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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망쳐 놓은 이 욕망…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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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회 작성일 24-04-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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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부동산 욕망을 조절하고 전환할 수 있는 정치의 필요성

[남기업 기자]

대한민국을 망쳐 놓은 이 욕망…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착수…사업기간 최대 5∼6년 단축한다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일대 모습.
ⓒ 연합뉴스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시장 하락 흐름은 총선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아니 더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작년엔 40조 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 대출로, 올해엔 27조 원 규모의 신생아 대출로 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었지만, 대출 효과는 갈수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은 지 수 년째 되고 소득·물가·수출·이자율 등 거시경제지표가 매우 나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신도시를 통한 신규주택 공급에 집중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신도시뿐만 아니라 구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을 통해서도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공약한 대로 현 정부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 비율을 낮추는 법을 이미 통과시켰고, 지난 1월 10일에는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30년이 넘는 전국의 모든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으며, 사업성의 핵심 변수인 용적률을 높여주기 위해 특별법까지 만들어 300%의 1.5배, 즉 450%까지 허용했다.

추진 불가능한 재건축·재개발

그러나 이것은 이제 추진 불가능하고, 만약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대로 진행된다면 나라 전체가 회복 불가능한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이 사태에 주목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에서 결정적 변수는 세 가지다.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에게 분양할 수 있는 아파트 호수가 얼마나 되나, 분양가는 얼마나 비싼가, 그리고 건축비는 얼마인가이다. 일반분양분이 많을수록, 분양가가 높을수록, 건축비가 낮을수록 조합원의 분담금은 줄어들고,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조합원이 돈을 받아 가며 새 아파트가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지금까지 재건축·재개발은 건설사도 좋고 조합원도 좋은, 모두가 행복한 요술 방망이처럼 작동했다.

그런데 지금은 용적률을 심지어 500%까지 준다고 해도 기부채납을 고려하면 실제 일반분양분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까닭에 분양가를 높일 수도 없다. 그뿐 아니라 공사비가 평당 800~900만 원으로 오르고 금융비도 올라 비용은 폭등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사업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15억 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면 재건축·재개발 추진이 가능할 수 있지만, 분양가가 10억 원 미만의 아파트는 조합원 분담금이 엄청나 추진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본다. 10억 원 미만의 노후 아파트 재산권자들이 재건축을 통해서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면 이제 그에 버금가는 건축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성의 현상과 본질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바라는 높은 사업성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분양가가 오른다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지금의 주택가격이 다시 투기적으로 상승해서 4~6억 원 아파트가 10억 원 이상으로 폭등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면 사업성의 또 다른 결정적 변수인 용적률을 높여준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서울 및 수도권에 주택 공급이 훨씬 늘어나 수도권 인구집중이 더 심해진다는 현상을 말하고, 뒤집어 표현하면 지방소멸의 가속화 현상을 뜻한다.

그렇다면 높은 사업성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커진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라. 분담금 5천만 원 정도 내고 비싼 새집이 생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단독주택의 경우 낡고 안전의 문제가 생기면 부수고 새로 짓는데, 이 모든 건축행위에 들어가는 비용은 스스로 부담하지 않나? 적은 돈을 내고 비싼 새집이 생긴다는 것은 정부와 사회가 창출한 가치를 조합원이 사유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불로소득에 기댄, 다시 말해 돈 적게 들이고 새집을 얻겠다는 욕망에 기댄 재건축·재개발은 나라 전체를 망칠 뿐이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폭등해 재건축·재개발의 사업성이 올라가는 것은 이제 기대하기도 어렵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30년이 지난 재건축 가능 단지들이 준비위원회를 구성해서 막연한 희망에 기댄 데이터로 입주자들을 설득해 조합을 구성하는 과정을 생각해보라. 비대위가 생겨서 기존 조합과 대립하고 조합 내부의 갈등도, 사건과 사고도, 관련한 엄청난 소송도 충분히 예상되지 않나.

아무리 순환 방식으로 한다고 해도 그 많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조합원이 임시로 거주할 이주단지 조성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이주단지 조성을 이유로 수도권 그린벨트를 또 해제할 것이 뻔하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에 지어진 200만 호가 훨씬 넘는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이슈로 들썩거릴 것을 생각해보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요컨대 조합원이 바라는 성공적인 재건축·재개발은 사회적 재앙을 뜻할 뿐이다.

욕망을 조절하고 전환할 수 있는 정치가 등장해야

이 욕망을 조절하는 것은 결국 정치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이 무시무시한 욕망을 외면해왔다. 아니 정확히 말해 우리의 정치는 아무 문제의식 없이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힘써왔는데, 여기에는 여와 야가 따로 없다.

국회의원 선거든, 지방선거든, 대통령 선거든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든 공약은 규제 완화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서 사업성을 높여주겠다, 그린벨트 규제를 풀어주겠다, 농업과 생태환경 보존을 위해 꼭 필요한 논과 밭을 공장이나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더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공약이 단골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재산권자들의 불로소득에 대한 욕망을 더 크게 충족시켜주겠다는 정치였고, 경제력이 약한 원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겠다는 정치였으며, 수도권을 더 과밀화하고 지방을 소멸시키겠다는 정치였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어느 정당도 이 부동산 욕망을 조절하거나 전환을 모색하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부동산은 대한민국을 망쳐놓은 주범이다. 정확히 말하면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끝없는 욕망 추구가 대한민국을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상태, 즉 각자도생의 사회로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인구소멸 단계, 합계출생률 0.6으로 접어들었고, 급기야 2040년에는 잠재 성장률이 0.7%가 예상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제 이 욕망에 도전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기본적으로 공공사업이므로 민간조합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공이 모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정치, 재건축?재개발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제대로 환수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진 정치, 부동산 욕망을 획기적인 방식으로 전환하여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역과 지방에 활기를 불어넣는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가 등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윤석열 이후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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