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사태…님아 그 빵집을 건들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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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지역경제 활성화시킨 성심당의 역할을 생각해야... 원칙 고수만이 정답은 아니다
[전병호 기자] 입맛은 무엇보다 사람을 사로잡는다. 나는 지금도 부산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태종대나 오륙도, 해운대가 아닌 화장품 냄새 같이 강렬했던 방아맛과 초고추장에 찍어 먹던 부산오뎅이다. 20~30년 전 부산역 근처에는 굳이 부산이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어묵을 팔던 리어카 노점상들이 있었다. 그 뒤 KTX역으로 새 단장을 한 역사에는 부산오뎅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삼진어묵이 들어섰다. 그 후로 삼진어묵은 부산에 출장 갈 때마다 노점상 대신 들르던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산역사에서는 부산오뎅 삼진어묵을 만날 수 없다. 코레일 유통이 2017년 임대료를 월 3억 원으로 올리는 바람에 철수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태가 지금 대전에서 벌어지고 있다.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이다. 지난 3월 한화이글스에 돌아온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에 방한한 LA다저스 감독에게 선물한 것이 성심당 빵이었다. 전주에 가면 풍년제과를 떠올리고 군산에 가면 이성당 빵집을 떠올리듯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오래된 빵집이다. 그런데 지역 대표 빵집이 지금 쫓겨나게 생겼다. 삼진어묵 사례처럼 과한 임대료 때문이다. 현재 성심당 대전역점의 월세는 약 1억 원이다. 그런데 이 임대료를 현재보다 4배 가까이 오른 3억 9000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금액도 애초에는 4억 4100만 원이었는데 4차례 입찰에서 유찰되는 바람에 5번째 입찰부터 내려간 금액이다. 성심당 사태의 이면
이 임대료 기준은 매출액 비율17~49%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코레일 유통의 내부 규칙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매출액 베이스 수수료 산정 방식은 주로 매출액이 많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매장에 적용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2012년 11월부터 대전역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성심당은 그동안 규정보다 낮은 고정 월세를 냈다. 이는 대전시가 성심당을 대전역에 유치하기 위해 사전에 임대료 조건을 완화해 준 때문이었다. 그런데 2021년 임대료가 너무 낮다는 감사원의 지적으로 고정 수수료율을 1억 원 정도로 책정했으나 이마저도 2023년 국정감사에서 유경준 의원국민의 힘이 특혜라며 문제를 삼았다. 이에 코레일 유통은 2024년 10월 말로 임대 계약이 끝나가자 지난 4월 내부 임대료 규정을17% 월 4억 4100만 원 적용해 입찰을 진행한 것이다. 이에 성심당의 입장은 그동안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으로서 지역홍보 및 고용 창출 등의 사회 공헌을 생각할 때 이러한 과도한 임대료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며 매장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이번 성심당 사태 속에는 공기업의 역할과 공공성 그리고 기업과의 관계 문제, 건물주와 자영업자의 임대계약 문제 등이 숨어 있다. 먼저 공기업과 기업과의 관계 설정 문제이다. 코레일 유통은 공기업이다. 공기업의 목적은 이윤에만 있지 않다. 코레일 유통은 공기업으로서 지역민, 관광객, 지자체, 코레일 등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대전역을 운영하는 것이 옳다. 성심당은 애초 대전역 입점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코레일은 성심당 측에 지역홍보 및 공공성 등을 내세우며 규정보다 낮은 임대료를 제시하여 지점을 유치했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규정과 공평성만 내세우며 원칙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애초 목적에 부합했는지에 대한 판단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자세하게 분석해 볼 것도 없다. 이번 사태가 이렇게 불거진 이유도 이미 성심당이 그런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방증이다. 오히려 일반 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전이 아닌 곳에 매장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성심당의 자세는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이러한 성심당의 기업 경영 방침 덕분에 지역홍보는 물론 관광객 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원칙만 고수하며 임대료 폭탄으로 내쫓을 일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감안해 유연한 자세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점은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문제다. 물론 성심당을 자영업자라 부르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건물주와 매장임차인 관계는 비슷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언제까지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면 무조건 올려줘야 하고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가. 과거에 비해 임대차법이 많이 고쳐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임차인은 을이다. 특히 힘없는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키워 건물의 가치를 높여주고 지역 활성화에 기여를 하더라도 이에 대한 보상이나 보호장치는 여전히 부실하다. 건물주가 임대료수수료를 올려 버틸 수 없으면 나가야 한다. 더욱 세부적인 보완 장치가 시급하다. 자영업자로서 임대료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국수 장사를 망해본 경험자로서 하는 말이다관련 기사 :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이번 성심당 사태를 보며 감사원이나 국정감사의 지적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크다. 감사원이나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자체를 뭐라 하는 것이 아니다. 감사원이나 해당 국회의원은 규정대로 원칙대로 지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간과한 점이 있다. 바로 공공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다. 공기업 코레일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듯 감사원과 국회의원에게도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다. 그러니 그 판단 또한 공공성이 최우선이고 원칙이어야 했다. 공기업 코레일의 목적은 코레일 이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에 있다. 어떤 규정이나 원칙도 공공성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성심당 임대료 건에 대해서도 지역 상생과 공공 이익을 고려해 현재의 역사 운영 규정을 유연하게 손볼 것을 지적하지 않고 규정과 원칙을 내세우며 일반 백화점 보듯 공평한 수수료율 적용을 지적한 점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공공성에 비추어 현재의 규정이 문제라면 규정을 손볼 일이지 무조건 원칙을 따르라는 지적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규정과 원칙만 고수한다면 사람의 판단은 왜 필요한가? 규정대로 원칙대로만 판단하고 적용할 일이라면 모두 AI가 처리하면 그만이다. 코레일 같은 공기업의 운영 원칙은 규정의 공평성 적용보다 공공성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으로 성심당은 지역의 관문인 대전역사를 지키게 하는 것이 코레일이 지켜야 할 공공성 원칙이다. 한 기업을 편드는 게 아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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