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줄인상에 등 돌리는 소비자…300만원 디올백 원가는 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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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 손님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심하연 기자 “브랜드값이 대부분을 차지할 거라곤 생각했지만…이 정도 거품일 줄은 몰랐죠. 가격만 계속 오르고 딱히 바뀌는 건 없어서 이제 정말 안 사려고요.” 18일 업계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의 가방 제조업체 디올에스아르엘SRL은 최근 중국 하청업체의 노동 착취를 방치·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현재 디올에스아르엘에 사법행정 예방 조치를 명령했다. 또, 사법행정관을 임명해 1년간 업체를 감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디올의 300만원대의 가방이 원가 8만원에 사들인 제품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밀라노 재판부는 디올의 모델 코드 ‘PO312YKY’의 가방을 예시로 들며 하청 업체들이 노동 착취를 통한 비용 절감해 디올에스아르엘에 53유로약 7만8500원로 가방을 공급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SNS에서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럼 그동안 디올 매장에서는 8만원짜리 가방을 두고 흰색 장갑 끼면서 정품 감정을 한 것이냐, 어이 없다”, “원가가 저 정도인데 대체 가격은 왜 매년 올리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살 마음이 아예 사라졌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명품업계는 제품 가격을 계속 인상하고 있다. 디올은 지난 1월 귀걸이·팔찌·반지 등의 가격을 최대 12% 넘게 올렸고, 루이비통은 지난 2월 일부 가방 제품의 가격을 5% 안팎으로 올렸다. 지난해에만 4번 가격을 인상한 구찌는 올해도 일부 제품 가격을 5~8% 인상했다. 지난 7일 오피디아 미디엄 GG 토트백은 200만원에서 216만원8%으로 올랐고, 오피디아 스몰 숄더백은 262만원에서 279만원으로 6.5% 올랐다. 셀린느는 지난 4월 일부 지갑·벨트 제품의 가격을 4~9% 인상했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도 비슷한 시기 피카부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6% 올렸다. 명품 가격 줄인상에 거부감을 가지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이날 백화점을 명품관을 방문한 박소연가명·35·여씨는 “생일 등 특별한 날에는 명품 브랜드 제품을 한 번씩 사긴 하는 편”이라며 “솔직히 원체 가격이 비싸니 5, 10만원 오르는 것이 크게 체감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절대 가격이라기보단 이전에 비해 퀄리티나 디자인 등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고 전했다. ‘인생은 한 방’, ‘플렉스FLEX’ 등을 외치며 비싼 명품을 사들이던 젊은 소비자도 자취를 감췄다. 고물가로 인해 2030 세대 사이에서도 소비 품목이나 패턴이 변했기 때문이다. A씨는 “예전에 유행했던 쓸데없는 소비를 서로 확인하고 사용 금액 영수증을 인증하던 카톡방이나 돈을 쓰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 등 콘텐츠처럼 돈을 아껴 쓰는 것이 몸에 뱄다”며 “습관이 되니 사치성 소비보단 저축이 더 재밌는 것 같다”고 전했다. 보세 상품과 덩치가 큰 브랜드 명품으로 구분됐던 과거에 비해 좋은 중저가 제품들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지수29·여씨는 “예전에는 지갑이나 가방 두어 개 정도는 이름 있는 명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150~200만원대 제품을 사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엔 가격이 계속 올라 너무 과한 사치처럼 느껴져 관심이 잘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중저가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이 훨씬 예쁘고 질 좋게 나오기도 하고, 굳이 명품 브랜드에 목매지 않는 것이 최근 젊은 친구들 특징 같다"고 덧붙였다. 전체적으로 명품 소비 의지가 꺾이는 분위기에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렌시아가는 중국에서 인기 핸드백을 35%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고, 지난 2021~2022년엔 지난해 동기 대비 20~30% 성장했던 고급 패션 브랜드 시장의 오름세는 점점 꺾이고 있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젊은 세대를 포함해 보복소비로 인해 매출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가 끝난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젊은 층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도 맞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장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계자는 이어 “가격 인상으로 인해 구매 의지가 꺾이는 것은 대부분 충성 고객층은 아니”라며 “현재로서는 명품업계가 가격 인상으로 얻는 매출 수익이 수요 감소보다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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