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지갑 호시탐탐…SNS에 또 속으셨네요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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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지갑 호시탐탐…SNS에 또 속으셨네요 [스페셜리포트]](http://thumbnews.nateimg.co.kr/view610///news.nateimg.co.kr/orgImg/me/2024/12/17/news-p.v1.20241217.d79f83bf8bcd4b7892e423e8eecf2feb_P1.jpg)
# 30대 직장인 박재현 씨는 최근 SNS 광고를 보고 통풍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했다. 잦은 회식과 음주로 통풍을 앓고 있는 박 씨는 통풍 원인인 ‘요산’을 줄여준다는 광고 문구에 혹했다. 알약 형태 제품을 섭취하면, 요산 결정을 녹여 배출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광고를 믿은 박 씨는 물건을 구매하고 먹기 시작했다. 제품 설명을 믿은 박 씨는 통풍에 좋지 않은 맥주와 튀김류 음식도 마음놓고 먹었다. 그러나 불과 3달이 채 안 가서 통풍이 재발했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병원을 간 박 씨는 의사에게 핀잔을 들었다. 세상에 요산을 녹이는 성분은 없다는 것. 의사는 해당 식품이 아무런 효능이 없으니 믿지 말라고 덧붙였다. 결국 박 씨는 5만원 넘는 돈을 주고 산 식품을 바로 버려야만 했다.
“통풍에 관심이 많아 인터넷으로 검색한 것이 화근이었다. 알고리즘을 타고 인스타그램에 끊임없이 요산을 줄이는 기능식품 광고가 나왔다. 처음에는 안 믿었지만, 계속해서 광고가 나오니 나도 모르게 사버렸다. 효능도 없는 약에 기대 돈과 건강을 버린 게 화가 난다.”
# 20대 대학생 김미연 씨는 지난 10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다이어트 보조제’를 구매했다. 먹기만 해도 일주일 만에 3㎏은 빠진다는 문구에 끌렸다. 원리도 그럴싸했다. 몸 안에 남아 있는 대변 등을 뭉쳐 배출해줌으로써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설명이었다. 다이어트약으로 유명한 ‘위고비’에도 꿀리지 않는다는 내용까지 있었다. 당시 살이 안 빠져 고민이 많던 김 씨는 망설이지 않고 보조제를 샀다. 그러나 아무리 먹어도 살은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장에 문제가 생겨 며칠 고생했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해당 보조제가 효능이 정말 있는지 후기를 찾아다녔다. 후기는 충격적이었다. 대다수 사용자가 효과가 없다고 글을 남겼다. 오히려 경고문까지 올린 이도 있었다. 단순 다이어트 효과를 넘어 암을 유발할 수 있거나 기형아 출산을 유도할 수 있는 성분까지 포함됐다는 것. 분노한 김 씨는 약을 버리고 판매처에 항의했으나 별다른 답은 받지 못했다. 김 씨는 “절박한 이들을 현혹하는 과장, 허위 광고가 판치는데, SNS 업체들은 왜 단속조차 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SNS가 허위·과장 광고의 범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극적인 문구와 검증되지 않은 성능, 오류가 넘치는 수치를 내세워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가 쏟아진다. 분야도 다양하다. 다이어트 보조제를 비롯한 건강기능식품부터 게임, 투자, 화장품까지 온갖 문구를 내세워 구매를 유도한다. 단순 허위와 과장을 넘어 사기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사례도 적잖다. 피해자가 속출하는데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등 플랫폼이 별도 단속 없이 허위 광고를 ‘방관’하면서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허위·과장 광고 얼마나 심각하길래
식약처 단속 건수만 5년간 1900건

허위·과장 광고 폐해는 숫자로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SNS에서 다이어트 효과를 허위로 광고한 적발 건수가 연평균 1900건에 달한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된 건수만 집계한 것이다. 적발되지 않은 광고와 게임, 주식 투자 등 다른 분야를 취합하면 실제 허위·과장 광고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품마다 허위·과장 광고 유형은 제각각이다. 건강 보조제나 화장품 같은 경우, 성능을 과장한 문구와 합성 사진 등을 내세운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보조제의 경우 ‘400㎉를 하루 만에 태운다’ ‘잠만 자도 살이 빠진다’ 등 문구와 함께, 약을 먹고 난 뒤 전후 사진을 보여주는 식이다. 의사 또는 약사를 앞세워 성분을 설명하는 광고를 보내기도 한다. 마치 전문적인 의약품처럼 제품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런 상품 대부분이 단순 식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에 불과하다. 의사나 약사로 등장하는 이들도 진짜 의사·약사가 아닌 전문 배우를 고용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임 허위 광고는 주로 중국산 게임을 홍보할 때 나온다.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패턴은 비슷하다. 과금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거나, 접속만 해도 수만원어치 게임 아이템을 공짜로 준다는 광고가 반복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쉴 새 없이 영상이 뜨면서 광고를 보고 이끌린 이용자가 게임을 시작할 때 본색이 드러난다. 게임에 접속하면 광고에서 본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시작된다. 시작할 때부터 과금을 유도하는 것은 기본. 플레이스토어에 해당 게임을 평가한 글에는 ‘광고에서 보여준 것과 실제 게임이 너무 다르다’ ‘돈을 쓰지 않으면 사실상 게임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넘쳐난다. 과장 광고로 이용자를 모은 중국산 게임은 현재 한국 모바일 게임 순위를 휩쓸고 있다.
주식·투자를 빙자한 금융상품 허위 광고는 단순 과장을 넘어 아예 범죄 수준까지 치닫는다. 투자자문 업체나 증권사 직원을 사칭해 매수를 권유하면서 한 달에 수천만원의 돈을 벌 수 있다는 문구가 따라붙는다. 광고를 본 투자자가 매수 의향을 밝히면, 가짜 사이트로 유도해 돈을 편취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올해 11월, 상장 예정인 주식 투자를 미끼로 86명으로부터 15억원을 가로챈 국내 사기 범죄 조직원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의 피해자 모집 창구가 바로 ‘SNS’였다.
허위 광고는 주요 SNS 플랫폼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나친 허위·과장 광고에 지친 사용자들이 이탈하는 경우가 다수다. 게시글보다 광고가 많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광고가 많은 페이스북은 2024년 1년간 사용자가 150만명 넘게 빠졌다. 모바일인덱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20만명에 달했던 페이스북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올해 11월 857만명에 그쳤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김범준·김나연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8호 2024.12.11~2024.12.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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