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88%·배 87% 올랐는데…정부 "물가 정점" 낙관론 이유 [딥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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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과일에 유가도 들썩
물가, 두 달째 3%대 상승 3월 소비자물가 3.1% 껑충 사과 88%·배 87%…오름폭 최대 통계청이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였던 물가 상승률은 올 1월 2.8%로 낮아졌다가 2월 3.1%로 올라선 뒤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정부는 2일 농축산물 정부 할인지원율을 확대하고 직수입 과일 물량을 늘리는 등 물가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의 수입 과일코너에서 소비자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임대철 기자 2월에 이어 3월에도 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0.5% 급등했다. 전월20.9%에 이어 두 달 연속 20%대 상승폭이다. 단일 품목으로는 사과가 전년 동월 대비 88.2% 올라 전월71.0%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다. 배도 87.8% 올라 조사를 시작한 1975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귤68.4%, 복숭아64.7%, 감54.0% 등도 오름폭을 키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 자금을 무제한·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물가 정점"이라는데…상승 요인 줄줄이 대기
일값 급등 등의 여파로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3%대로 치솟자 정부는 1500억원의 긴급 가격안정자금까지 투입했지만 3월에도 2개월 연속 3%대 상승세를 보이면서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달러당 1350원대에 진입하면서 향후 물가를 한층 자극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3월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며 낙관론을 들고나왔지만 국민 체감도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석유류 14개월 만에 상승 전환…최고치 찍은 원·달러 환율 변수
○물가 낙관론 펼치는 정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모든 경제주체의 동참과 정책 노력 등에 힘입어 물가 상승의 고삐는 조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적 특이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계절적 요인과 일시적 충격을 배제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4%로, 전월2.6%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누적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2.4%로, 정부가 제시한 올해 전체 물가 목표치2.6%를 밑돈다. 문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과일 가격이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0.5%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79%포인트 끌어올렸다. 사과88.2%와 배87.8% 모두 전월보다 상승률이 확대됐다. 귤 토마토 부추 시금치 등 다른 농산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1500억원에 달하는 긴급 가격안정자금까지 투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서민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내놓은 할인쿠폰 및 납품단가 지원책이 농산물 공급이 한정된 상황에서 오히려 수요만 늘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햇사과가 출하되는 오는 7월까지 과일 가격이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시 오르는 국제 유가
또 다른 관건은 국제 유가에 따라 움직이는 석유류 가격이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3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상승한 건 작년 1월4.8% 후 14개월 만이다. 전체 품목 중 가중치가 높은 석유류는 작년 초부터 올초까지 국제 유가 하락에 힘입어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458개 품목 중 휘발유는 전세, 월세, 휴대폰 요금에 이어 네 번째로 가중치가 크다. 경유는 일곱 번째다.
환율도 핵심 변수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높아져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70전 오른 달러당 1352원1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350원대를 찍은 것은 지난해 11월 1일1357원30전 후 처음이다. 이와 함께 총선이 끝난 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교통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돼 있다는 점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물가가 추세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보면서도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 움직임에 따라 당분간 흐름이 매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주재한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생활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전망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강경민/이광식 기자 kkm1026@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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