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당 후투자 배당 제도 개선 2년째···올해 배당락은 줄어들까 > 경제기사 | economics

매년 말 배당락일배당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날이 되면 국내 증시는 하방 압력을 받는다. 배당수익을 겨냥한 투자자들이 매수 후 배당기준일 다음날 주식을 파는 경우가 많아 배당락일이 되면 주가가 빠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배당락일의 충격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배당락일을 앞두고 주요 상장사들이 잇따라 이사회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변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깜깜이 배당’이 계속되고 있지만, 개선된 배당 제도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투자자의 접근성도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롯데지주 주가는 전장보다 10.96% 급등해 2020년 4월28일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을 보였다. 별다른 호재가 없던 롯데지주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전날 발표된 공시의 영향이었다. 롯데지주는 배당기준일을 결산 기말일12월31일에서 추후 이사회가 정하는 날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롯데지주와 같은 고배당주는 연말 배당락일이면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떨어지는데, 배당기준일이 변경되면서 예년 같은 연말 낙폭은 피하게 된 것이다.

롯데지주의 배당 기준 변경은 지난해 1월부터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따른 것이다.



결산 배당을 하는 상장사들은 통상 매년 12월 말일인 의결권기준일을 배당기준일과 통일해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고 이듬해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해 지급해왔다. 이렇다보니 투자자 입장에선 배당액의 규모도 모른 채 먼저 투자해야 해 ‘깜깜이 배당’이라는 비판이 컸다. 또 모든 상장사의 배당락일이 동일해 배당락일만 되면 증시가 크게 출렁이기도 했다.

이에 당국은 지난해 1월부터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배당기준일을 이후에 지정하는 ‘선배당 후투자’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

지난해엔 대표적인 주주친화 업종으로 꼽히는 금융주와 현대차그룹 등 일부 상장사만 정관 변경에 나섰지만, 배당락일을 앞두고 이달 들어 주요 상장사들도 동참하면서 ‘선배당 후투자’ 기조가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KT 등 통신주부터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포진한 SK·LG·롯데·HD현대 그룹사와 네이버, 에코프로비엠, HMM, 삼양식품 등 주요 상장사들도 올해부터 배당기준일을 변경한다고 이달 공시했다. 18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 중 3분의 2, 금융업종의 95% 이상이 정관을 변경했다.

예년보다 많은 기업이 동참하면서 12월 말을 결산배당기준일로 정한 상장법인의 배당락일인 오는 27일 국내 증시는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종목의 주가 하락은 있겠지만, 배당락일 자체는 폭넓게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제도 개선안이 처음 시행된 지난해 배당락일 코스피는 0.42% 상승 마감했고, 전년도인 2022년 배당락일 코스피는 2.24% 하락 마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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