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뒤통수 맞을라" 의협과 선 긋는 전공의…멀어지는 갈등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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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의대증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사집단의 주요 축인 대한의사협회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사이에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다. 의료공백 사태 해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 대전협이 의협 주도의 대정부 협상에 반발하고 나선 탓이다. 의협과 의사 교수 단체가 전공의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무기한 휴진 등 강경책을 펴고 있는데 전공의들이 빠진다면 명분 없는 휴진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의협은 전날 범의료계 집단휴진과 의료농단 저지 총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정부에 제시한 3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시 오는 27일부터는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의협은 의대생·전공의·의대 교수 등과 함께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해 대정부 협상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의협은 휴진 철회를 위해 △의대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쟁점 사항 별도 논의 △전공의, 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의 소급 취소 등 세 가지 요구안를 정부에 제시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까지 만난 전공의 대표가 정부와 대화를 "무의미하다"고 평가해 이들이 범대위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의료공백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가 범대위에 빠질 경우 의정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의협 주도의 이번 집단행동에는 의대 교수를 비롯해 개원의·봉직의 등 의사 전 직역이 참여했다. 무기한 휴진도 개원가는 물론 서울대병원17일부터에 이어 세브란스병원27일부터, 서울아산병원7월 4일부터 1주일 등 이른바 빅5 병원을 포함한 주요 대학병원까지 확산하고 있다. 의협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대한의학회, 각 수련병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매주 연석회의를 개최하며 의료계 단일 대화 창구로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빠르면 내일20일 의대생, 전공의와 의사 단체가 함께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를 출범해 정부에 의사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의료공백 사태 해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 전공의는 정작 의협 주도의 대정부 협상에 반발하고 있다. 의협이 총궐기대회 직후 "범대위 공동위원장으로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박 비대위원장은 하루만에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며 공식 불참을 선언, 범대위 출범이 시작부터 파행을 겪을 조짐이 인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이런 의견을 밝히면서 "공동 위원장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며 "무기한 휴진 역시 의협 대의원회 및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의협의 제안과 계획 모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의협이 발표한 세 가지 요구안은 대전협의 일곱 가지 요구안에서 명백히 후퇴한 안이며 동의할 수 없다"며 "정부가 사직한 전공의의 복귀를 원한다면 전공의와 이야기하면 된다. 다만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지금, 추가적인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공의의 요구안은 의협의 요구안보다 강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논의하자는 의협과 달리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게 대전협의 요구다. 사실상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인데도 대다수 전공의들은 전면 수용을 주장하며 4개월 넘게 자발적인 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의정갈등의 출구 전략이 절실하지만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의협이 범대위 등을 통해 대정부 협상에 나선다고 할 때마다 박 비대위원장이 SNS와 입장문으로 "합의한 적 없다"며 반박하는 과정이 되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박단 비대위원장은 "임현택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죠"13일라거나 "대단히 부적절한 처사"18일와 같이 격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가 의협과 거리를 두는 것이 2020년 배신의 기억 때문이라고 본다. 당시 의대정원 확대, 비대면 진료 추진 등에 반발해 전공의의 70% 가량이 파업에 참여했는데, 대정부 협상의 대표로 나선 의협이 대전협을 배제한 채 정부와 9·4의정합의를 이루며 집단행동이 흐지부지 끝났었다. 환자와 국민의 싸늘한 시선과 국가고시 파행 등 불이익을 고스란히 전공의와 의대생만이 짊어졌는데, 이번에도 정부와 협상권을 의협에 넘겼다간 밀실 합의로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게 전공의들의 생각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범대위 불참 의사를 밝힌 글에서도 "임현택 회장은 최대집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랍니다"고 의협이 결정권을 행사하는 데 대해 적개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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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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