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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말장난…"부자 감세 아니고, 내수촉진 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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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회 작성일 24-03-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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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셋째이 지난 25일 경기도 하나로마트 성남점에서 물가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2월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를 한 적이 없다”며 “‘부자 감세’가 아니라 ‘내수 촉진 감세’”를 했다고 주장했다. 교묘한 말장난이다. 감세의 목적과 수단 또는 결과를 억지로 혼용한 말이다. 최 부총리는 이어서 “대기업 세제 지원은 투자를 확대하고, 투자와 수출이 늘면 고용이 창출된다”고 주장했다. “아직도 낙수효과를 믿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최 부총리는 “낙수효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교묘하지 못한 우기기다. 사실상 낙수효과 논리를 주장하면서도 이를 ‘낙수효과’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주저했다. 낙수효과는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여러 실증 논문의 존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수 있겠다.






로또 맞아도 못 내는 종부세





영국 런던정경대 데이비드 호프 연구원과 킹스칼리지런던 줄리언 림버그 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개 국가를 50년 동안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유층 감세는 성장률은 물론 실업률 개선에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한다. 호프 박사는 “부자 감세는 소득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이를 상쇄할 아무런 경제적 성과 없이 온갖 문제를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낙수효과라는 단어를 피하고자 하는 솔직하지 못한 노력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논리가 되어버렸다.



반면에 윤석열 대통령은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것은 나쁜 포퓰리즘’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말한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은 솔직하고 정치인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다. 정치인은 종종 교묘하게 돌려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솔직하고 화끈하다. 그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왜 부자들한테 면세를 해주냐고 하는데, 그 이익은 결국 어려운 사람들이 다 보게 돼 있다. 종부세 대상 중에 거의 대부분 그냥 중산층이다. 어떤 부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해버리면 정상적으로 열심히 사회 활동 하고 집 한칸 있는 분들이 종부세 대상이 되기 때문에 굉장한 악법이었다.”3월19일 민생토론회



그러나 “종부세 대상 대부분이 그냥 중산층”은 아니다. 현재 1주택자가 종부세를 내려면 공시가격 12억원이 넘어야 한다. 시가 기준으로 18억원을 넘는 집을 소유해야 종부세를 낼 수 있다. 매년 1억원을 18년 동안 저축할 수 있는 ‘그냥 중산층’은 없다. 요즘 로또 당첨금도 15억원 안팎이다. 로또로 인생 역전 할 수 있어도 당장 종부세 내는 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소유하는 것에 대해서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라고 언급하면서 부자에게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을 ‘선동’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종부세와 같은 부동산 보유세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필요한 세제다.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적은 독점과 지대 추구다. 자본주의 원리의 핵심 동력인 경쟁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동산 과다 보유는 지대 추구의 핵심 수단이다. 부동산을 통한 지대 추구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다. 그런데 금리 인상은 ‘산탄총’이다. 부동산 과다 보유를 막자고 경제 전반 전체에 부담을 준다. 반면 종부세 등 보유세는 정밀 타격 방식이다.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면, ‘버티면 승리한다’는 목표로 무수익 자산, 저수익 자산 보유자가 시장에 부동산을 내놓게 되기 때문이다. 더 높은 효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주체에게 특정 부동산이 전달되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쉽게 말해 보유세 세율이 1%라면 매년 1% 이상의 부가가치와 효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 부동산을 양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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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2025년 예산편성지침에서 재정수지가 아닌 ’총지출 증가율’을 거론하며 건전재정을 홍보한 보도자료.



총지출 증가율로 건전재정 홍보





감세와 세금감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필연적으로 저소득 계층에는 어떠한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하위 40%는 면세점 이하다.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어차피 세금을 내지 않는 하위 40%에게는 세금감면의 열매를 전달할 수 없다. 세금을 조금 내는 중산층은 세금감면 혜택이 적을 수밖에 없고 세금을 많이 내는 고소득층일수록 조세감면 혜택은 더 커진다.



실제로 올해 고소득자의 세금감면 혜택 금액은 15조원이 넘는다. 이에 비판이 일자 기획재정부는 세금을 많이 내는 고소득자가 세금감면 혜택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성적이 떨어진 아이가 이를 질책하는 엄마에게 “공부를 안 하면 성적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고소득층 세금을 과도하게 감면하기 전에, 정부는 그 혜택이 쏠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2021년까지 10조원 내외로 관리되던 고소득층 조세감면 혜택이 2022년 12.5조원, 2024년 15.4조원으로 급증한 상황을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재정당국의 자세가 아니다.



재정당국은 고소득층의 정의도 평균소득 150% 이상에서 2022년에 200%로 슬쩍 바꿨다. 고소득층 범위를 좁히는 ‘노력’이 무색하게 고소득층 조세감면 혜택이 폭증하자, 2024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서에는 ‘특단의 조처’가 이뤄졌다. 매년 첨부하던 고소득층 조세감면 귀착 자료를 아예 누락한 것이다.



최근엔 정파적이고 정무적인 고려가 지나치게 들어간 재정당국의 자료가 많이 보인다. 불리한 자료를 빼고 불필요한 홍보성 개념이 들어간다. 지난 26일 발표된 2025년 예산편성지침을 보면 ‘국가채무 전년 대비 증가액’이 낮아졌다며 재정건전성이 좋아졌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보통 국가채무는 저량stock 개념으로 파악한다. 2021년 국가채무 970.7조원에서 2022년 취임 이후 1067.4조원, 2023년 1134.4조원, 2024년 1195.8조원으로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나타내기도 한다. 굳이 ‘국가채무 전년 대비 증가액’이라는 개념을 쓰고 건전재정이라며 재정수지가 아닌 총지출 증가율만 표시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다. 2024년 통합재정수지 목표치가 -44조원이다. 재정수지가 아닌 총지출 증가율로 건전재정을 홍보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



정치인이 아닌 공직자는 정무적 판단과 정파적 표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불리한 자료를 가리려고 노력하는 기재부는 윤 대통령을 본받았으면 한다. 부자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자세가 차라리 필요해 보인다.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 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하는 타이핑 노동자. ‘경제 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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