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죽음 부른 열사병…"초기 대처 아쉽다" 응급의학과 교수들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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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정심교의 내몸읽기]
13일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강형구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열사병이 나타났을 때 환자의 체온부터 떨어뜨리고, 수액 치료를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게 생명을 살리는 관건"이라며 "열사병 가능성을 알아차리고 빨리 대처했다면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12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씨는 육군 제12사단에서 지난달 23일 오후 4시 30분부터 타 훈련병 5명과 함께 완전군장을 멘 채 선착순 뛰기, 팔굽혀 펴기, 구보 등 얼차려를 받았다. 그는 구보 중이던 오후 5시 20분경 쓰러졌고, 의무병이 달려와 맥박을 체크했는데 이 모습을 본 중대장이 "일어나, 너 때문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라고 다그쳤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일어나지 못했고 신병교육대 의무실과 속초의료원을 거쳐 이날 저녁 9시 37분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떨어진 혈압, 높아진 체온은 회복되지 못했고 25일 오후 3시에 결국 사망했다. 앞서 군 소식통에 따르면 A씨에게선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군인권센터가 사인열사병을 밝히기 전 응급의학과 의사들 사이에선 A씨의 사인이 횡문근융해증이 아닌, 열사병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왔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는 지난달 29일 기자에게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났고 신장 투석을 빨리 못했다고 해서 사망까지 이를 가능성은 적다. 그의 사인은 열사병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며 "열사병은 초기 대처가 중요한데, A씨에 대한 응급의료 대응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열사병 초기에 체온을 빨리 떨어뜨렸어야 했는데 그걸 놓친 게 아닌가 싶다"며 "게다가 날씨까지 더운 상태에서 A씨가 무거운 군장을 메고 얼차려까지 받았다면 체온이 더 빠르게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형구 교수는 과거 국군수도병원에서 응급의학과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20㎏ 군장을 메고 행군하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국군수도병원에 실려 오는 환자가 꽤 있었다"며 "열사병 진료 경험이 많은 의사라면 증상만 봐도 열사병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열사병은 온열 질환일사병, 열사병, 열 경련, 열 실신 중 가장 심한 단계다. 체온 조절 중추가 기능을 잃어 땀 배출 기능이 고장 나면 체온이 39.5도 이상 치솟아 의식을 잃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열사병은 노인이나 심장질환자, 치매 환자,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 등에서 오랜 기간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열사병 환자에게 찬 물을 마시게 하는 건 체온을 낮추는 데는 도움 될 수 있지만, 의식이 없는 경우 질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양혁준 교수는 "열사병이 발생했다면 환자를 시원한 곳에 눕힌 뒤 신속히 병원에 이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병원에선 열사병 환자가 실려 오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쿨링 요법을 실시하는데, 보통은 차가운 생리식염수를 투여하거나, 미지근한 물을 몸에 발라 기화열을 이용해 체온을 떨어뜨린다. 수액을 다량 주입하기도 한다. 강 교수는 "열사병 증상 초기에 수액을 3~5ℓ는 넣어줘야 합병증인 급성 신부전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사병이 나타났을 때 이런 대처를 얼마나 빨리 시작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예후가 달라질 수 있는데, 그 효과는 고령자보다 젊은 사람에게서 더 크다는 게 의사들의 조언이다. 강 교수는 "A씨처럼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 열사병이 나타났고, 초기 처치만 빨랐다면 살아날 가능성이 고령자보다 훨씬 더 크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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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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