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돼지국밥이 싱가포르서 오픈런 맛집?…엄용백을 아십니까 [신기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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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표 음식 하면 떠오르는 메뉴 중 하나가 돼지국밥일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돼지국밥집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부산은 물론 멀리 싱가포르까지 진출, 줄 서는 맛집을 만든 이가 있다. ‘엄용백돼지국밥’으로 유명한 엄수용 대표다. 2018년 부산에서 첫선을 보인 ‘엄용백’ 브랜드는 돼지국밥엄용백 돼지국밥과 BBQ돼지구이 브랜드로 나눠 운영 중인데 한국에는 총 6개 지점, 싱가포르에 2개 지점으로 커졌다. 넷플릭스 시리즈 ‘먹보와 털보’, 세계 음식 플랫폼 잇센틱Eathentic에 잇따라 소개, 외국인들의 발걸음은 더 잦아졌다는 후문. 엄 대표는 “지점마다 매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평균 월매출 2억원에서 2억5000만원 정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국내외 점포 매출이 1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개인이 식당 창업 5년 만에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혀를 내두르게 한다. 엄 대표는 처음부터 국밥에 꽂힌 건 아니다. 직장 생활 대신 곧바로 돼지고기 전문점을 창업했고 자연스레 육류가공 등의 일을 하며 사업 역량을 키웠다. 그러다 부산 출신의 셰프로서 자연스럽게 유년 시절부터 친숙했던 ‘돼지국밥’이라는 음식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고. “대한민국 제2의 수도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인 돼지국밥은 아직까지 부산, 경상도의 향토음식으로 남아 있습니다. 향토음식으로 남아 있기에는 돼지국밥으로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다고 느꼈습니다. ‘엄용백’이라는 이름을 걸고 넘쳐나는 자극 속 지친 현대인들에게 대충 떼우는 한 끼의 단편적인 맛이 아닌, 영양이 가득하고 자극 없이 편한 국밥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저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 보다 좋은, 보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자연 본연의 맛을 담아내는 데 집중하며 약 3년간의 준비 끝에 2018년 6월 부산에 첫 매장을 냈습니다.” 이후 엄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진출, K푸드 선봉장이 됐다. 싱가포르에 이어 홍콩, 태국 방콕, 미국 뉴욕 등으로 추가 진출도 꾀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가로 성장하고 있는 엄수용 대표의 경영 비결, 시사점을 두루 살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한국에서 이미 맛집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 ‘줄 세우는 맛집’을 만든 건 의외다. 비결이 뭔가. 요새 줄 서서 먹는 유명한 식당들을 보면 화려한 외관과 강렬한 맛을 지닌 음식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반대급부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와 음식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엄용백은 이렇게 넘쳐나는 자극 속 지친 현대인들에게 소담스럽지만 정성 어린 음식들을 대접하고 싶었다. 일반적인 화학조미료를 사용해 쉽게 누구나 맛있다고 느낄 만한 음식을 만들 수도 있다. 엄용백은 다르게 접근했다. 합자젓국같이 잊혀진 전통장을 국밥에 접목시켜 쉬이 접할 수 있는 음식에도 기나긴 정성과 소중함을 부여했다. 이런 점이 차별 요소가 돼 해외에서도 줄 세우는 식당이 될 수 있었다. 입에서 당장 맛있는 맛이 아니라 오랫동안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맛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하기 마련이니까. * 합자젓국은 경남 통영의 전통장으로 홍합을 삶은 국물을 진하게 졸여 만든다. 100㎏의 홍합을 사용해도 고작 1㎏도 만들기 어려운 귀한 자연조미료다. 편집자 주 Q. 왜 싱가포르였나. 정말 우연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오픈을 준비하던 프로젝트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진척이 지지부진했다. 이런 불투명한 시기에 새로운 국면으로 돌파해보자는 마음으로 마침 지인이 싱가포르에 식당 할 공간이 있다는 말을 듣고 브랜드 인지도가 전혀 없던 싱가포르에 과감하게 업장을 내게 됐다. Q. 처음부터 잘됐나. 물론 문 열자마자 바로 현지인들이 몰려들진 않았다. 다만 여타 해외 한식당이 자리 잡는 공식과는 순서가 좀 달랐다. 다른 곳들은 이민자 혹은 현지 한국인 여행가이드가 현지에 정착하면서 한식당을 하다 보니 주 고객층이 현지인보다는 교포,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 그런데 코로나19 시점이라 한국인보다는 현지인이 새로운 식당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당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한국 문화가 알려지고, 보다 차별화된 한식을 궁금해하는 수요가 생겼다. 특정 메뉴를 전문점으로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확신했다. 실제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공장 김치를 안 쓰고 매일 직접 김치를 담는 등 기존 한식당에서 먹던 음식과 차별성이 있는 데다가 마루에 앉는 듯한 평상 좌석과 처마 아래 먹는 듯한 인테리어가 ‘한국을 경험하게 해준다’며 호평을 받았다.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줄 세우는 식당이 됐다. 얼마 안 있어 2호점을 내게 된 배경이다. Q. 해외에 진출하면서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을 수도 있을 듯하다. 가기 전과 가보고 나서 달라진 생각이 있다면. 해외에 나가 주변을 둘러보니 한식은 브랜딩이나 스토리텔링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다. 일본의 경우 익히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외국인들에게 낯선 방식이었지만 고급화 전략을 표방해 글로벌화에 성공했지 않나. 태국은 친근한 대중음식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면서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식은 반상차림, 다양한 조리법, 제철요리, 발효음식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Q. 엄 대표가 생각하는 대안은. 앞으로의 한식은 맛의 조화와 영양의 균형까지 갖춘 음식이라는 이미지로 인지도를 넓혀갔으면 한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 입에서 당장 맛있는 맛이 아니라 오랫동안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인식되게 하고 싶다. 이런 인식이 보편적이게 된다면 사람들이 꾸준히 한식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국내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데 엄 대표가 생각하는 한식의 정의는. 한식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같이 변화하고 흘러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로 지금 한국에서 한국인들 입맛으로 먹는 일상화된 음식’이 한식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란 과거의 틀에 갇힌 게 아니라 계속 진화하며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된장, 고추장, 장아찌 같이 조상의 지혜가 담긴 발효음식이나, 지역마다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재료를 찾아내 발전시킨 제철요리는 당연히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대 흐름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의 한식은 이런 소중한 음식들이 사라지지 않게끔 맛과 특징을 유지하면서 창의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해 현대인의 다양한 입맛과 요구에 부응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엄용백이 국내외에서 내놓을 음식들이 새로운 한식의 현재이자 미래로 인정받고 싶다. [ⓒ 매일경제 amp;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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