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근무지 중 원픽"…요즘 일본 청년, 돈 벌러 한국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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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화 퍼지고 日보다 월급 많아… 국내 취업 일본인 늘어

일러스트=박상훈

그래픽=박상훈
우리나라에 취업하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선진국인 일본에 취업하러 떠나는 한국인은 많았어도, 직장을 구하려 한국에 오는 일본인은 없다시피 했다. 법무부 비자 발급 통계를 보면, 2014년 10월에 한국에서 구직과 관광취업워킹홀리데이, 전문 인력 관련 취업 비자를 갖고 있는 일본인은 모두 합쳐 단 1명에 불과했다. 2024년 10월 현재 한국에서 취업 비자를 받은 일본인은 2196명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지사 관계자는 “어렸을 때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보고 들으며 한국어를 배운 이들이 직장에 다닐 나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취업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높아진 한국의 임금 수준, 오히려 떨어진 엔화 가치 때문에 금전적으로도 한국 취업은 일본인에게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에 취업하는 일본인들의 이력도 달라졌다. 예전엔 한국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 출신이 많았다. 요즘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서 직장까지 다니다가 한국 기업으로 이직하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키나락스에서 사업 개발 매니저로 일하는 나가이 고시로34씨는 명문 와세다대학을 나와 일본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 생활 5년째인 그는 “과거엔 한국에 취업한다고 하면 다들 ‘왜?’라고 물었는데, 지금은 다르다”며 “특히 IT 업종은 기술 수준이나 연구개발 투자가 일본보다 한국이 나은 점이 많다”고 했다.
임금도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지난 3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직장인의 월평균 임금은 399만원으로 일본379만원을 처음 추월했다. 20년 전인 2002년만 해도 한국 직장인 월평균 임금은 179만원으로 같은 해 일본 월평균 임금385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몇 년째 계속되는 엔저 현상까지 감안하면 한국 임금이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
◇”한국 비자 받기 너무 어려워”
일본인의 한국 취업 걸림돌은 다른 곳에 있다. 한국의 비자 제도다. 일본인들이 한국 기업에 정식 취업할 때 가장 선호하는 ‘특정활동 비자E7’는 직무와 관련된 학력전공이나 경력을 요구한다. 국내 일자리 보호 차원이다.
국내 화장품 제조 기업에서 판매 담당자로 일하는 고나가와 다이세이25씨는 “보통 워킹 홀리데이로 한국에 들어와서 아르바이트처럼 일하다가 취업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전공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친구들이 많다”며 “일본의 외국인 취업 비자 제도와 비교해도 한국이 훨씬 엄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취업을 위해 전공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한 다카미쓰 하루카24씨는 “무신사 같은 한국 패션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서울대 의류학과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인재 유치를 위해 외국인들의 취업 비자 발급 요건을 계속 완화하는 추세다. 일본 정부는 2019년 한국의 E7 비자와 유사한 특정기능1·2호 비자를 도입하며 학력이나 경력이 없어도 기능 시험과 일본어능력시험 등 일정 시험만 통과하면 취업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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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기자 insul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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