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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차 똑 닮아가는 전기차…후발업체는 익숙함에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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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0회 작성일 24-06-1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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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르노 등 디자인 전략 변화

전기차 디자인이 내연기관차를 닮아가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공개한 G 클래스의 첫 전기차 ‘G580 위드 EQ 테크놀로지’는 내연기관차와 차이가 없다. 전면에 그릴은 사라졌지만, 이를 연상시키는 패널이 부착됐다. 또 내연기관차 G 클래스 특유의 각진 디자인이 유지됐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그간 전기차 디자인을 내연기관차와 다르게 출시해 왔는데, 처음으로 차이를 없앤 것이다. 앞으로 출시될 전기차 디자인도 내연기관차와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내연기관차의 틀을 벗어난 전기차 디자인이 당분간 호응을 얻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새로운 것을 경험하려는 얼리 어답터는 전기차를 이미 대부분 보유했기 때문에, 지금의 잠재적 전기차 고객들은 내연기관차의 익숙함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미 테슬라 등 전기차 선두 업체들이 전면 그릴을 없애고 날렵한 전면부를 연출해, 기존과 다른 전기차 디자인을 선점한 영향도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고열의 엔진을 식히는 역할을 해 온 전면 그릴이 전기차에선 필요하지 않게 되자 이 업체들은 실험적인 디자인을 속속 내놨다. 그러나 선두를 차지하지 못한 업체들은 내연기관차의 헤리티지를 강조해 소비자를 공략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내연기관차 디자인이 더 익숙해


자동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와 거의 같은 디자인의 전기차를 속속 내놓고 있다. BMW의 일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그릴이 수직으로 길어지고 거대해졌다. 사람의 신장을 형상화한 ‘키드니 그릴’을 그대로 가져와, 센서, 레이더 등을 부착하기도 한다.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하는 역할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디자인이 다를 경우, 소비자가 차량을 선택하는 데 방해가 될 거라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아우디도 내연기관차에 적용되던 육각형의 ‘싱글 프레임 그릴’을 전기차에 적용한다. 모델마다 차이가 있지만, 내연기관차처럼 그릴을 뚫어서 제작하는 모델도 있다. 각종 첨단 기기를 탑재하는 전기차와 달리, 실내 인테리어도 내연기관차와 차이가 거의 없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전기차를 탈 때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디자인”이라며 “그릴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를 이용해 전기차에서도 배터리 열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는 이미 단종된 소형 해치백 ‘르노 5′를 복원한 전기차 ‘르노 5 E-Tech’의 실물을 지난 2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하고, 최근 유럽에서 출시했다. 르노 5는 1996년 단종된 모델로, 1970~1980년대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와 같은 디자인을 가져와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단 뜻이다.

◇기능 상실한 부품, 조금씩 바꾼다

내연기관차에서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 부품들은 전기차에서 조금씩 수정이 가해지고 있다. 내연기관차에 탑재된 부품들이 전기차의 무게를 높이고, 공기저항을 높여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롤스로이스가 2022년 10월 내놓은 첫 전기차 스펙터가 대표적이다. 스펙터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전면부의 판테온 그릴이 지금까지 롤스로이스 차량 중 가장 크다. 그릴 안쪽을 막고, 그릴의 각도도 차량 옆으로 공기가 흘러갈 수 있도록 수정했다. 비슷한 이유로 보닛 끝쪽에 자리하는 조각상 ‘환희의 여신상’도 높이가 82.73mm로, 기존보다 약 17mm 낮아졌다.

내연기관차 부품을 유지하면서 주행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편의를 높이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현대차는 그릴은 유지하되 LED 조명을 적용한 디자인을 개발했다. 차량 상태와 운행 여건에 따라 그릴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하고, LED를 통해 차량의 상태를 나타내 보행자와 의사소통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앞부분 그릴 형태를 유지하면서 공기저항을 줄이는 ‘프론트 페이스 통합 모듈’을 개발했다. 그릴이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개폐 시스템이 적용됐다. 고속 주행 시에는 그릴을 닫아 공기저항을 낮추고, 일상 주행 시에는 외부 공기를 유입시켜 배터리 냉각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약 20km 늘릴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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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관 기자 ykw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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