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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중도금 돌려받을게요" 공사 중단되자 "차라리 분양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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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1회 작성일 24-04-0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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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포기 ‘환급이행’ 선택늘어

주택 경기 침체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같은 건설업체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아파트 단지가 늘면서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를 포기하고, 계약금 등 이미 낸 돈을 돌려받는 계약자가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인천과 광주광역시, 전북 익산에서 450여 가구가 보증 기관인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돈을 돌려받기로 했다. 이미 중단된 공사를 대신할 건설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가 대체 시공사를 찾더라도 공사비 인상 같은 문제로 제때 입주하기 어렵다는 점, 금융비 부담과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 분양권을 포기한 것이다.

HUG는 주택을 분양받는 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3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는 반드시 분양·임대 보증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사 부도나 파산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면 HUG는 분양 계약자들에게 대체 시공사를 찾아 공사를 이어가는 방안분양 이행과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는 방안환급 이행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지난해부터 환급 이행이 늘면서 가뜩이나 전세 사기 보증금 지급으로 재무 건전성이 나빠진 HUG의 손실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시공사 찾기 어려워 ‘내 집 마련’ 포기


2일 HUG에 따르면, 인천 중구에 들어서는 440가구 규모 주상 복합 아파트 ‘숭의역 엘크루’를 분양받은 75가구가 최근 분양권을 포기하고 환급 이행을 결정했다. 2022년 분양 당시 평균 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 단지는 예정대로라면 내년 4월 입주해야 하지만, 시공사의 자금난으로 작년 봄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공정률 18%에 그친 상태로 공사가 무기한 중단되자 HUG는 이를 보증 사고로 처리했고, 일반 분양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서 환급 이행이 결정됐다. 한 일반 분양자는 “입주까지 몇 년이 더 걸릴지 몰라 분양권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HUG는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우선 돌려주고,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다. 만약 조합이 사업을 포기한다면 HUG가 사업장을 공매에 넘겨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올 들어 광주광역시 동구에 들어설 민간 임대 아파트 ‘한국아델리움 스테이’247가구와 전북 익산시 ‘유은센텀시티’129가구도 계약자들이 입주를 포기하고 지금껏 낸 돈을 돌려받기로 결정했다.

2021년부터 2년간 전무했던 HUG의 보증 사고 환급 이행은 지난해 3건이 생기더니 올해도 벌써 3건이 발생했다. 환급 이행으로 결정된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는 계약금과 중도금은 돌려받지만, 발코니 확장이나 유상 옵션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한다. 지난해 환급 이행이 결정된 울산 울주군 ‘온양발리 신일해피트리 더루츠’ 사업장은 계약 당시 빌트인 냉장고 등 옵션에 대한 계약금 30%를 받았다. 유상 옵션을 모두 선택한 계약자는 계약금으로 낸 349만원을 모두 날리게 됐다.

이런 손실에도 일반 분양자들이 환급 이행을 선택하는 것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체 시공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입주가 연기되는 동안 발생하는 이자도 고스란히 계약자가 감당해야 한다.

◇빨간불 켜진 HUG 재정 건전성

환급 이행이 늘어나면서 보증 기관인 HUG도 비상이 걸렸다. 분양 계약자들에게 먼저 돈을 물어준 HUG 입장에선 시행사에 구상권을 청구해 돈을 돌려받거나 사업장을 공매에 넘겨 매각하는 것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자금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보증 사고가 발생해 HUG가 약 700억원을 분양 계약자에게 환급한 경남 사천 소재 사업장은 5차례 공매가 유찰된 끝에 2021년 매각됐다. 해당 사업장의 감정평가액은 1297억원이었지만, 최종 매각 가격은 604억원에 그쳤다.

앞으로도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환급 이행을 선택하는 분양 계약자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 자재나 인건비 등이 치솟아 공사가 재개돼도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할 계약자 입장에선 분양권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수도권보다 분양 경기가 더 안 좋은 지방에선 HUG가 자금을 회수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환급 이행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 보증에 가입한 아파트 단지가 시공사의 부도나 자금난 등으로 공사가 중단됐을 때 분양 계약자가 이미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는 것. 분양 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거나,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 환급 이행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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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지 기자 sj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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