. 생소한 의료기관보다는 익숙한 집이 환자의 마음에 위안이 되고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임종 장소의 절반 남짓이 자신이 살던 집이라 한다. 인생의 황혼을 다룬 외화를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장면이 노인이 누워 있는 침실에서의 가족 간 대화 장면이다. 노인을 중심으로 서로의 갈등과 다툼과 오해를 풀고 생의 마감을 함께하는 영화 속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먼 나라 풍경이다.

예전 대가족 사회에서는 노인이 앓아누우면 한 지붕 밑에서 가족이 돌아가며 간병하고 때가 되면 집에서 장례를 준비했다. 요즘은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35%가 넘는 1인가구 시대에 집에서의 죽음은 고독사가 되기 십상이다. 제대로 된 재택 임종이 되려면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간병인과 같은 많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수적이다.

이 서비스가 가정 호스피스 제도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암 환자의 재택 임종 비율은 7%인데,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은 경우는 21%다. 가정 호스피스에 대한 수요는 넘치는데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전국에 40곳도 안 된다. 낮은 의료 수가와 의사 부족이 원인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침 이슬의 김민기 전 학전 대표도 이 서비스를 기다리다 세상을 떴다.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가 말기 암이나 만성호흡부전, 만성간경화, 후천면역결핍증 환자의 마지막을 위한 제도라면, 선제적인 방식의 재택 의료는 그보다 징후가 덜 심각한 환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게 해준다.

올해 1월에 정부가 추진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요양기관에 입원했던 거동 불편 장기요양 보험환자가 집에서 의료인과 사회복지사의 방문 진료 및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또한 3월에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에게 재택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가족에게 간병비를 지급해 집에서 간병을 받는다.

재택 의료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의지와 의료계의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현실적인 의료 수가에 대해 검토되고,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의료 IT 기술과 AI가 활용된 원격 진료에도 열린 자세가 요청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교토대 의학부 교수를 지낸 시바하라 케이이치 박사가 ‘초고령사회 일본, 재택 의료를 실험하다’에서 제안한 대로 의료 의존도가 높은 환자의 요양 병상에 일상의 기능을 더한 집합주택인 ‘재택형 의료 병상’까지도 고려할 만하다.

초고령화, 의료비 급증, 간병 지옥이라는 현실에서 재택 의료와 재택 임종 확대는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가 완성되는 길이다. 내가 어디서 치료받고 어디서 삶을 마감할 것을 선택하는 문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는 길이다. 매일 내가 시간을 보내던 친숙한 공간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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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호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총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8호 2024.10.02~2024.10.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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