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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의 승승장구…진짜 껌값된 껌의 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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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8회 작성일 24-12-1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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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커피 등 대체제 뜨면서 인기 시들어
코로나19·턱 건강 우려 겹치며 급속히 쇠락
게티이미지뱅크

“껌값” “껌이지 뭐” “껌딱지”…. 껌과 관련된 단어는 대부분 가볍고 하찮게 다뤄진다. 그렇다고 껌이 언제나 미미한 존재는 아니었다. 1960년 무렵 껌은 벽에 붙여놓고 여러 번 아껴 씹을 정도로 귀한 간식이었다. 80~90년대에야 비로소 대중 간식으로 자리 잡았고, 구멍가게 매대 한쪽을 전부 장악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껌 씹기를 즐겼고, 무심히 길에 뱉곤 했다. 제설기를 변형한 껌 떼기 기계를 개발하거나 몇백 명을 동원해 제거작업에 나서야 할 정도였다.

껌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 쇠락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2024년도의 편의점 계산대 구석에 무심히 놓인 껌은 기억의 잔해처럼 보이기도 한다. 껌 광고 음악이 유행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껌 광고를 흥얼거리지 않고, 도로에 눌어붙은 껌 자국도 예전만큼 찾아보기는 힘들게 됐다.

껌의 흥망성쇠는 ‘한국인의 간식사’와 궤를 같이한다. 고급 먹거리에서 시작해 국민 간식을 거쳐 이제는 한물간 군것질거리가 된 껌의 나날은 문화 코드로도 설명된다. 소비의 흐름을 담고 있는 소비재의 유산이자 개개인의 추억과 시대의 흔적을 담아내는 기록의 매개체로도 쓰일 수 있다.


그토록 흥했던 껌이 이제는 왜 예전만 하지 못 할까. 누구도 딱 떨어지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원인이 될만한 사유는 있다.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젤리의 인기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본다. 2020년부터 지난 11월까지 편의점 3사의 연간 껌·젤리 판매 비중을 보면 하락과 반등이 선명하게 갈리는 게 보인다. 2020년 CU의 껌 판매 비중은 23.9%에서 올해 18.0%까지 줄었지만 젤리는 동기간 76.1%에서 82.0%까지 증가했다. 젤리가 껌을 대체한다는 게 확인된다.


젤리의 인기는 10~20대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젤리는 재밌는 음식이다. 펀슈머 소비자를 공략하기에 딱이다. GS25 관계자는 “올해 지구모양 동결건조 젤리, 까먹는 젤리 등 이색적인 히트 상품이 연이어 나와 젤리류 매출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며 “올해 젤리 매출액은 껌 매출액의 약 4배 이상”이라고 했다. 젤리 제형을 활용한 비타민과 숙취해소제까지 나오며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껌의 대체재가 다양해진 것도 껌의 쇠락 원인이 된다. 스낵바, 에너지드링크 등도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커피의 인기가 껌을 위협했다. 허기 달래기와 입가심용이었던 껌이 커피의 대중화와 카페 디저트 문화 확산으로 인해 축소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국내 1인당 커피 소비량은 405잔이었다. 전 세계 평균 대비 2배 이상이다.

식품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껌 소비를 더 위축시켰다고 본다.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하자 껌 소비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구취 때문에 매출이 늘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반대였다”며 “마스크 착용으로 뱉는 것에 대한 부담이 늘어났을 거라고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턱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인식이 늘어났다’는 가설, ‘스마트폰이 껌 씹는 재미를 대체했다’는 가설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2017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껌 판매가 2007년부터 감소세로 접어들었는데, 이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해와 일치한다.

해외에서도 껌은 내리막길이다. 지난 3월 일본 식품기업 메이지는 26년간 판매해 오던 껌 ‘키시릿슈’ ‘쁘띠껌’의 판매를 종료했다. 키시릿슈를 젤리 제품으로 변형시켜 재탄생시키기도 했다. 메이지 외에도 에자키구리코의 ‘키스민트’, 크라시에후즈의 ‘하미가키껌’ 등의 제품들도 판매가 종료됐다. 스피아민트, 쥬시후르츠 등 브랜드로 세계 껌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 위글리는 2022년 말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의 껌 생산을 중단했다.

껌 시장 축소에 정부는 지난 30여 년간 껌 판매가의 1.8%만큼 부과해 온 환경부담금을 지난 7월부터 폐지했다. 당시 환경부는 “껌 소비가 줄고 옛날만큼 길바닥에 껌을 씹고 버리는 사람도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껌의 운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기호의 다변화를 고려해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2000년 롯데제과가 출시한 자일리톨 껌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해태제과와 동양제과 등도 연이어 자일리톨 껌과 니코엑스 껌을 출시했다. 치아 건강과 니코틴 제거, 입냄새 억제에 효능이 있음을 내세운 것이다. 업계는 웰빙 열풍에 맞춰 무설탕 껌, 비건 껌과 졸음 방지·에너지 향상 등 기능성 껌을 통해 트렌드를 바꾸려고 시도 중이다. 2019년 전체의 5% 수준이었던 ‘졸음번쩍껌’ 판매 비중은 올해 상반기 16%까지 상승하며 자일리톨과 함께 롯데웰푸드 대표 효능껌으로 자리 잡았다.

껌의 쇠락이 소멸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분간은 껌의 건재가 예상된다. ‘씹기’라는 행위가 인류의 본능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유향피스타치오나무의 진을, 아스텍인들은 사포딜라나무에서 나오는 치크틀리치클를 씹었다. 껌의 역사는 깊고도 넓다. 오늘날의 껌은 1848년 미국인 존 커티스가 원주민들이 씹던 천연수지를 활용해 첫 상업용 껌을 만들며 등장했다.

한국에 껌이 소개된 것은 일제 강점기 무렵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에게 군용 물자로 배급된 껌은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을 통해 유입돼 고급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군것질거리도 장난감도 마땅치 않던 아이들은 미군에게 ‘기브미쪼꼬렛’ ‘기브미껌’을 외쳤다. 1956년 한국에서도 껌이 처음 출시됐다. 60년대 셀렘민트껌, 해태쥬스껌, 70년대 아카시아껌 등도 인기를 끌었다.

첫발은 해태가 내디뎠지만 본격적인 주도권은 롯데제과가 잡았다. 롯데는 47년부터 일본에서 껌을 생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67년 한국 롯데를 설립해 껌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대표 제품 삼총사로 자리 잡은 쥬시후레쉬, 후레시민트, 이브껌이 72년에 출시됐다. 판박이껌, 만화풍선껌, 부푸러껌 등은 간식 이상이었다. 스티커를 모으거나 풍선을 크게 불며 경쟁하기도 하고, 껌 포장지 안에 삽입된 짧은 만화를 읽는 등 놀이로 기능했다. 자다가도 껌을 씹어 껌 붙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텐션을 올리는 효과도 있다”며 “앞으로도 제품 라인업 확대 및 마케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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