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20년 묻으면 부자된다…엄마가 용돈 대신 사준 것 > 경제기사 | 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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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주식 부자’ 만드는 법

■ 경제
20년 전에 그 주식을 샀더라면…. 이런 마음으로 자녀 주식 계좌를 개설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부모가 미성년자 자녀의 계좌를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게 되면서 손쉽게 자녀 계좌 주식 투자가 가능해졌다. 만약 20년 전인 2004년 8월 말에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면 어떨까. 올해 8월 말 주가는 8.1배가 됐고수정주가 기준 연평균 수익률은 11%에 달한다. 예금 금리는 낮은데 주식 시장은 급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부모 세대는 적극적으로 자녀 계좌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자녀의 투자에 무관심했다면 이번 명절에 받은 아이 용돈으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미성년자 ‘개미’는 더는 드물지 않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세 미만 미취학 아동 주식 투자자는 18만471명으로 전체 아동244만6568명의 7.4%를 차지한다. 초·중·고교생인 8~19세 투자자도 58만1257명으로 해당 연령 인구553만7784명의 10.5%나 된다.

자녀를 위해 투자할 때는 부모 명의 계좌에서 자금을 불린 뒤 나중에 물려줄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자녀 명의로 된 계좌에서 시작하는 게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현행법상 미성년자 자녀에게 증여할 때는 10년간 200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태어나자마자 2000만원, 10년 뒤에 또 2000만원을 자녀 계좌에 넣어주면 20세 전까지 4000만원을 증여세 없이 줄 수 있다. 증여한 뒤에 투자해서 불린 수익은 증여세 대상이 아니다. 부모가 본인 계좌에서 투자하면 이런 무상 증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려면 대부분은 부모 계좌를 먼저 개설해야 한다. 자녀 계좌를 만들기 위해선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가 필요하다. 증권사의 자녀 계좌는 크게 주식거래종합계좌와 연금저축계좌 두 종류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19세 이상이거나 근로소득이 있는 15~18세만 가입할 수 있다.

삼성전자나 엔비디아 같은 개별 주식을 사고 싶다면 선택지는 주식거래종합계좌뿐이다. 이 계좌는 국내외 개별 주식과 ETF·채권·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연금저축계좌는 개별 주식 매매는 불가능하고, 국내에 상장된 ETF와 펀드만 투자할 수 있다. 대신 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녀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면 계좌에 입금하고 투자를 시작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투자하고 있을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의 미성년자 계좌에서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국내외 종목 톱10을 살펴봤다.

국내 주식은 여전히 삼성전자가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예전처럼 ‘무조건 삼성전자’가 제일 좋다는 인식은 줄어들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년 새 미성년자 고객 수는 늘었지만, 삼성전자 보유 고객은 4만2133명에서 3만7935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홍성배 NH투자증권 성동WM센터 PB팀장은 “삼성전자의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 지친 투자자들이 종목을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상위 종목 쏠림 현상이 약해진 것을 볼 때 다양한 종목으로 투자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녀를 위한 투자에서도 미국 주식 선호가 두드러진다. 국내 주식에 비해 미국 주식의 보유 고객, 평가 잔고가 늘고 있다. 심지어 국내 주식 상위권에도 Samp;P500, 나스닥100 같은 미국 증시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올라있다. 이들 ETF까지 포함하면 이미 미성년자의 투심은 미국 증시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다.

오정택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 반포WM 이사는 미성년자 미국 주식 인기의 이유를 ‘보유 가치’와 ‘증여’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엔비디아, 애플 같은 종목이 장기 보유 가치가 있다고 보는 부모들이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많다. 양도 차익이 많이 발생한 미국 주식 일부를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절세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자녀 계좌에 투자할 때엔 한꺼번에 목돈을 넣어주고 운용할 수 있고, 매달 일정 금액을 나눠 넣어 적립식으로 운용할 수도 있다. 증여세를 피하려면 자녀가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시점에 증여세 신고를 하는 게 기본이다. 공제 범위인 2000만원 이내라고 해도 신고를 해서 증여 사실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 이승준 삼성증권 TAX센터 세무사는 “신고하지 않으면 증여 시기를 가입 당시로 보지 않고, 불어난 자금을 자녀가 인출하는 시점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했다.

만약 2000만원의 목돈이 아니라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해줄 경우에는 입금할 때마다 증여세 신고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번거롭다면 ‘유기정기금’ 증여를 통해 한꺼번에 신고할 수 있다. 유기정기금은 일정 기간 매회 일정 금액을 증여하겠다는 사전 계약이다. 신고는 홈택스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유기정기금 증여를 이용하면 공제 한도인 10년간 2000만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증여할 수 있다. 미래에 자녀에게 줄 금액을 현재 기준으로 할인해 계산하기 때문이다. 상속세법 시행규칙에 따라 현재 유기정기금 할인율은 3%다. 예를 들어 매달 18만9693원을 증여하면 10년간 누적 원금은 2276만3160원이지만, 할인율을 적용하면 1999만9960원으로 2000만원을 넘지 않게 된다. 다만 이승준 세무사는 “사전 증여 계약 신고를 한 이후엔 실제 증여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중간에 취소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 주식을 매매할 때 연간 차익이 250만원 이상 발생할 경우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성년자 자녀 계좌에서는 해외 주식 차익이 100만원 이상 발생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차익이 100만원 이상일 경우 연말정산 인적공제에서 자녀가 제외되기 때문이다. 인적공제를 챙기려면 미성년자 자녀 계좌에서는 수익을 내기 위해 자주 매매하는 것보다는 장기 보유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낫다.

특히 미국 빅테크 집중 투자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빅테크 주가가 고점 대비 떨어진 것에 대해 오정택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AI인공지능는 아직 꺾이지 않은 흐름이기 때문에 주가가 조정받는다고 해도 투자는 유효하다”고 했다. 특히 자녀에게 사줄 만한 종목으로 애플을 꼽았다. 오 이사는 “애플이 AI에서 뒤처졌다는 우려가 있지만, 결국 AI의 발달은 디바이스기기로 이어질 것이다. 애플은 강남 부동산처럼 떨어질 땐 다른 지역보다 덜 떨어지고, 오를 땐 더 많이 오르는 성격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안정적인 장기 투자 대상으로 금융주를 권했다. 대표적인 종목으론 신한지주를 꼽았다. 그는 “저평가 상태로 주가가 안정적이고 주주환원율도 상승 추세다. 2027년까지 순이익 50%를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활용하기로 해서 안정적 수익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했다. 삼성증권 디지털HNW고액자산가팀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내외 종목 2~3개와 코스피200, Samp;P500, 나스닥100 국내외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분산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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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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